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에서는 특검의 성역없는 철저한 수사와 활약에 박수를 보냈고, 한쪽에서는 치우친 수사와 예단으로 국민들을 절망에 빠뜨렸다며 질타했다. 최초의 여성대통령을 배출한 나라라는 높은 자존감하나로 뿌듯했던 이 땅의 여성들은 쥐구멍을 찾고 싶은 심정이었다.
앙겔라 메르켈, 미첼 바첼렛 등 여타 이웃나라의 여성수장들이 국정을 성공적으로 이끈 선례를 떠올리며 우리나라도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장밋빛 기대가 사뭇컸다.
4대악 청산 등 부정부패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던 취임초의 단호한 의지에 박수를 보내며 선이 악을 이기고 금수저 은수저 따지지 않고 실력으로 인정받는 공평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되겠구나 싶었다.
4년이 흐른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정말 이 나라의 꼴이 말이 아니다. 민간여성의 국정농단과 대통령이 보여준 실정을 접한 해외 각처의 교포들도 행여 현지인들이 ‘업수이’ 여길까 체면이 말이 아니란다.
가뜩이나 경제도 팍팍한 가운데 부정청탁방지법인 일명 ‘김영란 법’때문에 서로를 불신하고 인정도 메말라 선의의 인간관계도 단절지경에 이르렀는데, 그 곳 높은 곳에선 엄청난 청탁과 봐주기와 부정거래가 횡횡했다하니 국민들의 실망감과 분노는 감출길 없다.
국민들은 어느 누구를 믿고 의지해야할지, 망연자실 희망을 잃었다. 열심히 일하면 미래가 보장되는 사회, 부당한 현실을 호소하면 먹혀드는 공정한 사회, 언제든 정의가 내편이 되어 희망을 안겨줄것이라는 국가에 대한 믿음, 우리는 지금 이 모든 것들을 진실로 기대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나라꼴을 이렇게 만든 건 비단 ‘최순실 게이트’의 관련 인물들만은 아니다. 제대로 정치를 해야할 정치인들이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다. 정치의 목적을 정권장악에 두지않고 오로지 국민과 나라 만을 생각했다면 오늘의 참담한 결과들은 없었을 것이다.
짧은 시기에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온 우리나라로서 어쩌면 이 과정은 거쳐가야 할 수순인지 모른다. 정치권의 진정한 반성과 변혁을 통해 다시한번 도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비슷한 시기 한 나라의 지도자는 탄핵과 구속여부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우방국의 한 지도자는 국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멋지게 퇴임을 마무리했다. 오바마의 퇴임연설은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대통령으로 일하면서, 매일 미국인에게 배웠다. 당신들이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더 좋은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민주주의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때마다 민주주의는 위협을 받는다.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나의 능력이 아니라 바로 여러분의 능력이다.”
국민들 덕분에 국정을 잘 수행할 수 있었다는 오바마는 ‘민주주의 역사는 언제나 힘겹고 논쟁적이며 때로는 피를 보기도 한다. 앞으로 두 걸음 나아갈 때마다 뒤로 한걸음 물러서는 느낌이지만 미국의 오랜 흐름은 ‘전진’으로 정의되어왔다’고 언급했다.
그의 말처럼 오늘 우리의 현실이 민주주의사회로 한 단계 발전해나가는 진보의 과정이라는 생각으로 위안 삼는다면 위로가 될까. 대통령 선거가 얼마남지 않았다. 국가의 미래는 한 지도자의 능력에만 있는게 아니다. 현명한 국민들이 국가의 향방을 이끌어갈 수도 있다.
문제는 어떤 지도자를 선출하고, 국민들이 어떻게 변화를 이끌 것인가에 달려있다. 이제 우리는 당리당략 정권쟁취를 우선에 두지 않고 오로지 국가의 미래와 국민들의 안위를 위해 국정을 수반할 대 영웅이 필요한 시기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듯, 앙상한 가지에 다시 새순이 돋듯, 성급한 개나리가 다투어 피어올랐지만 우리를 따사롭게 할 진짜 여문 봄도 곧 찾아오리라 믿는다.
[2017년 3월 24일 제86호 1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