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만에 영국에 두 번째 여성 총리가 집권했다. ‘철의 여인’ 마그리트 대처 전 총리에 이은 테리사 메이(59)총리이다. 여성들이 일복이 많은 건 여자라는 숙명이기도 하지만 나라일이라고 다르지 않는 모양이다.
메이 총리 역시 심각한 국가적 전환기를 성공으로 이끌어야 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탈퇴)에 따른 갈등과 후유증을 수습하고 탈퇴절차 협상 등 짊어진 과제는 엄청 무겁다.
두 여성 총리의 과제가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끈 처칠 이후 가장 심각한 국가적 혼란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중요한 시대적 상황이기 때문이다.
머리카락 하나 흐트러지지 않는 단정한 디자인에 하얀 진주 귀걸이, 진주목거리가 트레이드 마크였던 대처 총리는 나라를 뒤흔들었던 탄광노조에 맞서 파업을 중단시켰고 파업으로 병들어 추락하던 ‘영국병’을 치유했던 명 재상 이었다.
메이 총리에게 관심이 가는 것은 그의 취임 연설이다. “소수 특권층이 아닌 바로 당신(대중)을 위해 일하는 정부를 만들겠다.”는 약속이다. 보수당이지만 서민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영국을 부자와 빈민, 도시와 시골 사람, 젊은이와 노인 , 남성과 여성, 흑인과 백인, 병자와 건강한 사람 모두를 잘 살게 하는 나라로 만들 것”이라고 약속 했다. 메이는 소수 특권층이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해’ 강하고 낙관적인 국가 미래 비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기업 탈세를 엄격히 방지하고 대기업 경영진 연봉 규제를 도입하는 등 재계특권을 제한하겠다는 강력한 정책의지를 표명했다. 브렉시트 투표로 나타난 서민층의 불만을 없애고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드러난 양극화 문제가 국민의 화합을 해지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분석한 것
이다.
한국처럼 재벌기업 총수나 경영진이 하청기업에는 단가후리치기로 괴롭히고 회사의 누적 적자에도 자기 임금은 수십억씩 챙겨가는 비양심이 판치는 세태에 이런 정책을 만들면 좋을 것 같다.
옥스퍼드 대학 지리 학부를 나온 메이는 정계 입문 전 20년 가까이 영국 중앙은행과 금융회사 등에 근무 했다. 런던에서 구의원을 했고 하원 의원 선거에서 2차례 낙선하는 고비도 겪었다.
1997년 하원의원에 당선되어 5선한 정치 베테랑. 보수당 의장, 2010년 보수당 집권 이후 내무장관에 임명돼 총리 취임 전 까지 재임한 최장수 내무장관이었다. 보수당이 야당이던 시절엔 예비내각에서 교육, 환경, 문화, 고용 등 여러 분야의 장관직을 거쳐 풍부한 국정경험과 정권창출을 위한 준비가 갖추어진 총리인 셈이다.
메이 총리는 내각 인사 22명 가운데 6명의 여성에게 주요 부처 장관으로 임명 했다. 메이가 더 많은 여성이 의회와 내각에 진출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는 것을 보면 사회의 약자로서 여성의 역할이 나라발전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깊이 공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메이 총리가 더구나 패셔니스트란 사실이 더욱 매력을 더 한다. 지난 13일 취임식을 마친 뒤 버킹엄궁에 엘리자베스 여왕을 알현했을 때 현장의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검정색 원피스에 아래 부분에 대담하게 노란색을 배치한 검정 코트차림은 영국이 얼마나 자유로운 나라이며 메이가 얼마나 옷 입는 멋을 즐기는 정치인인지를 보여 우리라면 과하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 데일리미러지는 “자기 의상을 마음껏 즐기는 여성이 정치계에 있다는 것이 신선하다”고 했다.
지적이면서 완벽한 패션 감각에 호의를 보인 것이다. 수수한 차림의 ‘엄마 리더십’으로 유럽연합을 이끌고 있는 독일 수상 앙겔라 메르켈이 영국의 정치적 상황을 어떻게 유도해 갈지 모르지만 유럽연합의 이익에 결코 만만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대선에서 정점에 선 힐러리 클리턴, 메르켈수상, 메이 총리까지 선진 강대국 여성 지도자의 역할이 남성을 능가 할 수 있으면 세계 어느 나라도 여성으로 사는 것이 한결 보람 있을지도 모르겠다.
[2016년 7월 15일 제78호 1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