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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시론

월드컵을 향한 끝없는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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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의 고독한 리더십이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긴 머리, 무언가를 생각 하는듯한 모습에서 공이 난무하는 현장에서 선 지도자의 고뇌를 읽을 수가 있다.
 
“고개 숙일 필요가 없다. 빨리 회복해서 다음 경기에 대비하겠다.” 월드컵한국 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러시아전을 무승부로 끝냈을 때 기자회견에서 한말이다. 고개 숙일 필요가 없다 는 것은 통쾌하게 이기지 못한 선수들을 감싸 안는 지도자의 넓고 따뜻한 아량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런 지도자의 날개밑에 뛰어보고 싶은 젊은이들이 얼마나 많겠는지.
 
“이기거나 지거나 얻는 것이 있다”평가전에서 가나에 대패 했을 때도 얼굴은 잿빛이 됐지만 배워서 이기겠다고 다짐했다. 그것이 러시아전에서 선제골을 뽑게한 교훈이었을 거다. 러시아가 어떤 나라인가. 곰곰이 살펴보면 우리와는 어느 면으로 보나 비교하기 어려운 나라이다. 국토의 넓이는 세계 제일이다. 북극해 아래로 나래를 펼쳐 아시아대륙의 절반. 동유럽의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어마어마한 면적이다. 여기에 석유 가스등 에너지와 광물등 매장량이 풍부해 모두 세계 상위랭킹에 속한다.
문화와 예술 또한 무엇보다 빛난다. 톨스토이 도스토엡프스키, 안튼 체홉을 비롯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쓴 노벨상 수상자 솔제니친.., 차이콥스키, 스트라빈스키 등 세계적 작곡가와 모스코바 필, 볼쇼이 발레단 등 찬란한 문화가 세계를 압도한다.
 
홍명보가 이끄는 국가대표팀이 방대한 이런 러시아를 1:1로 비겼다는 것은 아쉽지만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준 사건이었다. 우리의 경제가 세계10위권에 들고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S&P사가 최근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한등급 내렸다지만 잠재성장력에러시아는 그래도 세계강대국이다. 몇년전 우라디보스톡을 출발, 서울로 오는 비행기 에어 플로트 옆자리에 앉은 러시아 사람과의 대화가 생각난다.
 
그는 눈부신 경제성장을 한 한국이 부럽다고 했다. 미국의 핵우산 아래서 안심하고 경제성장에만 열중할 수 있었다는 것이 우리경제성장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 생활은 뒤로 제쳐 둔채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등 군비경쟁에 빠진 결과가 오늘의러시아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며 만일 한국이 시베리아의 10분의 1만 가졌어도 큰 부자나라가 됐을 것이라고 수다를 떨었다. 상용헬기를 팔기 위해 싱가폴을 둘러 미국으로 가는 길이라는 그는 한국, 싱가폴, 대만, 홍콩등 강소국의 의지가 부럽다고 했다.
 
한러 1차전을 본 러시아의 어느 네티즌은 “한국선수들에게 우리 팀 선수들처럼 연봉을 주면 다섯배는 빠르게 뛰었을 것” 이라고 우리선수들의 정신력을 높이 샀다. 군인인 이근호의 연봉이 178만원인 것을 두고 한 말인 것 같다.
 
다윗과 골리앗이라고 어느 신문이 비교하면서 홍명보감독과 러시아 카펠로감독의 연봉이 8억 대 115억이라고 소개된 것을 보아도 모든면에서 국가적 지원이 다르다. 일본의 어느 네티즌도 “일본같은 멘탈이 아니기 때문에 무너지지 않지”라고 러시아전에 나선 한국선수들을 평했다. 홍명보팀의 파이팅 정신을 호감으로 보고 있는 외국 네티즌이 있다는사실만으로도 격려가 된다.
 
알제리전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라도 우리는 희망을 버리지 않아야한다. 희망을 버리면 모든 일은 끝난다. 쓸쓸해진다. 영원한 강자는 없다. 2010년 월드컵우승팀으로 FIFA 랭킹 세계1위팀 무적함대 스페인도 16강 진출에 일찌감치탈락했다. 축구종주국 잉글랜드도 초반전에 퇴장했다.
 
정치, 사회, 교육, 모든 부분에 병든 자국이 끊임없이 드러나고 있다. 세월호의 아픔이 국민들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다. 홍명보 팀의 결과는 그것이 어떻든 국민에게 새로운 도전 의식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새로운 각오를 다져 나가야 할 때다.
 
[2014년 6월 20일 제53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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