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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시론

프란치스코 교황이 던진 신선한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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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4박5일의 짧은 방한 기간 동안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에게 남기고 간 사랑과 겸손, 따뜻한 말은 우리 가슴을 흠뻑 적셔 주었다.
 
왼손에 든 낡은 가죽가방, 목에 건 긴 십자가 , 사지가 마비된 장애인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애기들을 축복하는 환한 미소, 소외된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인간미 물씬 한 소박한 언행이 국민들의 마음에 기쁨과 공감의 물결을 일으켜 주었다. 우리가 얼마나 무거운 삶을 살아왔고 살고 있으며 또 살아 갈 것인가. 소형차를 타고 인정이 가득 한 얼굴로 손을 흔드는 모습이 새삼 우리의 처지를 돌아보게 했다. 우리국민의 아픔에 진정한 겸손과 사랑으로 다가와 위로와 격려를 한 우리 지도자는 몇이나 있었는지.
 
교황이 가는 곳 마다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손을 내밀며 환호하는 모습에서 이 시대 우리 지도자에 대한 정신적 갈증을 보는 듯 했다. 오랜 세월 못 볼 것 다보고 겪어온 지친 국민들에게 끝없이 낮은 데로 향한 프란치스코교황의 진심어린 행보는 종교와 세대를 넘어,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했다.
 
한국천주교 중앙협의회를 방문했을 때 교황은 큰 방명록 한쪽 귀퉁이에 깨알같은 작은 글씨로 사인했다. 돋보기를 써야 보일정도였다니 그가 얼마나 자신을 낮추는지 마음 깊은 곳에서우러나는 그의 행동에 감탄했다고 한다. 소형차에 지붕까지 설치한 아이디어도 신선했지만 그분 에게는 오히려 그것이 잘 어울려 보였다. 자신을 한없이 낮춘다고 해서 경시받는 것 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주는것 같았다.
 
교황청에서 맞은 지난해 첫 생일날도 추기경들과 함께 한 것 이 아니라 바티칸 주변의 노숙자를 초대했다. 그때 그일은 세계적 뉴스였지만 참으로 흐뭇했다. 만일 우리 청와대에서 대통령의 생일축하 때 소리 소문 없이 서울역노숙자들을 초대 했다면... 상상만 해도 두고두고 행복해 질것 같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개혁의 실천력도 무서울 정도로 강하다. 취임하자마자 곧 추기경자문단을 구성, 돈세탁과 비리로 논란을 빚었던 바티칸 은행을 과감히 개혁했다. 범죄집단 마피아도 스스럼없이 파문 했다. 이 모두가 취임한지 1년 안팎의 일이다. 외유내강한 새로운 리더십에 세계가 환호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기간 세월호 유가족을 몇 번이나 만나 격려한것도 그의 행보에서 보면 자연스런 일이었다. 취임 후 로마밖 첫 방문지는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 섬이었다. 북아프리카 난민들이 유럽으로 가는 주요 밀항지인 이곳 바다에서 10년동안 천명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소중한 인명이 희생되었다는 점에서는 세월호 참사와 다르지 않다. 그곳에서 교황은 생존자와 불법이주민들을 만났다. 모유시설 등의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고향에 전화하라며 휴대폰과 국제전화 카드도 선물 했다. 지난해 10월 그바다 에서 또 사고가 발생했다. 360여명이 익사한 그날 교황은 관리나 정부 책임자보다 먼저 달려 갔다. “ 심장이 가시로 찔리는 듯 고통스럽다”며 탄식 했다.
 
말뿐만이 아니라 행동과 실천으로 보여주는 교황에게 사랑과 존경이 모이는것은 자연스런 이치다. [...주교가 되고, 추기경이 되고 교황이 되는 것은 위로 한 단계씩 올라가는것이 아니라 밑으로 한 단계씩 내려가는 것이다.] 가톨릭 성직자 모임에서남긴 이 말은 성직자뿐만 아니라 우리정치지도자, 관료, 기업인 모두가 귀담아 두어야 할 사실상 따끔한 충고다. 교황은 [ 부자로 살아가는 수도자의 위선이 신자들의 영혼에 상처를 주고 교회를 해친다]고도 했다. 신자들의 주머니돈으로 마련한 개신교 유명교회들의 상속문제, 전통 있는 사찰 주지들이 퇴임 후 개인 절 운영 등 의외로 종교의 문제는 많다. 복을 빌 곳은 많아도 고달픈 신자들이 찾아가 의지 할 곳 드문 현실이 서글프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의 불안한 현실을 꿰뚫어 보고 소중한 메시지를 남기고 갔다. 그의 사랑과 겸손, 화해와 소통, 위로와 격려가 흐르는 샘물처럼 우리 지도층으로부터 서민층으로 서서히 흘러 주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마음으로 합장하며 기도하고 싶다.
 
[2014년 8월 22일 제55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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