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은 죽어서 가는 곳이 아니다. 이세상이 가장 아름다운 천국이다.’ 어느 스님이 이런 말을 했을 때도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어 있는 가을이었을 게다.
끝없이 파란 하늘 위로 떠 있는 흰 구름,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잔잔한 바다, 낙엽이 떨어져 내린 오솔길을 걸으며 늦가을 이런 풍경들이 천국의 배경이 아닌지 상상해 본다.
그러나 세상은 온갖 욕망과 더러움으로 뒤엉켜져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권력자들의 부정부패, 70을 넘은 전국회의장, 전 검찰총장 등 지도층의 성폭행 등 도덕적 해이가 우리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기둥을 흔들고 있다.
국회를 이끌고 국민을 심판하는 윗자리에 이런 자들이 판을 치고 있었다니 추락하는 나라의 품격이 눈에 선하다. 이런 가운데서도 다행히 세상엔 흐뭇한 일들이 물 흐르듯 계속되고 있어 한결 살맛나게 한다. 읽고 시청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 꿈과 용기를 심어준다.
지난 봄 63세 딸이 93세 노모를 손수레에 태우고 중국전역을 여행해 화제가 된 두 모녀가 9월 말 뜻있는 단체의 초청으로 한국에 왔다. 수레까지 가져와 서울예고에서 ‘효 실천’을 주제로 강연 했다. 딸은 “어릴 때 너무 가난해서 버스 탈 돈도 없었다.
어머니는 6년간 왕복 2시간 거리인 학교까지 매일 데려다 주셨다. 어머니 덕에 마을에서 1호 대학생이 됐고 교사의 꿈도 이뤘다“고 했다. 손수레 안에서 먹고 자면서 모녀가 중국에서 여행한 거리는 10개월간2만4000km. 여행은 어머니의 꿈이었다. 그동안 수레를 끈 딸은 체중이 13kg이나 내렸고 바싹 여위었던 어머니는 10kg이 늘었다. 강연은 학생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CNN등에 지난 10월 보도된 흐뭇한 뉴스. US 에어웨이에 탑승한 한 미 육군 일등상사는 제복 윗도리가 구겨지지 않도록 상의를 옷장에 보관해 줄 것을 여승무원에게 부탁했다. “ 옷장은 등석 승객용”이라며 거절당했다. 상사의 제복에는 각종 표창 메달과 배지가 빼곡히 달려 있었다. 그의 자리는 이코노미석. 이말을 들은 주변 승객들은 흥분 승무원을 나무랐다.
커튼 너머 1등석까지 이소동이 전해지자 일등석 승객들도 가세. 앞다퉈 상사에게 “내 자리에 앉으시라”고 한 것이다. 결국 일등석 승객에게 상의를 건네는 것으로 소동은 마무리 됐지만 승객 중 몇몇이 착륙후 SNS에 항공사를 비난하는 글을 올리면서 사건은 확대 됐다. 결국 항공사는 “... 불미스런 상황에 대해 해당 장병과 승객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국민들까지 군인을 예우하는 나라가 부럽다. 군에 간 아들이 행여 폭행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우리네 상황이 기막힌다.
지난 12일에 있은 또 다른 외신 뉴스. 인구 340만 명의 작은 나라 남미 우루과이의 호세 무히카(79) 대통령은27년이나 된 헌 고물차를 타고 다닌다. 대통령관저가 아닌 허름한 농장에서살고 있는 그는 월급 1만2000달러(약 1300만원)의 90%를 기부한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하늘색 폴크스바겐 비틀인 이 차를 아랍 부호가 100만 달러에 사겠다는데도 정중히 거절. “모든 자동차에는 가격이 붙어 있지만 삶에는 가격이 없다”며 살아가는 문제에 더 많이 고민해야 할 것 이라고. 권력만 쥐면 부정 축재에 이력이 난 우리에게 이런 가난한 대통령이 있었는지 물어 보고 싶다. 어쨌거나 청와대를 떠나면 대궐 같은 큰 집이나 짓지 말았으면.
일주일 전쯤 MBN tv의 유명인 대담프로에 출연한 재독 닥종이 작가 김영희 씨가 70세 동갑내기로 패션 디자이너 배용 씨와 반려로 살게 되었다고 밝혀 화제다. 각기 다른 인생의 긴 여정을 살아온 두 사람은 각자 분야에서 성공한 작가.독일과 부산을 오가며 또 한 번의 생을 멋있게 구가하는 두 분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고 싶다.
[2014년 11월 20일 제58호 3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