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여성들의 송년회 축사에서 유력 회장이 부산의 첫 여성경찰청장 취임을 축하하면서 여성이 대통령을 하는데 무엇을 못하겠느냐며 여성들을 격려했다. 여성의 능력과 특유의 부드러움, 희생 ,공감, 배려하는 기본적인 장점을 앞세운다면 새 세기는 여성의시대가 될 것이라고 미래학자 엘빈토플러가 주장했다.
앙겔라 메르켈(59) 독일총리가 3선연임하자 누군가 그의 장점을 이렇게 제시했다. 총명 검소 소박 온유 털털하고 뼛속 까지 서민형 주부스타일이라고 격찬했다. [가난한 목사의 딸] 동독출신 이혼경력 물리학박사 . 이런 경력으론 한국에선 아무리 외쳐 본들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오르긴 하늘의 별따기일 것이다.
“독일 사람들은 권력 있는 티도 내지않고 이웃아줌마 같은 검소한 주부스타일의 메르켈을 좋아 한다”고 했다. TV나 신문에 비치는 메르켈의 수수한 패션 스타일만 보아도 그의 일상생활이 얼마나 소박한지를 짐작할 수 있다. 독일은 물론 유럽연합(EU)의 훌륭한 조정자로 차분하고 소탈한 엄마(Mutti)의 리더십을 가진 그는 따뜻함과 설득력을 우선시하는 [자수성가한 서민출신 지도자]이다. 엘리트 남성중심의 정치무대에서 한꺼번에 어려운 장벽을 뛰어 넘었다.
외국 출장을 갈 때도 남편의 아침식사를 챙긴다는 메르켈. 기독교민주당, 기독교사회당의 연합으로 총선에 승리한 뒤 3개월 만에 제1야당 사회민주당과 또 연정을 이루어 내어 지난 17일 총리에 취임 했다. 그의 설득과 조정능력이 대선이후 1년이 다 된 지금 아직도 선거 후유증으로 민생을 뒤로 미룬 채 여야 난타전만 벌이는 대치정국을 나몰라라 하는 우리의 입장에선 부럽기만 하다.
얼마 전 유태인의 학살묘지에 고개 숙인 메르켈의 모습은 불행을 준 나라를 배려하는 넓은 마음씨로 솔아빠진 일본의 아베총리와는 무척 대조적이었다. 세계에 부는 여풍은 남미 칠레에서도 재선 여성 대통령을 탄생시켰다. 미첼 바첼렛(62).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보수적이며 남성지배적인 국가 칠레에서 남미 최초의 여성 국방장관에서 대통령이 되었고 퇴임 후 다시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은 그녀의 자질과 역량 때문이었다.
자신이 군사독제 피노체트의 피해자였고 문민정부의 공군 장성 아버지도 피노체트 정권의 고문 후유증으로 잃은 의사 출신. 내년 3월 집권할 그는 칠레국민의지지도 85% . 재선에 당선된 뒤 광장에서 편안한 납작 신과 주부같은 옷차림으로 살사댄스를 추는 소탈한 이미지가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있다.
“바첼과 같이 일해 온 사람들이나 그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그를 칭찬한다. 자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소통의 달인. 누구나 격의 없이 사람을 어루만져 줄줄 아는 인격의 소유자”라고 한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정치인은 대부분 가족의 도움이나 후광으로 그 자리에 오른 경우가 많다. 바첼도 메르켈처럼 자신만의 노력과 능력으로 정상에 오른 자수성가형 정치인이다. 지난 시절 그의 탁월한 지도력으로 칠레는 남미에서 가장 부강한 나라로 발돋음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남미의 ABC 3개국이 모두 실용좌파 여성대통령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총리나 대통령 뿐 아니라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도 버냉키 의장에 이어 엘런 연준 부의장을 의장으로 결정했다. IMF 캐서린 리카르도 총재와 더불어 여성의 능력이 세계의 평화, 경제 교육 문화에 커다란 변혁의 주도자로 부상하고 있다. 유럽의 핵심경제정책을 결정하는 조직 유럽중앙은행도 “여성 고위직 간부를 모십니다”라고 광고까지 하고 있다 . 남성중심인 금융계의 유리천정이 깨지고 있다는 증좌다.
내년 우리지방선거에도 여성들의 활발한 진출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런참에 박근혜 대통령의 능력과 지도력이 더욱 기대되고 있다.
[2013년 12월 23일 제47호 2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