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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시론

프란체스코 교황의 방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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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체스코 교황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존경받는 인물이다. 교황은 언제나 말보다 실천으로 세계를 감동시킨다.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은 2017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교황을 선정해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지난해의 일이다. 명차 생산사 이태리 람보르기니로부터 교황은 수퍼카 우라칸을 선물로 받았다. 한화 2억3000만 원을 호가하는 초고가 차량이다. 교황은 이 차에 축복을 내린 뒤 경매에 넘겼다. 우라칸은 소더비 경매에서 원래 가격의 거의 4배에 이르는 9억1000만원에 팔렸다. 이 돈은 자선 사업에 활용됐다. ‘네 이웃을 사랑 하라’는 성경말씀 그대로 실천한 것이다. 묵은 체증이 씻겨 내리는 시원한 뉴스였다.


교황은 바티칸 내부에서 이동할때는 한국 기준으로 준중형 차(소형차)를 이용 한다. 손수 운전 할 때는 30년 된 낡은 르노차를 탄다고 한다. 그의 소박함은 옷을 비롯한 주변 모든 것에서 나타나고 있다. 근엄한 전 교황들의 자주 빛 성의나 왕관, 금빛 의자는 자취를 감추었고 크림 색깔의 옷과 모자를 애용한다. 침실도 기숙사 정도의 소박한 방이다.


교황이 미사를 집전하고 있을 때였다. 까까머리 어린 소년이 연단 위로 올라왔다. 교황이 말씀도중 한손으로 머리를 쓰다듬는다. 남루한 그 소년은 교황의 빈 의자 한쪽에 가만히 앉아 있다. 인간미 넘치는 흐뭇한 광경이었다.


생일에는 추기경들 대신 노숙자를 초대해 저녁 식사를 한다. 섬유종이 덕지덕지 올라 있는 환자의 얼굴에 미소 가득 띠우고 입맞춤 한다. 아프리카 난민이 떼죽음한 이태리 남부해안 현장에는 그곳 시장보다 먼저 달려갔다.


교황의 방문지에는 이래서 언제나 열렬한 환영의 인파가 넘쳐난다. 평화를 위해 교황은 분쟁이 있는 지역이나 고통 받는 사람이 있는 곳 어디나 간다. 50년이 넘게 이웃에서 적대 국가로 지낸 미국과 쿠바가 국교 정상화를 할 수 있었던 것도 교황의 도움이 컸다.


중동의 분쟁지역 팔레스타인과 미얀마도 방문 했다. 프란체스코 교황의 북한 방문이 실현 될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럽 순방 중 바티칸을 방문, 교황께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의 뜻을 간곡히 전한데 따른 것이다.


북한에는 해방직후 5만 5천명의 천주교 신자가 있었으나 북한 당국의 탄압으로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북한 내 유일한 성당인 평양의 장충성당에는 주일이면 70-80명, 큰 축일 때는 200명 정도의 신자가 미사를 본다고 한다. 교황청 공인사제가 없기 때문에 국가가 지정한 일반신자들이 돌아가면서 미사를 집전한다.


북한 헌법 제 68조에 ‘공민은 신앙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북에서 신앙의 자유는 허울에 불과하다. 교황이 방북하면 평양으로부터 평화의 메시지가 세계로 울러 퍼지고 김정은 위원장의 이미지도 개선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


북한가톨릭교가 소생의 기틀을 마련 할 수 있을지, 난제인 비핵화를 향한 정신적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도 숙제로 남는다. 프란체스코 교황이 2014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교황의 뜻에 따라 작은 기아차 ‘쏘울’을 탔다.


김정은 국무 위원장은 평소 완전 방탄차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 600 풀만가드라는 차를 사용 하다가 얼마 전시가 6억 3000만원에서 시작 되는 롤스로이스 8세대 팬텀차를 이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김 위원장의 고가 방탄차는 주변 환경에 대한 경계심이 작용한 것일지도 모른다. 교황이 방탄차 대신 사방이 오픈된 무개차를 이용 하는 건 두려워 할 것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프란체스코 교황의 방북이 ‘열렬한 환영’의 장이기보다는 비핵화와 남북평화가 이루어지는 ‘역사의 장’이 되기를 기원한다.

[20181024일 제1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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