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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시공을 초월한 고택의 인문학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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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은 인간의 삶에 대한 근본적인 해답을 구하는 학문이다. 따라서 인문학의 필요성과 가치는 어떤 학문보다도 우선하며, 요즘 인간의 가치와 절대성이 극도로 훼손되는 시기에 인문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인문학은 기본적으로 문사철, 즉 문학과 역사, 그리고 철학에 그 바탕을 둔 학문 분야이다. 문학이 인간이 살아가는 다면성에 대한 통시적인 재구성, 혹은 개연성 있는 인간의 행동양식에 대한 허구적 재조합이라고 할 때 인문학에서 문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가볍지 않다. , 역사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인간의 행동양식과 구조적인 얼개에 대한 기록이라면 이 또한 오늘의 인간의 삶을 규정하는 귀중한 텍스트가 될 것이고, 철학 역시 인간의 본질적 존재에 대한 사유의 결과물이라면 인문학에서 철학의 영역도 결코 과소 평가될 수 없다.

흔히 가을을 사색의 계절이라고 한다. 이 가을에 우리가 지나쳐온 옛 시간이 머무는 고택에서 인문학의 향연을 펼친다면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수백 년의 시간의 정취가 묻어나는 고택의 대청마루나, 멀리 조각달이 걸린 고목 사이로 한옥의 아름다운 추녀의 처마선이 보이는 자리에서 시 낭송회를 여는 것은 어떨까. 평소에는 늘 고즈넉한 고택의 마당에서 뜨거운 열기가 가득한 격정의 토론이 벌어지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마당이 있으니 고택 마당에서 마당놀이나 연극을 올리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널찍한 대청마루는 자연스럽게 무대가 될 것이다.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에 가면 이러한 것들을 경험할 수 있는 고택이 있다. 3백 년이 넘는 터전에 72백 년 가까이 대를 이어 살아온 조견당이라는 당호를 가진 집이다. 조견당은 고택을 세상의 수면 위로 올려놓고 고택이야말로 인문학의 보고이자 이 시대가 꼭 필요로 하는 정신의 산실로서 제 역할을 다하도록 선두에서 역할을 해온 곳이다.

인문학의 맨 앞자리에서 시대를 향해 야멸차게 화두를 던지며 화제를 모아온 조견당은 이미 지난 20여 년 전부터 꾸준히 다양한 인문학의 실험적인 시도를 해왔다. 일회성 퍼포먼스가 아니라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분야의 인문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실제로 구체적으로 체현화시키고 이를 발전시켜온 본산이다. 필자는 이곳 조견당 10대손으로 주천에 자리잡은 지 내리 10대를 이어온 자리에 인문학의 맥을 끈질기게 이어왔다.

지난 2000년대 초부터 보릿고개음식먹어보기축제에서부터 조견당 가을맞이 음악회’, ‘낙엽태우기 시낭송회등을 조견당 마당에서 직접 기획하고 연출하는 등 유서깊은 조견당 자손으로서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고 지금까지 기회 있을 때마다 크고 작은 인문학의 향연을 주도해왔다.

그리고 1019일 올가을 시즌을 맞아 조견당에서 본격적인 인문학의 향연도 펼친다. 출연자들도 모두 영월 주천 인근에 살고 있는 지역 뮤지션들로 음악 퍼레이드에 합류한다. 클래식기타 연주를 비롯해 에어로폰 합주, 색소폰 연주 등 가을밤에 어울리는 통기타 연주와 노래에 이르기까지 탁 트인 조견당 소나무 정원에서 펼쳐진다.

이날 인문학의 절정은 필자가 조견당 당주로서 참여하는 특별강연이 아닐까 싶다. 조견당 10대 종손으로서 고택에 담겨있는 철학과 정신’, 또는 고택과 노블레스 오블리제라는 주제로 왜 이 시대에 우리가 고택을 말해야 하는지를 풀어놓을 예정이다. 이는 필자가 명품고택협회 회장으로서 전국을 돌며 고택의 종손들과 대화를 나누고 오랜기간 취재하며 알게 된 공통된 가치를 엑기스로 추출해내 감동과 교훈적인 스토리를 재미있게 펼쳐보고자 한다.

최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인문학은 고독, 소외 등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풀어나갈 해법이라며 저출생, 고령화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어려움을 풀어나갈 해법이 인문학에 있다고 적시하고 손에 잡히지 않는 형이상학적인 것보다는 국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방향으로 풀어나아가겠다면서 인문학축제를 전국적인 행사로 키워나갈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필자도 명품고택협회 회장으로서 앞으로 전국에 산재한 100대 명품고택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고택 인문학향연을 펼쳐볼 생각이다. 바야흐로 관심이 고조된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관련 단체들과 협력한다면 보다 풍성하고 내실 있는 인문학축제가 되리라고 본다. 아울러 고택이 피워 올리는 인문학 향연이 전국 곳곳의 고택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각박해진 현대인들의 마음과 정서를 순화하고 보다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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