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정부의 메르스 대처
지난 18일 일이다. 태국 보건장관이 가족과 함께 의료관광차 방콕을 찾은 중동 오만의 75세 노인이 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치료를 받고 있다고 TV기자회견에서 밝히고 있는 모습이 비쳤다.
태국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부연했다. 순간 막혔던 가슴이 확 뚫리는 것처럼 후련했다가 다시 어두워졌다. 우리는 메르스 발생 보름이 훨씬 지나도록 병원이름 조차 알리지 않고 갈팡질팡하면서 정보공개를 하지 않고 있었으니 말이다.
태국정부의 발 빠른 대처가 의료 관광국 태국의 의료수준을 그대로 말해주는 듯했다. 관광의 나라라고만 인식하고 있었던 태국의 이미지마저 확 바뀌는 그런 순간이었다. 그 뒤 다시 보건차관이 나와 그 오만인은 회복되어 먹을 수 있으며 가족들은 감염되지 않은 음성이라고 밝혔다. 요르단 아랍 에미리트 카타르 이란 등에서 하루 3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나라의 전염병에 대한 준비 태세가 우리와는 비교 할 수가 없다. 이런 나라에 왜 관광객이 가지 않겠는가.
실망스런 우리의 대처
메르스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처는 또 다시 국민들을 실망과 공포의 수렁으로 몰아넣었다. 그렇잖아도 세월호사건으로 거의 1년 동안 아픈 가슴을 쓰다듬으며 지내온 나날들이었다. 한쪽에서 어린 자식을 잃고 나락을 헤매는데 국민 누군들 가슴 아프지 않았겠는지. 그 피해는 입원환자와 그 가족, 그들을 돌보고 있는 의료진의 몫이었고 공포는 전 국민의 몫이었다.
대통령이 남 먼저 달려와 국민의 아픈 가슴을 쓰다듬어 주었는가. 이 때문에 대통령의 인기는 세월호 사건 때처럼 또 추락한 것이다. 우리는 국민과 함께 마음아파하면서 즉각 정책을 세워 일선에 지시하고 정보를 국민과 함께 공유하며 현장을 확인하는 강단 있는그런 대통령을 보고 싶다.
대기업은 공공의 이익 배려해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메르스와 관련하여 대 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환자치료는 끝까지 책임지겠다” 면서 삼성서울병원의 위기대응시스템의 전면 개혁, 감염질환의 예방활동과 백신치료제 개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이사장으로 선임 된지 채 몇 달되지 않는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서울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주최이다. 이부회장은 공식적으로도 병원 운영의 최고 책임자 자리를 맡고 있는 것이다.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 확진환자 180여명 가운데 80여명이 양성 환자로 확인된 사실을 보면 메르스는 삼성이라는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에 치명타를 입힌 것이다. 과연 삼성의 수익보다 공공의 이익을 배려한 병원을 계획했더라면 다른 공익병원이 갖추고 있는 음압(기압이 낮아 내부 바이러스가 밖으로 나가지 않는 특수 병실)시설을 하지 않았을 리 없다.
대기업이 인류의 복지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원대한 꿈을 실천하기위해수익의 일부를 희사하는 공익재단으로 병원을 운영하는지, 오로지 이익만을 위한 사익재단으로 운영하는지 구분하기 힘들다.
의료질 향상 매진하는 시스템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재벌 경영 병원은공공의 이익보다 수지타산을 앞세우는 경영위주로 운영되는 인상이 짙다. 삼성 서울 병원의 경우도 그룹의 경영간부 전략회의에 병원장이 참석하는 것이 상례라고 한다. 그룹계열사 사장단회의에 병원장이 참석한다면 병원 수입구조에 적지 않게 압박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한 연구분위기 조성보다 수익에 더 관심을 집중 할 때 전문 의료인으로서의 자질과 신분은 보장 받을 수가 없을 것이다.
삼성 서울병원을 둘러싼 이런 얘기들이 메르스 문제가 터지고 있는 이런때에 밖으로 들린다는 사실을 삼성은 아프게 받아 들여야 한다. 오랜 세월에 걸쳐 의료인들의 행위의 지침으로 삼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뒷전으로 밀어두는 환경을 고쳐나가는 노력이 절실하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사과는 긍정적인 평가도 적지 않지만 늦었다는 말도 많다. 나라에도 대통령에게도 큰 일이 계속 이어지는 것 같다. 이럴 때 너무 오래 국민의 의중을 헤아리지 않는 것은 지도자가 할 수 있는 기회를 비켜 가는 것이나 다르지 않다. 국민을 위무하고 격려하며 함께 가자고 호소하는 것이 오히려 당당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 세상은 참 어렵다.
[2015년 6월 25일 제65호 1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