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11월 21일

여유시론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 광화문을 살린 야나기 무네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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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방문한 김건희 여사가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를 만나 오찬을 함께했다. 오래전 프랑스의 세계적 건축가 르 꼬르뷔제 전을 열었을 때 안도 다다오 특별 세션을 연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김여사는 조선이 낳은 미의 세계에 한없는 사랑과 존경을 가지고 일제 때 헐릴 뻔한 광화문을 살렸던 야나기 무네요시가 설립한 일본민예관을 찾은 것 등은 의미 있는 일이었다.

역대 대통령 부인가운데서 그 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예술계 인사를 만나거나 민예품 전시관을 찾은 일은 없었다. 관광을 가거나 브로치 명품 옷을 사 입은 대통령부인들은 있었지만 세계적 건축가를 직접 만나거나 민예품전시관을 찾은 것은 문화예술 전시기획 전문가인 김건희 여사가 아니면 가능한 일이 아니다.

안도 다다오는 일본의 독보적 건축가다. 고교를 졸업한 후 프로복서를 거쳐 독학으로 건축가의 길을 걸어 왔다. 어릴 적 싸우기만 하면 돈을 준다기에 가난했던 그는 복싱을 시작했지만 한계를 느껴 그만 두었다. 막노동을 하던 그는 우연히 헌책방에서 프랑스의 건축가 르 꼬르뷔제의 작품을 보고 감명을 받아 무작정 그를 만나러 유럽으로 떠난다. 하지만 이미 그가 세상을 떠난 뒤였다.

시베리아를 거쳐 전 유럽을 여행, 그때 얻은 영감으로 자신의 건축철학을 갖게 된다. ‘빛과 그늘의 철학으로 40년간 콘크리트 벽면 건축과 싸워 왔다. 그는 세상에는 되지 않는 일뿐이었다며 거의 대부분은 실패로 끝났다고 지난날을 회상한다. 그러나 남겨진 한 가닥 실낱같은 가능성에 모든 것을 걸고 작은 희망의 빛을 따라 필사적으로 살아왔다고 밝힌다.

그는 비즈니스 이상의 의미가 없는 세계최고 높이를 겨루는 투자가들의 사업에는 흥미가 없다. 그보다 도시문화를 육성하는 건축물, 어린이를 위한 건축에 치중했다. 아랍 에미레이트의 수도에 아부다비해양박물관, 아라비아 만에 떠있는 섬나라 바레인에 유적박물관의 프로젝트를 맡았다. 기원전 3000년부터 청동기시대까지 조성된 고분군을 조망하는 자리에 만들어진 역사박물관이다.

고교밖에 안 나온 그는 건축계의 노벨상이라는 프리커츠상 수상, 하바드대 객원 교수, 교토대 건축학과 교수를 지냈다. 건축은 빛과 그늘의 예술이다. 인생도 밝은 빛 같은 날이 있으면 반드시 그 뒤에는 그늘 같은 날이 있다며 언제나 겸손을 잃지 않는 건축가다.

일본은 국가 사이에는 철천지한을 품게 하는 큰 일이 있지만 개인으로는 한없이 고마운 사람들도 있다. 그 가운데 일제 강점기 조선 문화를 사랑하고 지키는데 앞장선 민예운동가 야나기 무네요시를 들 수 있다. 일본은 19193.1운동 후 경복궁 앞에 거대한 대리석 석조물 조선 총독부를 세우기 위해 그 자리에 있던 광화문을 철거키로 했다. 총독부의 무모한 결정에 야나기는 언론을 통해 정면으로 반대하며 여론형성에 나섰다. 야나기 덕분에 가까스로 철거위기를 모면한 광화문이 자리만 이전하게 되었다. 동경제대 철학과를 나온 27세의 젊은 그는 조선을 여행 하면서 도예를 중심으로 조선의 예술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3.1만세운동 2달 후 일본신문 요미우리에 조선인을 생각 한다는 일본의 조선식민 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연재 했다. 최종회에는 일본을 대표해서 조선에 사과하는 글을 싣기도 했다. 그는 해방 후 한국과 그 예술이라는 조선예술을 해설하고 아름다움을 소개하는 책도 펴냈다.

벌써 20년 전쯤 일이다. 친구들과 함께 나오시마의 바닷가에 있는 지추 미술관을 찾았다. 지하 통로로 내려가 한 벽면을 차지한 클로드 모네의 작품 연꽃과 근처 바닷가에서 파도에 밀려 떠내려 온 나무 등걸을 포개놓은 작품 등 보는 것마다 감동이었다. 지하 벽 위로 뚫린 공간을 따라 내려오는 빛이 작품을 보여주는 구조 등 보통 사람들의 상식과는 딴 세계였다. 안도 다다오는 쇠락한 섬 나오시마를 지추미술관 문화로 섬을 살린 장본인이다. 이번 김건희 여사와 안도다다오의 교류, 야나기 무네요시 일본 민속박물관의 방문은 하나의 역사로 자리 매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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