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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시론

믿음을 저버린 대통령


 

전상수 고문님.jpg이 나라에 태어난 것이 불행이다. 지금 우리 국민은 모두가 불행하다. 광화문으로 흐르는 100만 시위대의 촛불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절망과 분노로 젖어 있다.


최순실을 선생으로 모시고 국정을 의논하고 국가의 시스템을 무시한 대통령이라니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공모’ 피의자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최초의 대통령이 되어 있다.


옛날엔 임금을 잘못 만나 백성들이 슬펐고 지금은 대통령을 잘못 만나 불행하다. 세종대왕 이래 진심으로 백성과 나라 걱정을 한 임금이 몇이나 있었는가.


임란 때 울부짖는 백성을 버리고 압록강 쪽으로 달아나던 못난 선조가 떠오른다. 나라를 구한 이순신장군은 태형과 구류로 괴롭히고 모함꾼 원균을 오히려 일등공신으로 치켜 올린 선조였다.


박정희 대통령은 유사이래 처음으로 국민에게 배고픔의 서러움을 해결해준 은인이었다. 경제대국의 기반을 마련하고 수출 한국호의 기치로 세계를 알게 했으며 자긍심을 심어준 의지의 지도자였다.


유신 군부 독제체제에 고통도 컸지만 국가경제의 기적을 만들어내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강인한 민족의 저력을 창출해 낸 것만으로도 여전히 존경받는 대통령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어느 해 가을 들녘에서 노란밀집 모자에 농부들과 어울려 막걸리를 마시던 한 장의 사진이 훈훈한 인간미의 일면을 보여준다.


그의 장녀 박근혜 대통령은 비명으로 간 부모의 후광과 그에 대한 연민의 정 때문에 대통령 자리에 오르고도 아버지 어머니가 남겨준 강인하고 때로는 훈훈한 품성, 애국심은 어디로 버렸는지 국민의 눈에 분노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청와대를 ‘우리집’ 이라면서 “우리집으로 돌아 가야돼”라고 되뇌었다고 한다. 공천에서 계속 누락시켜도 당선되어 대선 선대위원장을 한 사람도 바른말 한번 하면 절대로 용서하지 않고 끝까지 배격하는 대통령이었다.


자기만을 감싸는 맹종파 친박이나 따로 불러 청와대에서 회식하고 최태민의 딸 최순실 일당을 나라의 미래를 맡길 사람이라고 믿은 비 리더형의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직접 재벌들을 독대, 774억이라는 거액을 눈 깜짝 할 사이에 거두어 최순실과 함께 만든 k재단, 미르재단에 운영자금으로 낭비하게 한 일이 '사욕이 없어 위법이 아니다'라고 청와대는 변명한다.


후한을 두려워하는 재벌들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떨었을 것은 훤하다. 재벌 그룹내 비자금이니 세금포탈이니 갖가지 불법 요인이 없는 기업이 없으니 총수가 구속되는 것보다 자금 출연이 쉬운 일인 것이다.


최순실 딸의 이대 부정입학이 수능시험을 마친 학생들을 촛불시위장에 불러들였다. 재벌이 낸 돈으로 말 한 마리에 10억을 주고 사고도 자기 마장이 없다며 연습도 안했다고 한다. 이런 ‘개망나니’의 어머니가 권력을 휘두르고 교사를 망신주고, 대통령에게 납품 부탁시키고 명품가방과 사례금까지 받아 챙기고... 권력의 썩은 냄새가 나라 곳곳으로 흘러내리는 듯하다.


“아직도 그 나쁜 사람 거기에 있나요?” 대통령 한 마디면 그만 국장자리도 끝나고 만다. 시스템을 중시해야 하는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말 한마디 잘못하면 그날로 끝이니까 여론이나 정보가 바로 전달되지 못한 건 당연하다.


3년이 넘도록 언론에서 수없이 지적했건만 귀 기울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안으로는 끊임없이 계속되는 북핵 위협, 경제위기, 청년 실업, 한진해운문제, 세월호 문제, 저출산 고령화 문제 등 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태산 같고 밖으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나라의 외교문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널뛰듯 하는 정책, 아무리 돌아봐도 우리를 도와 줄 나라는 없다.


CNN, BBC, 뉴욕 타임즈 등 세계 주요 매체들은 매시간 박근혜 대통령의 부패 스캔들을 헤드라인 뉴스로 내보내고 있다. 추락하고 있는 국가의 신뢰도를 막을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대규모 시위에 이긴 대통령이 없다. 드골 프랑스대통령도 학생시위로 하야 했다. 이승만 대통령도 부정부패에 항의하는 데모 때문에 하와이로 망명 했다. 박정희 대통령도 마산 부산에서 벌어진 유신체제 반대시위가 서울로 연결되어 비극을 부르는 단초가 되었다. 전두환 대통령도 5.18에 끝까지 고통당했고 지금의 촛불시위는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


[20161123일 제8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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