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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시론

할머니 밥상에 오른 달걀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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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우리 집 밥상은 언제나 할머니 아버지위주로 차려졌다. 우리식구들은 그 옆 둥근판에 둘러앉아 밥을 먹었다. 할머니 상에 노란 달걀찜이 오르면 슬그머니 할머니 밥상 옆으로 가려던 나를 어머니가 살짝 잡아당기던 일이 잊어지지 않는다. 그때 할머니가 떠 먹여주시던 삼삼한 달걀찜은 왜 그리도 맛이 있었는지.


아직도 소금을 조금 친 달걀 프라이는 맛이 그만이다. 달걀이 살충제 파동으로 언제쯤 안심하고 식탁에 오를지 알 수가 없다. 달걀은 어린 아기의 이유식에서부터 가정의 밥상, 제과, 제빵, 식당 등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먹거리 재료다.


살충제 달걀 문제는 주부들에게는 너무나 큰 충격이다. 시장바구니에서 달걀을 제외하게 된 것이다. 농식품부나 식약처에서 어떤 실험결과를 발표해도 달걀을 그대로 믿고 먹기에는 어쩐지 찜찜하다.


지금은 살충제 뿐 아니라 경북에선 닭에서도 발암물질 살충제DDT가 발견되었다. 산란이 끝난 노계 처리는 어떻게 하는지 국민 먹거리 치킨마저 안심하고 먹지 못 할 상황에 이르렀다. 어렸을 적 머리에 이가 있다고 허옇게 학교에서 단체로 뿌려주던 발암물질 살충제 DDT가 아직도 일반농장의 달걀과 닭에서 발견된 것은 식품에 대한 치명적 부실로 연결된다.


농식품부와 식약처의 전수조사발표가 엇갈리고 우왕좌왕한 결과는 정부에 대한 불신만 불러왔을 뿐아무런 신뢰감을 주지도 못했다. 정부가 1300여개 전국달걀농장 전수조사에서 “샘플용 달걀을 가져 오라”는 식의 졸속 조사를 하는가 하면 식약처의 유통기관 조사에서는 겨우 두서너 건 밖에 찾지 못했다니 어떻게 일을 해나가는지 믿을 수 없다.


살충제 달걀문제에서 가장 국민들의 큰 불신을 자아낸것은 친환경농장의 90%가 살충제달걀임에도 친환경마크를 그대로 사용, 소비자에게 비싼 값을 받은 것이다. 이번에 달걀에서 나온 ‘피프로닐’이란 살충제는 다량 섭취하면 간장, 신장 등 장기가 손상될 가능성이 있는 독성 물질이다. 개나고양이에 기생하는 벼룩이나 진드기를 없애기 위해 사용하는 살충제를 닭에 쓴 것이다.


어느 농가에서 검출된 농약의 경우 미국 환경보호청이 발암 물질로 규정한 독성 살충제임이 밝혀졌다. 식약처가 각 연령대별로 살충제 달걀을 몇 개 이하로 먹어도 괜찮다는 식의 발표는 우선 급한 불을 끄고 보자는 얄팍한 속임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보다 못한 대한의사협회는 “살충제 달걀이 인체에 심각한 위해를 가할 정도로 독성을 가진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안심하고 먹어도 될 상황은 아니다”라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살충제 달걀의 장기 추적 연구결과가 없는 상황에서 달걀 섭취량을 설정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않는다는 의협의 경고는 정부의 철저한 대책을 촉구한 것이다. 이런 북새통에도 양산지역 25개 달걀 농장에서 생산된 달걀이 모두 적합 판정을 받았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어려운 일에는 누군가앞장서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50대의 오경 농장 대표의 열정과 설득에 모든 농장이 함께 노력한 결과라고 한다. 그는 전문사료공장을 경영하면서 항생제를 섞지 않았다. 선진국의 기계를 도입하여 달걀을 세척, 살균, 부적합 달걀선별, 포장까지 정성을 바친다고 한다.


오경농장을 중심으로 한 양산지역 25개 농가에서 생산되는 하루 90만개의 달걀은 경남부산수요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살충제 달걀을 두고 책임소재를 서로 미루는 농식품부와 식약처의 대응도 가관이었다.


더욱 큰 문제는 현안 파악도 제대로 못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행태다. 무엇이 뭔지도 모르는 처장의 발표는 그 부문의 문외한임을 증명하는 듯 했다. 달걀 문제의 총리 지적에 ‘짜증’을 부렸다고 하고 자기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부하의 잘못으로 미루면서 국회의원의 호된 질책에 뱅긋이 웃는 등 코드 인사의 실책을 그대로 노출했다.


박근혜대통령 정부시절 첫 해수부 장관의 비실비실 웃는 수첩인사나 다름없다. 이런 능력의 고급관리에게 세금으로 월급 주는 것이 아깝다. 달걀이 안심하고 우리 식탁에 오르도록 정부는 최선을 다 해야 한다.


[2017825일 제9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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