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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시론

늙지 않는 국회의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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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로병사는 인간의 숙명이다. 태어나면 늙고 병들어 죽는 것은 아무도 피할 수 없는 자연의 이치다. 산길을 걸으면서 생각한다. 가을 비바람을 맞으며 나무에서 조용히 떨어져 내리는 단풍잎들을 보면서 대자연으로 돌아가는 인간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아무리 권력을 쥐고 큰 소리 치며 떵떵거리는 국회의원이라 할지라도 조락은 거부 할 수 없다. 권력도 젊음도 영원한 것은 지상에 없다. 있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착각일 뿐이다.
 
나이든 사람에게 나이문제를 두고 면전에서 의기양양 하게 따지는 것은사라져 가는 낙엽의 이치조차 모르는 비인간적 행위이다. 얼마 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현장에서의일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인 설훈위원장. “나이가 많아지면 활동력도 판단력도 떨어지고 쉬게 하는 것이다. 79세면 은퇴하고 쉬어야 할 나이가 아닌가” 한국관광공사 국정감사에 출석한 자니윤(윤종승) 상임감사의 나이를 문제 삼은 것이다. “정년 제도를 아느냐. 교수처럼 긴 경우가 65세다. 그런데 증인은 79세다.”
 
국정감사란 말 그대로 국가 정책의 옳고 그름을 따져 바른 정책을 제시하는 일이다. 큰소리를 쳐가며 피감상대를 주눅 들게 하고 핀잔주는 자리가 아니다. 설위원장의 닦달에 자니윤 감사는 코미디언 특유의 유머감각을 잃지 않고 당당히 맞받았다. “제가 의원님들하고 상대를 해도 푸시업(팔굽혀 펴기)도 더 많이 하고 옆차기 돌려차기 이런것 할 수 있고...” 수많은 방송에서 때로는 권력자에게 유머로 비판했던 그가 나이문제로 공개 수모를 당한 것이 얼마나 가슴 아팠을까. 그에게 모욕을 준 설 의원도 현재 만 62살이다. 그가 말한대로 교수라면 3년 뒤 정년 해야 한다.
 
개인회사였다면 벌써 정년을 하고도 10여년은 등산가방 울러 매고 산야를 헤매었을 것이다.그의 정치적 스승인 김대중 전 대통령도 81세 혹은 79세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한 사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폴로 신전에 새겨진 [너자신을 알라]는 말을 알고도 남을 나이인데......
 
세상은 달라졌다. 달라져 간다. 100세 시대를 앞두고 여태껏 9988로 건강을 다지자고 하던 우스갯말이 이젠 백백99로 바꿔야 된다고 할 만큼 노인의 수명은 연장되어 장수시대로 가고 있다. 침묵하는 거대한 노인 인구를 정부는 물론 정치는 더욱 존중해야 할 상황에 이르고 있다. 아직 노인은 아니지만 50-60대, 70-80대 노년층의 지지 없이 정권교체는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새정치연합의 노인 폄훼는 그칠 줄 모른다.
 
어느 대선 때는 “노인은 집에서 쉬어도 된다”고 건방지게 말했다가 정권창출에 실패 했다. ‘효자대통령’을 내걸고 노인 일자리를 약속했던 문재인 대선후보, ‘효도 정당’을 외친 김한길 대표 등 유달리 효자에 민감성을 보인 야당이 정반대로 ‘불효막심정당 경연장’으로 추락하고 있다.
 
우리나라 노인은나이 들수록 불행해지고 있다. 행복에 대한 어떤 정책도 피부로 느낄 수가 없다. 헌 종이상자를 손수레에 차곡차곡히 쌓아 힘들게 끌고 가는 가난한 노인네들의 모습이 도시빈곤층노인의 슬픔을 대변한다. 노인네들은 젊은이들이 하지 않고 버려둔 틈새 일터에서 아직도 무직인 아들에게 용돈마저 빼앗기면서 안간힘을 다해 생계를 지탱하고있다.
 
노인에 대한 어떤 연민도 없이 [낙하산 인사]니 일에 대한 적격 여부보다 나이 많다고 자니윤을 막무가내로 몰아 부친 설훈 의원은 ‘언어폭력 제조기’로 야당엔 마이너스 역할밖에 할 일이 없어 보인다. 노인에게 폭력을 쓰는 사람이 3선 국회의원으로 상임위 위원장까지 맡아 큰 소리 치고 있다면 새정치연합엔 그렇게도 인물이 없는가. 현재의 노인세대는 그가 누구든 효도 받아야 할 어머니이고 아버지들이다. 어머니 아버지세대를 존경 하지는 못하더라도 모욕 하고 창피를 주는 자질과 덕목을 갖추지 못한 정치인은 정치인이 아니다.
 
‘어머니 꽃구경 가요’ 가수 장사익의 노래를 들으면 모두가 못다 한 부모세대에 대한 회한으로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어머니 꽃구경 가요./ 제 등에 업혀 꽃구경 가요./ 어머니는 좋아라고/아들 등에 업혀/ 마을을 지나고/ 산길을 지나고.../ 한 웅큼씩 한 웅큼씩/ 솔잎을 따서.../ 이 솔잎을 뿌려서 뭐 한데요./ 아들아 아들아 내 아들아/ 너 혼자 내려 갈일 걱정이구나/ 길 잃고 헤맬까 걱정이구나.
 
이런 부모세대, 노인세대가 있었기에 오늘의 나라가 있다. 국회에도 70살 넘게 먹은 지도부 의원도 있다. 늙지 않는 국회의원은 아무도 없다. 국회의원은 더 겸손의 미덕을 익혀야 한다.
 
 
[20141027일 제5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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