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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시론

한해를 마무리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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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해가 저문다. 갖은 고통과 절망 속에서 또 한해가 저물어 간다. 지난 밤 천둥을 데리고 온 겨울비가 바닷가 소나무에 흠씬 찬비를 뿌렸다. 물기 젖은 오솔길을 걸어 잿빛 하늘이 내려 어두워지고 있는 소나무 숲 아래 벤치에 앉는다. 마음이 맑아지는 듯하다. 대자연이 주는 정신의 치유는 보약처럼 느껴진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행복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고 절망스런 느낌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에 이은 5월 대통령 취임, 북한의 계속 되는 핵 실험, 거기다 포항지진, 인천 낚싯배사고, 충북 제천 목욕탕참사 등에 이르기 까지 국민은 정신 차릴 여가도 없이 큰 사건에 휘몰리고 있다.


나라 안의 사고도 우리를 슬프게 하지만 나라 바깥에서도 끊임없이 도전 당하는 현상에 처절한 심정마저 든다. 우방인 미국과의 관계, 트럼프 대통령 취임이후 우리 정부의 시각과 잘 맞지 않는 미국의 대한정책도 우리로서는 신경이 쓰인다.


위안부 문제와 소녀상 설치가 일본 아베 정부의 반한 감정을 자극한 한 해였다. 우리가 프랑스처럼 힘 있는 나라였다면 독일이 2차 대전 때 프랑스 침입을 사과했던 것처럼 우리에게 한국 식민지 점령과 위안부 문제를 솔직히 사과했을런지도 모른다.


북한에 대한 방어용 사드 때문에 중국진출 기업에 트집 잡고 한국관광을 중단시켰다 풀었다를 되풀이하는 중국은 우리에게 무척 무거움을 주는 나라다. 숨 돌이킬 사이도 없이 조여 오는 큰 나라들의 압력은 끝이 없다. 국제 외교는 국력의 바로미터이다. 강력한 국력의 뒷받침 없이 국제사회에서 존중 받으려면 능란한 외교가 필수라고 한다.


국력을 기르고 외교관도 기르는 정부의 끊임없는 노력이 절실하다. 지난번 대통령 중국 방문에 수행한 우리 기자들이 중국 경호원들에게 중상을 입도록 발길질당한 사건은 중국 측의 사과도 없이 스르르 꼬리를 내렸다. 우리 대통령이 앞에 가고 있는 현장에서 수행기자가 구타당한 것은 나라가 구타당한 것이나 다르지 않다. 이런 상황을 더 문제 삼지 않는 것은 국민을 비굴하게 만드는 것이나 같다.


그나마 대한민국이 세계 11위 경제 대국인 것만은 다행이다. 경제발전에 걸맞은 정치의 행태를 갖추지 못한 것이 나라의 큰 약점이다. 낡은 보수와 모자라는 진보가 나뉘어 국회는 국민의 생활을 향상시키기 위한 법을 만드는 것 보다 싸움판이 일상이 됐다. 이런 국회의원들을 존경하는 국민은 없을 것 같다.


‘나라가 바로 서려면 정치가 바로 서야한다.’고 일찍이 정경 학숙을 만들어 정치인을 양성했던 일본의 존경받는 기업가 마쯔시다 고노스께 회장 같은 우리기업인은 눈을 닦아도 보이지 않는다. ‘적폐청산,은 잘못된 과거를 단절 시켜야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이다.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검찰청으로 출두하는 전 정부 요직인사들이 구속당하는 행태가 발전하는 정치인지 의심스럽다. 국민들이 싫어하면 그 마음을 읽는 능력은 정치인의 기본 의무다.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두 번이다.


집권 이래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 적폐청산은 계속되고 있다. 전 대통령과 그 요직들의 재판은 새해에도 또 우울한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다. 위기에 놓인 경제, 사회문제, 국제문제, 청년 일자리문제, 귀족노조문제... 등 정부가 해결해야 할 일은 태산처럼 쌓여 있다.


국가의 현재와 미래는 크게는 선장인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 ‘한사람의 훌륭한 지도자는 역사를 바꿀 수 있다’ 고 한다. 대통령 측근의 충고도 경청해야 하지만 국민의 뜻은 존중돼야 한다.


“내일부터 저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약속은 그대로 살아 있다. 보수나 진보나 대승적 차원에서 대통령은 국민 모두를 보듬어야한다. 그것이 나라발전의 원동력이다. 연말이 더 슬퍼지고 싶지 않다.


[20171222일 제9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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