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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시론

재벌 언제까지 국민 빈축 사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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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삼성가 장남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이 드디어 세상을 떠났다. 그러다가 갈 것을 동생인 삼성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재산 상속 소송을 벌여 형제들과 함께 세상 입질에 오르다가 인생의 마지막을 보냈다.
 
“건희, 건희 감히 이름을 함부로 불러,,,,,” 동생 이건희 회장이 형에게 내뱉은 이 말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아무리 못 마땅하더라도 형에게 이렇게 까지 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네 정서이기 때문이다. 형네 쪽에서 제사를 지내러 오는 것도 막는다는 등 한국 대표 재벌 집안의 살벌한 분위기를 엿볼수 있었다. 장례식에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가족들이 조문 했지만 그것이 양쪽집안의 관계개선으로 이어질 지는 두고 볼 일이다.
 
거대한 경제력과 조직을 움직이며 국가 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재벌가에 대한 관심은 어떤 공인보다 크다. LG 등 몇 몇 재벌을 제외한 우리나라 대부분의 재벌 총수나 그 아들 딸 형제들의 행태를 보면 배울 점 보다 오히려 성토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오래된 일이다.
일본에서 우유배달로 성공해 오늘의 롯데그룹을 만든 신격호 회장 가의 ‘형제의 난’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숨겨진 뒷이야기를 다시 되새기게 한다. 동생 신동빈 회장이 한,일 양 그룹 대표 회장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으로 표면상 정리됐지만 거의 한 세기 기업만 보고 달려온 신격호 회장의 심정은 처절할 것이다.
 
경영권을 송두리째 앗아간 아들의 행위는 바로 아버지에게 비수를 들이댄 것이나 다르지 않다. 명확한 경영권 승계를 예비하지 못한 총괄회장의 책임이 이 같은 사건을 자초한 것이긴 하나 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형제의 난투극’은 아버지 총괄회장에게는 절망을, 롯데 그룹 이미지에는 치명타를 가한 것이다.
 
재벌그룹 회장 3세 아들의 광기와 잔혹성이 빚어낸 반사회적 문제를 다룬 범죄오락영화 ‘베테랑’이 개봉 8일 만에 관객 800만 명을 넘어섰다. 고위층의 계속되는 압력에도 베테랑 형사의 열정이 문제를 해결하고야 만다는 줄거리다. 눈에 뵈는 것이 없는 재벌 3세가 새 애인 앞에서 임신한 전 애인에게 마약을 투약, 반쯤 죽이는 잔인한 장면, 재벌 아버지가 개망나니 아들대신 상무를 회사대표를 시켜주겠다며 엉덩이에 몽둥이질을 하는 비인간적인 행위 등 재벌의 문제점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어 재미있고 시원하다.
 
재벌그룹의 상속과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형제 가족 간의 분쟁은 집안싸움에그치지 않고 국가경제에 큰 타격이 될수도 있다. 우리나라 40대 대기업 중 거의 절반 정도가 경영권 승계와 상속 때문에 문제를 일으켰다. 우리 경제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난 상황에서 형제간 분쟁이나 경험과 능력없는 3세 경영권 세습은 국가경제에 위험 요인으로 작용 할 수도 있다. 대통령은 5년마다 바뀐다. 그러나 재벌기업 총수는 병고나 특별한 사태가 벌어지지 않는 한장기집권이 가능 하다. 이런 현실에서 대기업 회장의 자리는 더욱 중요하다.
 
삼성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은 10여 년 전 세계 굴지의 스웨덴 기업 발렌베리 그룹을 방문했다. 150년 전통의 재벌가문 발렌베리는 금융, 건설, 기계,전자 등 계열사 100여개를 거느리고 스웨덴 국내 총생산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발렌베리 가문의 가훈은 ‘존경받는 부자가 되라'는 것이다. 이 가문에 속한 기업인들은 경범죄조차 저지르지 않도록 교육을 받는다. 후계자 선정에는 조건도 엄격하지만 10년이 걸린다고 한다.
 
총수익의 85%를 납세하는 발렌베리 재단은 스톡홀름 경제대학 등 공익사업과과학기술 분야에 적극 후원하고 있다. 공익을 우선하는 이런 투철한 기업 이념이 스웨덴 국민의 신임과 존경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삼성이 아직도 이 그룹을 롤 모델로 여기고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은 아주 오래전 자서전 서문에서 한 기업이 3대 가기는 어렵다고 한 대목이 떠오른다. 우리 재벌기업이 국민의 존경을 받으며 순항하려면 더이상 국민의 빈축을 사지 않아야 한다.
 
 
[2015826일 제6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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