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초 패키지여행으로 중국 장가계를 다녀왔다. 장가계의 천문산, 천자산과 협곡은 기기묘묘한 형상을 이룬 세계적인 산악관광지다. 과거에는 걸어서 이동하는 구간이 많았으나 근래 산속의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유리 협곡다리, 짚라인, 미끄럼틀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춰 편하고 즐겁게 이용할 수 있어 엄청난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일부에서는 산은 자연보전의 대상으로 산에 인공적으로 시설을 하는 것은 자연훼손이라는 인식이 강해 아직도 황령산 개발과 신불산 케이블카 등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장가계는 철저히 관광객들의 이동편의를 위해 과도하게 개발되어 있는 셈인데 자연보전과 인간의 편의 사이의 균형점을 맞추는데 시사하는 바가 커서 장가계를 소개한다.
장가계시의 천문산은 황령산이나 장산처럼 시내 가까이 있고 해발 1519m의 원통 모양의 산으로 원통의 테두리에 잔도가 등산로 역할을 하고, 높이 132m, 폭 57m의 천문동이라 부르는 큰 구멍이 산 중앙에 나있다. 산 정상에 이르기 위해 7.5km 세계 최장의 케이블카를 탔다. 시내 중심에 출발역이 있어 주택가 등 건물 위를 지나 약 30분 만에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서는 거의 수직에 가까운 절벽 옆에 만든 폭 약 2m의 잔도를 통해 까마득히 전개되는 산 아래를 내려다 보며 걷는다. 도중에 유리잔도라 하여 발 밑에 유리를 깔아 산 아래가 바로 내려다 보여 마치 하늘을 걷는 듯 후들후들 다리를 떨며 지나는 코스도 있다.
산 정상을 원 모양으로 한 바퀴 돌아 걷다 천문동 위까지 와서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천문동 앞까지 내려간다. 산 속에 비스듬히 터널을 만들어 10여 개의 에스컬레이터를 갈아타며 약 1,000m를 내려오는데 20분 이상 소요된 듯 하다. 에스컬레이터가 다닐 수 있게 비스듬히 경사를 이루어 터널을 뚫은 것이다. 천문동 앞인 산 중턱에서는 셔틀버스를 타고 꼬불꼬불 좁은 산길을 따라 내려간다. 거의 수직 절벽의 산에 길을 만들었기 때문에 위험한 급경사, 급회전의 코스로 오직 수백 대의 셔틀버스만 4,5분 간격으로 다닐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다음 날은 영화 ‘아바타’의 촬영지로 이름난 천자산 원가계로 이동하여 원기둥 모양의 산들이 빽빽이 들어찬 절경에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산 정상 부근에 도착하여 셔틀버스를 세 번 씩이나 갈아타고 소수민족인 투쟈족의 농장과 눈앞에 보이는 절경을 감상하고 다시 셔틀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내린 뒤 원가계를 향해 걸어가니 기둥 모양의 산들과 자연침식으로 형성된 두 산을 허공에 연결하는 천하제일교, 산 아래를 까마득이 내려보며 황홀한 산들을 감상한다. 다시 셔틀버스를 타고 백룡엘리베이터로 이동하여 산 중턱 주차장에 내려왔다. 엘리베이터 운행 높이는 313m로 밑으로 156m는 산 속 수직 동굴이고 그 위 170m는 산에 수직 철강구조를 설치해 만들었다.
세 번 째 날은 장가계 대협곡으로 이동했다. 미국의 그랜드캐년과 비교되는 협곡으로 폭은 430m 깊이는 500m에 이른다. 협곡을 건너는 유리 다리 위에서 번지점프를 할 수도 있게 시설도 되어 있고 유리를 통해 협곡 아래를 보면서 유리가 깨질 것 같아 조심조심 지나간다. 건너편 산에서는 안전벨트를 단단히 조인 후 짚라인을 타고 출발지 쪽 산으로 스릴을 느끼면서 허공을 가르며 도착한다. 도착지에서는 수직 절벽 아래로 내려가기 위해 치마처럼 생긴 겉옷을 갈아입고 협곡 아래까지는 좌우로 회전하며 미끄럼틀을 타듯이 내려간다. 봅슬레이 경기에서 보듯 급경사, 급회전의 미끄럼틀을 신발로 속도조절을 해가며 신나게 내려간다.
많은 관광객의 이동편의를 위해 놀라운 상상력을 발휘하여 온 산을 인공적으로 개발한 것이다. 천혜의 자연이라 하여 보존만 했다면 극소수의 전문 등산객들만 이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산밖에 없다시피한 부산도 산을 단순히 보존하기보다 멋진 상상력을 발휘하여 많은 시민과 관광객을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영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