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11월 21일

여유시론

애국가는 내 생애 최고의 노래

 
 
 
박인비는 위대 했다. 116년 만에 부활한 리우 올림픽 여자 골프에서 손가락이 아픈데도 기어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 목표 10개를 앞두고 8개의 목마른 상황에서 9번째이자 마지막인 박인비의 금메달은 폭염에 시달리던 국민들의 가슴에 시원한 소낙비가 되어 주었다.
 
박인비는 골프뿐 아니라 사고의 폭도 다른 선수와 달랐다. 한국시간으로 새벽에 경기를 치렀는데 많은분이 응원을 해주셔서 힘이 됐다며 국민들에게 감사할 줄 아는 선수였다. 마지막 4라운드에서 금메달을 성공 시킨 뒤엔 잘 웃지도 않는 인비가 두 손 번쩍 들어 올리며 환하게 웃었다.

“고생했던 순간이 떠올랐다. 한국을 대표한다는 부담감을 견뎌 내어 자랑스러웠다. 그 동안 박인비를 위해 한 경기는 많았지만 이번엔 조국을 위해 경기 했다” 정말 멋있는 말이다. 누가 조국을 위해 경기했다고 명백히 말한 선수가 있었는지.

박인비는 한국 골프역사는 물론 세계 골프역사를 새로 썼다. 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석권하고 골프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데 이어 올림픽까지 재패, ‘골든 그랜드 슬램’을 이루었다. 타이거 우즈도 이루지 못한 최선의 경지였다.
 
세계 골프사에 신화가 된 것이다. 인천공항 기자회견에서 박인비는 시상식 때 들었던 ‘애국가는 내 생애의 최고의 노래’ 라는 말은 듣기에도 신선하다. 기념식에서 시간을 핑계하며 애국가를 부르는 것조차 무시하고 생략하는 것을 마치 새로운 사고를 지닌 것처럼 은근히 과시하는 족들에겐 따끔한 일침이었다.
 
나라 사랑의 신념이 없었더라면 감히 조국을 위해 경기했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을 런지도 모른다. 박인비의 나라 사랑하는 마음은 어느 정치인의 말보다 실천으로 보여준 값진 증거였다.

그의 성공은 혼자 힘이 아니었다. 체력도 뒷받침 되어야 하지만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등 가족과 그림자처럼 말없이 따라 다니는 남편 남기협씨의 힘이 컸다. 남편은 인비가 30분 스윙 연습을 하면 3배 더 연습 한다.
 
밤에는 함께 남몰래 옥상에 올라가 드라이브 연습을 했다고 한다. ‘그림자 외조’의 남편은 심
지 깊어 승리하고도 말 한마디 거들지 않았다. 매력 있는 남자의 한 모습이다.

이번 올림픽 금메달 9개 가운데 반 이상인 5개는 여성들이 일구어낸 값진 결실이었다. 여자 없이 세계 8위는 불가능 했을 것이다. 양궁에서 남녀 모두 단체전을 석권했지만 여자양궁의 단체 금메달은 올림픽에서 연속 8번 모두 놓친 적이 없었던 것은 한국여성의 집념이 얼마나 강한지를 대변 한다.

어느 종목이든 여자 선수들은 하나같이 긴 머리를 고무줄로 불끈 묶고 핀으로 고정시켰다. 그 모습부터가 다부지다. 남자 선수들보다 정신적으로 한 수 위라는 느낌이 든다. 세계 1위권이라는 유도 배드민턴등에서 남자선수들의 금메달 탈락은 무슨 이유로도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중국탁구선수들이 짧게 깎은 깔끔한 머리로 이리저리 뛰는 모습과 노란 물 들이고 길게 처진
머리로 경기 중 뻘뻘 땀 흘리는 우리 선수들의 행태는 정신적 해이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오랜 세월 우리 사회는 가정에서부터 남자가 중심이었고 우대받는구조였다. 오빠 공부시키기 위해 대학진학을 포기한 누나나 여동생들도 많았다. 회사나 공장에 다니면서 오빠를 뒷바라지 한 여동생의 희생에 성공한 오빠들의 보답은 없었다.

끈질기게 무거운 세월을 버텨온 어머니 세대의 DNA가 지금의 딸들에게 좋은 유전자로 전해지고 있는 것 같다. 경기장마다 브라질교민 응원단이 선수들을 열렬히 응원 했다. 태극기를 흔들며 ‘소리소리’ 열심히 응원하는 쪽도 여성들이었다.
 
브라질에서 봉제로 기업을 성공시킨 것도 남성 아닌 여성이었다. 여성들의 의지와 집념이 이민성공의 밑바탕이었다. 이제 한국 여성들의 힘은 모든 면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내 손녀가 대한민국의 딸이 되었어요.” 골프를 시킨 할아버지를 두 손으로 안으며 목에 금메달을 걸어주는 박인비의 효도하는 착한 마음이 보기에도 흐뭇하다.

스포츠 여제들이 한국의 위상을 크게 떨친 것 못지않게 박근혜 대통령도 정확한 판단력으로 박인비처럼 세계 속의 걸출한 대통령으로 기록되길 바란다.
 
 
전상수 고문님.jpg
 
[2016826일 제7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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