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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시론

겨울비 내리는 우울한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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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를 보내는 12월이 되면 누구나 우울해 지기 마련이다. 2016년 연말은 온 국민이 열병 앓듯 마음 아파하고 있다. 만나는 사람마다 TV가 보기 싫다고들 한다.


나라를 위기에 몰아넣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최순실 청문회에서 변명과 몰랐다로 일관한 청와대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 증인들의대답, 여전한 국회의원들의 고자세질의에 신물이 났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재판은 촛불 집회에서 보여 주듯 국민의 강력한 요구다. 최순실이란 ‘요물’에 자신을 맡긴 박근혜 대통령은 최의 농단이 극히 일부분이라 변명하지만 국정 전반의 영향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렇다고 청문하는 국회의원의 자세를 잘 한다고 점수를 주는 사람도 없다.


민의民意를 대변한다는 잘난 국회의원들에게 박대통령 집권 4년 가까이 최순실과 대통령의 관계에 대한 정보하나 없었다는 것도 한심하다. 당연히 국회에서 문제 삼아야 하지 않았는지. 그렇게 못한 것도 직무유기다. 오죽하면 “김정은이 핵폭탄을 국회의원이 있는 국회에다 한방 때려야지 어디로 때려” 동네 앞 이기대 산길을 내려오며 한 등산객이 큰소리로 내뱉는다.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모두 국민들의 마음밖에 났다. 촛불 민심에 업혀 국가는 위기에 처했는데 만면에 웃음을 띠며 마치 대통령이나 된 것처럼 행동하는 것도 국민의 눈에는 역겹다. ‘성은이 망극 하옵니다’식 왕조시대의 청와대가 국가의 위기를 자초 했다.


바른 말 한마디 못하고 대통령도 일주일에 한 번도 못 만났다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 비서실장으로서의 역할만 바로 했어도 나라가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창 대통령의 불통이 문제됐을 때다. 국무회의 마칠 때 쯤 대통령이 서류를 들고 일어서면서 장관들에게 “대통령 꼭 대면해야 합니까”라고 물었다.


어느 장관도 그렇다고 대답하지 않는 장면이 TV에 슬쩍 비쳤다. 대통령의 레이저 광선만 피하면 자리를 오래 보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권력지향형의 엘리트들이 이 나라 장관들이다. 국민을 위한 정책의 실천보다 대통령에 대한 맹종만 있는 행정의 결과들이 쌓이고 쌓여 최순실도 제어하지 못했고 나라가 위기에 빠지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라가 지탱해온 것이 ‘기적’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것’은 당연한 이치다. 청와대가 썩고 보신주의 장관들에다 사사건건 반대하고 싸움질하고 부패한 국회의원들, 정당들, 사리분별 안하는 높은 판사 검사들. 국민과 나라는 어쩌란 말인가.


돈이면 청와대도 어디도 안 통하는 곳이 없다는 사실이 국민을 슬프게한다. 국민들은 믿고 기댈 언덕이 없다. 아래로 내려오면 첩첩한 관료 체제와 도의원, 시의원, 구군의원까지. 쥐꼬리만 한 권력을 가졌다면 진정 주민을 위해 봉사하는 것보다 어깨에 힘주며 군림하는 권력층에 국민은 절망한다.


썩은 윗물은 아래로 잘도 흘러내린다. 나라 전체가 부정한 면, 부패한 구석이 뒤범벅이 되어 발전을 가로 막는다. 정직, 신뢰, 투명성등 사회적 자본이 없는 나라나 기업은 국제 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


링컨대통령이 떠오른다. 그는 정직했다. 우체국장시절 정적의 고발로 주정부의 감사를 받은 적이 있다. 우표 판 큰 돈은 물론 가장 작은 페니는 다락한곳 헌 양말 안에 넣어 두어 1페니도 횡령하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졌다. 대통령이 된 링컨은 선거의 정적을 재무장관 등 요직에 앉히고 밤새 국민들로부터 온 편지의 답장을 손수 썼다.


우리도 링컨처럼 담대하고 정이넘치는 훌륭한 대통령을 보고 싶다. 겸손하고 심부름 잘 하는 그런 국회의원을 보고 싶다.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산길을 걸으며 한해를 보내는 마음에 겨울비가 내린다. 슬프다.


[20161223일 제8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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