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6년 08월 13일

여유시론

절경 망치는 부산시와 남구청, 이래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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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아름다운 도시다. 부산에서 살고 있다는 자긍심을 갖는 것은 산과 푸른 바다를 품은 천혜의 매력 때문이다. 가끔 해운대에서 친구를 만나고 광안대교로 돌아올 때면 차창 너머로 황령산을 바라본다. 잠깐 사이 바닷가 절벽 아래로 하얀 파도가 밀려오는 이기대가 보인다. 절벽 위 소나무들은 아득한 하늘로 이어져 있다. 순간 마음은 한없이 맑아진다.

10년은 되었을까. 수영 삼익 아파트 남쪽 초입에는 나지막한 바위로 이루어진 예쁜 포구가 있었다. 동이 틀 무렵이면 밤새 조업한 작은 고깃배들이 들어온다. 싱싱한 생선을 사와 아침 식탁에 올리는 것은 주민들의 행복이었다. 가끔 포구 옆 도로를 지나면 파도는 차창 위로 하얀 포말을 날린다. 도심 어느 곳에 이런 신선한 광경이 또 있을까. 영세어민의 포구가 사라진 그 바닷가에는 현재 시멘트 건물이 들어서고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해운대 동백섬 입구도 호텔 레스토랑이 들어 선지 오래다. 우리 주변의 이런 아름다운 자연이 서서히 사라진 것은 고위직 공무원과 국회의원 등 권력자와 부동산 건축업자와의 결탁이 빚어낸 결과로 보인다. 시드니에서 고향 찾아온 한 중년 여성이 호텔이 동백섬을 망쳤다고 한탄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이기대 자연공원도 한 건설업자의 끈질긴 탐욕에 훼손될 위기를 맞고 있다. 이기대 입구 동산 아래 252동의 아파트 건축 허가를 부산시장과 남구청장으로부터 받아 낸 것이다. 몇 년 전에는 동산 허리에 케이블카를 동백섬으로 연결하려다 해운대 주민들과 시민단체의 반대로 좌절당한 그 업체다.

집념이 강하면 공무원 구워삶기는 어렵잖은 모양이다. 지난 4월 지방선거에 낙선, 6월 30일 퇴임을 앞둔 시장과 남구청장이 발맞춘 듯이 건축 허가를 퇴임 5일 앞두고 넣어 주었다. 나지막한 동산 아래 아파트가 들어서면 이기대의 시작점부터 자연은 훼손되고 푸른 숲의 아름다움은 사라질 것이다.

부산시 도시계획위원회 건축 교통 경관 개발 심의위원회 등 시 건설 관련 통합위원회를 다 거친 사유지여서 법적으로는 어떤 잘못도 없다고 한다. 시 건축 도시계획위원은 모두 부산 사람들인가. 이기대 오르는 첫머리 자연경관 훼손에 손든 위원들의 정체가 궁금하다. 부산에 애착심을 가지지 않은 이들을 누가 임명했나. 이래저래 짜고 치는 난장판으로 보인다. 도심에 제대로 된 생태 자연공원 하나쯤 있는 것은 도시의 보물이다. 전 시장이나 구청장은 그러고도 부산 사람인지 묻고 싶다.

전임시장은 1년여 년 전 부산 미술계와 시민단체들의 반대에도 울창한 이기대의 숲을 걷어내고 퐁피두 미술관, 무슨 갤러리, 무슨 파빌리온 등으로 가히 이기대의 대변혁을 시도했다. 아무리 인간이 잘 만든다 해도 태고적부터 창조주가 빚은 대자연의 신비한 작품을 능가할 수는 없다.

유명한 한 미국 여류작가는 땅만 보면 어디든 이익만을 위해 건물을 올리는 사업자를 부동산 식인종이라고 조롱했다. 부동산으로 성공한 기업이 주민들의 정신적 주인인 이기대를 훼손하는 탐욕이 가히 부동산 식인종으로 분류될 수 있다.

강철왕 카네기는 젊은 시절 방직공장 직공, 전보 배달 등 각종 험한 일을 이겨내고 철강업 재벌로 성장했다. 그는 미국은 물론 해외에 5천 개가 넘는 도서관을 기증하는 등 문화사업에 헌신했다. 카네기가 뉴욕시에 기증한 카네기홀은 전 세계 음악가들의 환상적 연주장으로 살아 있다.

망상이지만 이 기업인이 혹시라도 그 부지를 공원으로 남구에 기증한다면 당대는 물론 자손만대로 존경받는 가문이 될 것이다. 끝이 좋아야 좋은 것이라 했다. 고위 공직자가 자리를 떠날 때는 권력의 칼을 조용히 칼집에 넣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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