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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시론

3세 승계 이대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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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최초로 I.M.F(국제통화기금)총재가 된 크리스틴 리가르드의 경력은 다채롭다. 프랑스 출신인 그는 파리대학 로스쿨 법학석사로 두 아들을 키우면서 시카고 로펌에서 일했다. 영어에 능통 하다. 월가의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금융 통이다.
 
금융회사 이사 회장이 되는 등 능력을 과시하게 된다. 프랑스 산업통상, 농업, 재무 장관 등 눈부신경력이 남자들을 거뜬히 재치고 국제통화기금 총재자리로 오르게 했다. 항상 정장차림의 그가 파리 시내에서 자전거를 타고 사람들을 만나는 아줌마같은 모습은 인간적인 매력마저 풍긴다. 그의 스펙을 보면 I.M.F 총재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과정을 거쳤는지 알 수 있다.
 
우리 재벌 3세 여성 CEO들의 행태는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우리 속담 그대로다. 세상살이에는 나름대로 거쳐야 할 과정이 있다. 이 많은 과정을 거치면서 전문분야의 능력에 살이 붙게 되고, 리더십도 길러진다. 산전수전 다 겪고 기업을 일으킨 창업 1세대 할아버지, 2세대 아버지 어깨 너머 경영모습을 보고 자랐다고 하루아침에 대기업의 요직에 3세를 앉히는 것은 기업을 상속 목록쯤으로 아는 재벌들의 그릇된 욕심 때문이다. 이런 자리상속이 얼마나 무서운 영향을 미치는 지는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이 말해 준다.
 
자질과 능력은 뒤로 한 채 온실체질의 이들이 초고속 승진으로 사장자리에 오른다면 기업은 어떤 모습일까. 모르긴 해도 기업에 대한 그들의 열정이나 판단력이 선대 회장에 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땅콩 회항’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상식 밖 사건이었다. 뉴욕은 세계에서가장 큰 도시. 뉴욕 국제공항은 세계에서 제일 붐비는 공항중 하나다. 그런 곳에서 땅콩 서비스 문제로 이륙하기위해 활주로로 가고 있는 비행기를 돌렸다니 대기업으로서 대한항공의 수준이 의심스럽다. 미국의 뉴스채널 CNN은 물론 영국 중국 등 세계 언론은 호된 비판을 쏟아 냈다. “대한 항공은 타지 않겠다"느니 우리 네티즌 못지않게 비판의 강도는 높았다. 대한 항공의 망신은 물론 국격을 여지없이 추락시켰다.
 
얼마 전 삼성가의 3세 경영인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이 “한복 입은 사람은 뷔페식당을 출입금지하라”는 지시에 여론이 발칵 뒤집힌 사건도 작은 일이아니었다. 사과로 끝나긴 했지만 민족고유의 전통의상 한복에 감히 화살을 겨누다니 뒷맛은 씁쓰레 했다. 세상물정 모르고 자란 재벌가 젊은 3세들의 어처구니없는 행동들이었다.
 
좋은데서 태어나고 많은 혜택을 받고 자랐기에 사회나 이웃, 직원들에게 겸손해야 하는 것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기본이다. 안하무인격인 이런 사건이 터질 때 일류기업에 다닌다는 직원들의 자존심도 상처 받는다. 서민들에겐 절망감을 준다.
 
열정을 쏟으며 직장에 자신을 바치고 있는 여성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자리만 주어지면 얼마든지 일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능력을 지닌 여성들이 많다. 고시나 대학 졸업 등에서 뛰어난 여성들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것 만 봐도 알 수 있다. 핏줄이기 때문에 ‘내가 이룬 기업, 내 자식에게 세습은 당연 하다.’는 재벌가의 무조건적인승계인사는 개인문제가 아니다. 조직문화와 기업 가치에 마이너스요소가 된다는 경고가 계속된다.
 
우리나라 재벌은 초창기부터 정부의 지원과 국민의 성원에 힘입어 성장했다. 경제력 집중현상이 심화된 지금 재벌 기업을 개인의 소유로만 인식 하는 것은 예측 불가능한 기업의 미래를 너무 쉽게 진단하는 단견일 수 있다.
 
영국 왕실의 세습은 왕족들의 지극한 겸손과 의무, 국민에 대한 사랑으로나타난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겸손한 모습과 움직임에 세계는 감동 하고 있다. 환갑 진갑을 훨씬 넘긴 찰스 황세자에게 자리를 물려주지 않는 여왕의 심정은 어떨까.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왕일지라도 국민의 뜻을 존중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재벌가의 이런 인사가 언젠가는 국가경제 후퇴로 연결되지는 않을는지 걱정스럽다.
 
국가 브랜드를 높인 여성 스포츠 스타들의 활약상은 이럴 때 일수록 더욱귀하게 보인다. 세계를 열광 시킨 피겨여왕 김연아. 부모에게서 하루아침에 물러 받은 자리가 아니다. 어렸을 적부터 자신과의 피나는 싸움에서 이겨낸 결과다. 2014년 LPGA 세계 랭킹 1위의박인비, 체조요정 손연재의 끊임없는 노력에 국민들의 사랑은 쏟아지고 있다.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특권을 누리던 재벌3세 조현아 전 부사장의 신경질적인 행위가 여성 관리자들에 대한 인식에 좋지 않는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핏줄위주의 인사를 당연시하는 재벌기업, 3세들의 무조건적인 승계에 근본적인 개선을 요하는 빨간신호가 계속 켜져 있다.
 
[20141226일 제5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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