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 아주 독특한 결실을 선물받아 행복하다. 한 해 동안 농사지은 농부의 농작물도 아닌, 열심히 일해 성과를 낸 개인적인 수익도 아닌, 존경하는 지인이 맘 먹고 손질해 내놓은 ‘의역 난중일기’ 책이다.
‘이순신이 보고 쓴 임진왜란 7년사’를 부제로 펴낸 이 책은 지금껏 출간된 그 어떤 난중일기 의역본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아주 간결하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펴낸 게 특징이다.
이순신의 난중일기를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제대로 완독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 우선 필자부터 한 번도 제대로 완독한 적이 없다. 이번에 나온 ‘의역 난중일기(가디언출판, 김종대著)’는 일반인이 평생 한번 읽어볼 엄두조차 못낼 뻔한 책을 누구나 편하고 쉽게 읽어볼 마음을 낼 수 있도록 엮어 반갑다.
1592년부터 1598년까지 임진왜란 7년간의 역사를 오롯이 돌아볼 수 있는 이 책은 난중일기를 한글로 쉽게 풀어쓴데 그치지 않고 별도의 ‘덧붙이는 말’을 통해 난중일기를 쓴 당시의 이순신 상황과 심정 등을 헤아릴 수 있도록 친절한 해설을 덧붙인 게 매력이다.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책을 손에 넣자마자 단숨에 다 읽었다는 지인들도 있다. 이는 저자가 지난 수 십 년간 이순신을 연구해온 구력(求力)이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고, 때문에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독보적 의역본이라 할 수 있다.
필자는 이순신 정신을 선양하고 사회 곳곳에 이순신 정신을 전파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과 사업을 전개하고있는 부산여해재단의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관련 일을 도모하고 있는 구성원으로서 덩달아 기쁘고 뿌듯하다. 이 책이 전 국민 가정마다 서재에 꽂히고 밥상머리의 대화 주제가 되고 초등학생부터 노인들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평생 한번은 읽어야할 필독서가 되길 소망한다.
전 국민은 물론 북녘 동포들까지도 가장 존경하는 위인 중 부동의 1위가 이순신장군이라고 한다. 왜 이순신인지 그 이유야 제각각이겠지만 이순신의 난중일기를 통해 그 진면목을 제대로 알 수 있다. 다행히 30~40여년간 이순신 관련 책을 5번이나 펴내고 오랫동안 이순신을 연구해온 저자가 이순신정신의 뿌리와 실천가치를 정수로 뽑아낸 것을 작은 이순신들이 전파하고 있다. 바로 성공한 리더십의 원천은 ‘사랑, 정성, 정의, 자력’이라는 이순신의 생애에서 일관된 정신이다.
이순신장군은 전쟁터에서도 농사를 지어 군사들을 먹여 살리고, 먹을 것이 없어 떠도는 피난민들에게 노획한 쌀과 옷을 나눠주고 위로했다. 포로된 백성을 찾아내 살아오게 하고, 바쁜 길 가다가도 피난행렬을 마주치면 말에서 내려 일일이 손을 잡아주며 잘 숨어 적에게 잡히지 말라고 위로했다. 모함으로 파직당하고 직급이 강등되어도 나라가 부르면 언제든 달려가 백의종군했던 나라사랑으로 충만한 위인이었다. 철저한 준비정신으로 정성스럽게 임하고 불의에 맞섰던 청렴의 표상 그 자체였던 이순신은 오로지 나라와 백성이 우선이었다.
지금 뉴스만 보면 어지러운 정치판 이야기로 나라가 시끄럽다. 밑도 끝도 없는 계파싸움과 여야 당쟁으로 국민들은 짜증스럽다. 나라발전은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정치적 이익과 유불리만 따지는 위정자들에게 이순신정신이 온전히 스며들 날을 기도한다. 모든 정치인이 작은 이순신이 될 날을 염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