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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시론

영화의 전당에 온 오드리 헵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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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면 아직도 바깥 기온이 싸늘하다. 지난 20일 수요일 밤 8시가 되기 전이다. 수영만 나루공원 옆 영화의 전당에 어디서 오는지 사람들이 끊임없이 모여든다.
 
세기의 여배우 오드리 헵번의 ‘로마의 휴일’을 보러 오는 팬들이다. 밤하늘을 품은 듯 탁 트인 거대한 지붕아래 펼쳐진 야외공연장은 순식간에 맨 뒷자리와 동쪽 끝 바람 찬 곳을 제외하고는 꽉차버린다. 좋은 영화에 목마른 팬들의 열기가 느껴진다.
 
‘아름다움을 뛰어 넘은 아름다움’(beauty beyond beauty). 그의 아름다움은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청순미로 우리에게 다가 온다. 배우를 끝냈을 때 세계의 어린이를 돕는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모든 열정을 쏟아 부었다. 수단, 소말리아 ,중남미, 베트남, 비극이 계속되는 절망의 땅 어린이들에게 따뜻한 사랑의 손을 내 밀었다. 이때문에 더 많은 관람객이 모였는지도 모른다.
 
로마에 온 어느 나라 공주가 판에 박힌 규율 때문에 잠 못 이루다 숙소 지붕을 타고 달아난다. 밤거리를 배회하다 돌담장위에서 잠이 든다. 나오기 전 신경안정제 주사를 맞은 것이 화근이었다. 마침 아파트로 돌아가던 미국기자의 눈에 띈다.... 다음날 기자는 큰 사진과 함께 실린 공주의 와병 기사를 보고 바로 그 아가씨가 로마에 온 공주임을알게 된다. 단 이틀 동안 기자와 함께 벌였던 사건, ‘로마의 휴일’에서 헵번의 청순한 모습, 신선한 이미지는 세계인의 가슴에 큰 감동을 안겨 주었다.
 
오드리 헵번은 네덜란드 귀족집안의 아버지와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2차 대전 중 레지스탕스에 들어간 두 오빠가 독일군에 잡혀가는 바람에 때문에 집안은 고통에 빠지게 된다. 오드리는 튤립뿌리와 물만으로 지냈다. 1945년 히틀러의 자살로 두 오빠가 돌아온다. 전쟁이 앗아간 물질이 가족의 소중함에 비하면 하찮고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전쟁 동안 헵번 가족은 유니세프의 구호품을 받으며 살아왔다.
 
그의 어머니는 늘 “오렌지 주스를 먹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우유를, 달걀을 먹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라고 되뇌었다. 이런 청소년기의 환경과 체험이 헵번을 유니세프의 가장 진실한 봉사자의 한사람으로 새로 태어나게 한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다. 헵번을 뒷받침하기 위해 어머니는 가정부, 미용사 보조, 꽃집 보조, 화장품 세일즈, 집 관리인등 갖은 험한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헵번도 키가 너무 커버려 그렇게 원하던 발레를 할 수 없게 되자 생계를 위해 패션 디자이너 샵에서 의상 모델, 다큐멘터리 승무원역, 조상화가의 모델역 안 해본 것이 없을 정도지만 꿋꿋이 고생을 이겨내고 있었다. 단역을 하고 있을 때 우연히 놀고 있는 헵번을 발견한 유명여류작가의 눈에 띄어 뮤지컬 ‘지지’에 출연, 흥행에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그 뒤 ‘로마의 휴일’ ‘티파니에서 아침을’ 등 수많은 영화에서 대박을 터뜨린다.
 
1953년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이 오드리 헵번을 표지모델로 쓸 만큼 세계가 인정하는 배우가 된다. 그런 그가 “인기는 강렬한 쾌락일 뿐입니다. 오래 지속되지 못하기 때문에 그 순간에만더 만족을 주는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1980년 그는 단연 모든 영화를 거절하고 스위스에 정착한다. 쉬어 본적이 없는 그의 생에 꿈같은 휴식을 선택한 것이다.
 
그 뒤 가끔 영화에 출연했지만 63세에 생을 마감하기 까지 유니세프를 도우는 일에 헌신한다. “나의 유명세가 유니세프에 도움이 되어 수많은 어린이를 살릴 수 있으면 이건 너무 근사한 일이 아닌가요” 새까만 아이를 등에 업고 양산을 쓴 채 웃고 있는 주름진 얼굴이 천사처럼 아름다워 보인다.
 
“여성의 아름다움은 얼굴에 있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그녀의 영혼이 반영된 내면의 모습이다” 수많은 명언을 남긴 헵번, 세계인을 향한 그의 봉사정신이 배우 김혜자를 떠 올리게 한다. 아프리카의 빈국 에디오피아에 복지센터를 열어 뒷바라지하고 몇 년 전 아이티 대지진때 봉사활동에 참여하던 모습이 정말 자랑스럽다.
 
앞으로 가능성 있는 많은 여성들이 세계로 향한 봉사의 대열에 함께 하는 날이 반드시 오리라 믿는다.
 
[2015525일 제6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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