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05월 12일

여유시론

‘엄마 가산점제’ 말은 풋풋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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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부관계를 주제로 다룬 방송을 드라마뿐 만 아니라 토크쇼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싸우지 않고 사는 부부가 어디있겠는가마는 각 부부마다 각자의 입장에서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다 이해가 되고 맞는 말인 것 같아 나의 경우를 비추어 생각해 보게 된다.
 
특히 필자가 몸담고 있는 상담기관인 부산여성의전화로 상담을 문의해 오거나 대상자들의 욕구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다 보면 예전에는
남녀간의 문제 혹은 가정 내의 문제로 숨어있던 얘기들이 드러나고 가정폭력의 사건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부장적인 부부관계와 상대에 대한 배려없는 부부사이에서는 서로의
배우자를 ‘니가’ 라며 쏘아붙인다든지, 처가 혹은 시댁을 일컬어 ‘느그 집’이라는 말로 편을 가르기도 한다. 언어적 폭력 혹은 정서적 폭력에 해당하는 무시를 당하는 경우는 허다하다.소통! 정말 어려운 말이다. 우리는 가끔 우리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듣고 싶은 말만 들으며 생활할 때도 있다.
 
이제껏 소통하며 대화하는 방법을 잘 몰랐고, 또 어떻게 하면 잘 싸우고화해하는 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신혼시절 아직도 많은 젊은 부부들은 선배부부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소위 초반
에 기선제압만 잘하면 가정사 주도권을 잡고 자기 편한대로 살아가며 또한그것이 상대를 이기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가정을 오히려 불편하게 한다. 기선제압이 아니라 갈등의 시작이 된다. 그래서 본 상담소에서는 오래전부터 주요 프로그램의 하나로 대화의방법, 소통의 방법을 한번 배워보고자 ‘상생(相生)결단’이라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말 그대로 부부가 평등해야
가정이 화목할 수 있음을 이해하고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기보다 서로가 도움주고 도움받는 성장하는 관계라는 의미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부부간에 성역할 고정관념을 서로 점검하고 평등한 의사소통법, 부부의성 이해, 배우자의 성(性)적 자기결정권 존중, 부부 댄스테라피, 부부간의 파트너십 강화 프로그램 등을 통해 참
가부부들이 서로를 알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부부관계에서도 이렇게 소통이 어려운데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다문화가정의 경우는 어떨까? 다문화 가족은 아직 사랑이라는 열매가 영글지 못한 채 결혼을 하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행복이라는보물을 찾기 위해 부부 서로가 믿어주고 배려해주고 기다려주는 과정을 잘 겪을 수 있도록 부산진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는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이다. 특히 5월 21일은 부부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화목한 가정을 일궈가자는 취지로 ‘부부의 날’로 제정하였다. 부부가 상대방을 배우자라고 하는 것도 한 평생을 서로에 대해 배워가야 하는 사람이라서 ‘배우자’라고 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한 여성 정치인이 내놓은 ‘엄마 가산점제’ 개정 법안이 여성계에 큰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쉽게 말하면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나온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법’개정안에서 출산육아 경험이 있는 여성이 다시 직장을 가지려고 입사 시험을치면 2%의 가산점을 주자는 내용이다. 국회에 계류중이지만 군복무에 2%의 가산점을 주자는 내용과 대칭점을 이루는 법안처럼 보인다.
 
군복무를 마친 남성에게 가산점을 주듯 아기 낳고 아이 기르다 재취업하려는 여성들에게도 가산점을 주자는 것인 모양이다. 엄마가산점제는 얼핏 듣기엔 꽤 괜찮은 법안으로 보인다. 임신 출산 육아에 여성이 당하는 고통과 아기에 대한 온갖 정성어린 사랑을 생각하면 그나마 공감 할수 있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법의 혜택이 어떤 곳에서 작동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예를 들면 공무원 시험은 대학을 나오고도 오랫동안 머리 싸매고 시험 준비한 젊은 남녀가 경쟁대상이다. 경쟁률은100:1이 넘는 경우가 예사. 대기업의 사정은 더욱 팍팍하다. 그런 곳은 머리 좋은 엘리트들이 진을 쳐 더욱 쉽지 않다.
 
임신 중 고생, 낳느라 고생, 기르느라 혼쭐난 엄마들이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 등 공채하는 어느 곳에서도 2%의 가산점 믿고 원서를 낼 엄마는 없을 것이다. 죽으나 사나 매달려 입사시험공부를 한 청년과 아기 우유주랴 기저귀 갈랴 밤잠 설치기 일쑤인 젊은 엄마의 시합은 모르긴 해도 보나마나다. 특수 전문직 여성에게는 가능성이 있겠지만 그런 특수직은 웬만해서는 임신 육아로 직장을 그만두지 않는다. 직장이 자신의 삶이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한 유명 대기업 입사 시험 후 합격자 연수에도 30세가 넘은여성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출산육아 때문에 직장을 그만둔 여성이 다시 일을 시작할 때는 이전보다 근무조건이 좋지 않은 상태에 놓이게 된다. 주로 판매직 서비스직 등의 분야에 몰리고 있다. 이렇듯 젊은 엄마와 청년 일자리의 경쟁 시장은 뚜렷이 다르게 나타난다.
 
만일 법이 통과되어 대학 나온 젊은 여성이 2%의 가산점을 받으려면 아이 낳고 취업시험도 계속 치러야 하는 2중 고통을 감당해야 한다. 거의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이대로 저 출산이 계속된다면 한국은 2305년에는 인구 5만7천밖에 안돼 나라마저 망한다는 어느 미래 학자의 쇼킹한 연구결과에서도 드러났듯이 여성 정치인이 이 개정안을 낸것도 이해는 된다. 개정 법안을 내는것 보다 현재 있는 법이 그대로 지켜지도록 야무진 실천이 뒤따를 수 있는 부수정책을 마련하는 편이 나를것 같다.
 
일선 기업이 남녀고용평등법이 지켜지도록 기업주의 의식 변화, 아기를 데리고 출근 할 수 있는 어린이집 설립 등 적극 추진해야 할 일은 많다. 부산여성경제인협회 한 중견기업사장도 “육아휴직 1년, 출산 전 산후휴가 90일 등은 우리 회사로선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솔직히 말한다. 이런 현실에서 엄마 가산점제로 인해 미혼여성, 불임여성들도 불이익을 당한다면 여성 간에도 불평등 문제가 야기 된다.
 
스웨덴 핀란드 등 유럽 국가들은 가정과 직장이 잘 양립되도록 지원체계가 상당히 안정적이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을수록 출산율이 높아지는 플러스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을 통계가 보여주고 있다.
 
부산시는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부산'을 광고하고 있다. 둘째 아이에 20만원, 셋째를 낳으면 매달 10만원,1년간 12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각구청별로도 지원이 계속될 정도로 애정을 쏟고 있다.요즘 시장에서나 백화점 등에서 임신한 여성이나 유모차에 탄 아기를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전에 없이 따뜻한 것을 느낄 수가 있다. 그런 분위기 탓인지 부산시의 합계 출산율도지난해 1.14명 정도로 높아졌다. 2012년 1.08명보다 장족의 발전이다.
 
불임여성, 미혼여성 등에게 차별을 줄 것이 확실시 되는 '엄마가산점제'는 선진국에서 선 찾아 볼 수 없다. 출산 후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좋은 어린이집에서부터 법에 보장된 1년 이상의 육아 휴직, 동일 직종 남녀 임금 불평등 등 법에 보장된 남녀고용평등법부터 철저히 시행토록 힘써야 한다. 종이위에 자고 있는 법은 법이 아니다.
 
 
*'우리 사는 세상'은 본지 전상수 편집주간이 집필 연재합니다.
 
[2013년 4월25일 제41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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