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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시론

이런 나라에서 어찌 아기를 많이 낳으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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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큰 사건들이 잇따라 터지고 있다. 나라를 이끌고 가야 할 청와대나 정치권의 바람 잘날 없이 계속 되는 사건 때문에 국민의 마음엔 화가 치민다. 왜 이러나. 나라가 어느 개인의 소유물인가. 이런 참에 대형화재, 가족인질 살인사건이 터졌다. 그 뿐인가. 어린이집 폭행 사건이 폭탄처럼 또 터졌다.

4살배기 아이가 보육교사의 폭행으로 뒤로 넘어지더니 다시 일어서 식사판 옆으로 다가가는 영상. 이럴 수는 없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아찔하다. 아이들은 하늘이 내려준 우리들이 살아가는 힘의 원천이다. 귀여운 아이들은 천사들이다.
 
그 아이가 김치를 남겼다고 때 묻은 어른의 팔로 후리칠 수는 없다. 낮잠 자는 시간에 돌아다닌다고 어린이를 방바닥에 패댕이치는 일, 아이가 흥얼댄다고 입에 휴지로 재갈을 물리고 어두운 방에 가두고 때리고 상상도 할 수없는 일이다. 모두가 아이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는 당연한 일인데도 관행처럼 일어나고 있다.
 
해마다 200건이 넘는 어린이 학대사건이 어린이집에서 벌어지고 있어도 청와대도 장관도 정치권에서도 이를 걱정하고 문제 삼아 본 일이 없다. “이런 나라에서 어찌 아이를 많이 낳으라 하나요” 어느 주부의 외침에 정부는 귀 기울여야 한다. 얼마 전 필리핀의빈민촌을 방문한 프란체스코 교황은 ‘어린이는 우리의 희망이며 미래’라고 했다. 어린이는 가정과 사회 국가가 가장 소중하게 보살피고 양육해야 할 우리의 보배며 미래의 자산이다.
 
정부의 무상교육정책에 따라 우후죽순처럼 서게 된 어린이집은 사립의경우 거의가 보육의 사명감보다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어린이집 몇 개를 소유하고 있다는 어느 어린이집 원장 가족은 마치 재벌가의 가족이나 된 듯 은근히 돈이 있다고 과시 한다.
 
원장직을 세습하는 것도 기업이나 다름없다. 사고파는 것이 금지 되어 있지만 편법이 안 통하는 곳이 없는 우리나라다. 2013년 경찰 수사로 서울 경기일대 어린이집 700여 곳에서 300억대의 공금횡령이 드러나기도 했다. 어디 서울 경기뿐이겠는가. 미국과 유럽은 어린이집이 국가공영기관이다. 우리 부모들이 원하고 있는 공영 어린이집은 전체 4만3700개 가운데 5%밖에 안 된다.
 
CCTV 설치는 기본 문제다. 거기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이다.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초등학교 어린이가 줄어 남아도는 교실의 전국 전수조사를 통해 어린이 집을 세우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렇게 하고 있는 곳도 있다. 이것은 교육부나 교육감의의지에 달려 있다. 그런데 쉽지 않는 것이 사설어린이집의 압력이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설 어린이집 원장들의 입김은 세다. 지역 정계에 큰 압력단체 역할을한다. 학부모를 통한 오피니언 리더 역할을 하기에 로비 힘이 먹혀드는 것이다.
 
더구나 원장, 교사자격 평가 인증도 민간기구인 한국보육진흥원이 맡고 있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인천 어린이집에 100점 만점에 95.36점을 주었다. 누가 이런 기구를 믿겠는가. 기 막히는 것은 진흥원 원장은 지금까지 모두가 퇴직공무원의 낙하산 출신이다. 어린이집 평가 업무를 수박겉핥기식으로 대강대강 해 오면서 뒷돈은 안 챙겼는지 살펴봐야 할 일이다.
 
급식비 횡령, 일 안하는 가족 등록 부정, 며느리 아들 딸 직계가족 채용으로교사의 질을 떨어뜨리는 등 갖은 수단을 동원하는 어린이집은 철저히 배제하는 제도의 정비도 급선무다. 사건이 생길 때마다 냄비 끓듯 하다가 사라지는 문제의식 탓에 나라는 항상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미국 오바마대통령 보좌기구에는 30여개가 넘는 특보팀이 있다고 한다. 에볼라 특보 팀이 그 가운데 하나. 한시적인 이 기구는 문제가 생기면 집중적으로 정보를 수집, 연구, 실천하는 정책을 만든다고 한다. 어린이집은 국가의 중요 보육기관이다. 일 만드는 복지부보다 대통령 직속 특보팀이라도 만들어 어린이집 문제를 시원하게 해결하면 좋을 것 같다.
 
 
[2015123일 제6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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