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11월 21일

기고

인구감소 국면 전환은 “함께 육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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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십여 년 전부터 많은 저출산 대책들이 나왔지만 대부분 실패하고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합계 출산율은 0.84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었고 지속 감소하여 2022년에는 0.78, 급기야 234분기에는 0.6명대로 내려앉을 거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급격하게 변화된 사회 환경과 마찬가지로 육아 환경도 많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남성의 경제력에 의존해 여성이 육아를 도맡아 하던 시대였다. 하지만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졌으며, 치솟는 집값과 사교육 등의 원인으로 여성의 사회진출이 많아지고 경제활동을 하며 함께 육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하지만 아직도 육아가 엄마만의 몫이라는 생각들이 남아 있고 이로 인한 이중 고통에 육아를 꺼려하고 출산을 꺼려하는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필자는 아이가 4살이던 초겨울 육아휴직을 신청하여 3개월 정도 일을 잠시 내려두고 온전히 육아를 위한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그전까지 아내에게 집중되어 있던 육아의 비중이 나에게 넘어오면서 처음에는 정신없는 시간들을 보냈다. 하지만 짧은 육아휴직이 끝날 때 쯤에는 아이와 유대감이 깊어졌고 육아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아이를 위해 했던 육아휴직이 결과적으로는 나에게 너무 큰 즐거움이 되었다. 해보지 않았다면 알 수 없는 육아의 기쁨이었다.

육아를 함께 한다기보다 도와준다고 생각하는 아빠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진정으로 함께하는 육아는 엄마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당연하고 아빠에게도 큰 기쁨으로 다가올 것이다. 평소에 일을 하면서도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충분히 함께 육아가 가능하다. 육아 휴직도 점점 제도가 발전되고 있어 경제적 부담없이 오롯이 육아에만 집중할 수 있다. 하지만 서두에 이야기한 것처럼 아직 육아는 엄마 몫이라는 사회적 편견으로 아빠의 육아휴직이 어려운 현실이다. 제도적인 개선은 물론이고, 이러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 꼭 필요한 이유이다.

필자는 육아휴직 이후에도 함께 육아를 위해 계획도 세우고 여행도 많이 다녔다. 그러다 찾아온 부산 100인의 아빠단은 나에게 다른 깨달음을 얻게 해주었다. 매주 온라인 미션(놀이, 일상,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멘토 아빠들이 매주 한 가지 미션을 제시하고, 각 아빠들은 미션 수행 결과를 온라인에 인증을 한다. 예를 들면 아이가 아빠 머리 감기기 등이 있다.) 을 하면서 집에서, 동네에서 할 수 있는 게 이렇게 많고 사소한 것에도 아이는 기뻐한다는 것이었다.

항상 아이를 위해 뭔가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좋은 장소로 데려가야 된다는 것이 혼자만의 착각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이런 깨달음은 100인의 아빠단이라는 부산시의 지원과 그 제도 안에서 자발적으로 활동하는 많은 아빠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 이였다. 함께 육아는 엄마와 아빠에게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 나아가 사회공동체까지도 포함된 것이다.

요즘 아이가 아프면 새벽부터 소아과에 가서 번호표를 뽑고 줄서서 기다리는 게 당연한 것처럼 되었다. 아이들에 대한 좋은 마음으로 소아과를 전공하게 된 많은 의사들이 상대적인 급여 차이와 현실적인 고강도 업무로 폐업하고, 의대생들도 소아과 전공을 기피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제도적인 개선으로 근무여건이 좋아진다면 소아과 전공 지원자가 많아지고, 이는 선순환되어 아이가 아플 때 걱정 없는 사회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넓은 의미로는 이러한 일련의 활동들이 사회공동체가 "함께 육아"하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아이를 낳으면 사회가 함께 키운다는 기조 아래 다양한 정책으로 합계출산율을 1.8명대까지 끌어 올린 사례가 있다. 출산 정책이 이제는 개인에 대한 지원을 넘어 다양한 사회활동과 연계되어야 한다는 좋은 사례이다. 부산시에서도 아이 키우기 좋은 부산 만들기를 통해 다양한 정책들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더욱 활성화되어 함께 육아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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