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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시론

국민앞에 겸손하게 고개 숙이겠다는 대만총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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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인 아시아 문화권에 여성 지도자의 새바람이 불고 있다. 남성중심 가치에 변화와 도전을 갈망하는 여성들의 오랜 열정과 의지가 빚은 값진 산물이기도 하다.
 
대만에서 8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차이잉원(59) 여성총통의 탄생은 중국 대만 등 중화권에서 사상 처음이다. 1천3백여 년 전 당나라 여황제 측천무후가 있었지만 투표로 국민의 뜻이 선택한 여성총통이란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진보정당 차이잉원의 신년하례용 홍보 사진은 보수의 시각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고양이를 안고 있는 단아한아가씨 모습이다. ‘고학력, 미혼 여성정치인, 고양이를 좋아 한다’는 3D 영상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사회의 다기한 변화로 인한 1인 가정, 소시민, 소외계층, 반려동물까지 모두 보듬을 수 있는 소탈한 자세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고 한다. 단발머리, 거의 화장하지 않는 민얼굴, 유복한 가문의 11형제 중 막내딸이지만 수수한 정장차림이 친근감을 준다.
 
아버지의 다섯 부인중 넷째부인에게서 태어났다는 사실 자체가 그의 내적 고통의 하나였는지 모른다. 그는 당선 소감에서 “정치인으로 살면서 가족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면서 “국민 앞에선 겸손하게 고개 숙이는총통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국기문제로 사과하는 우리나라 걸그룹 멤버 대만인 쯔이(16)의 영상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는 그에게서 사람 냄새 풍기는 총통이 기대된다.정치지도자로서 차이잉원의 폭넓은 경험은 양안(중국과 대만)관계나 국제관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영국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엘리트 교수, 정부의 국제경제 수석 법률고문, 세계무역기구 가입을 위한 수석교섭대표, 장관, 부총리, 정당의 주석을 거치며 켜켜이 쌓은 행정 경험은 대만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최고 지도자로서당당한 스펙이다.
 
구멍가게라도 한 번 해 본 사람은 세파에 부딪히며 운영의 묘를 터득한다. 카리스마는 있지만 행정 실무경험 없는 지도자는 정책의 실천에 어려움이따르기 마련이다.
 
지난해 10월 네팔에서도 여성운동가 비디아 데비 반다라(54)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세계최고봉 8000m이상히말라야 14좌 중 8개가 자리하고 있는 산악 국가 네팔은 세계 최빈국에 속한다. 이 나라에 하원의장도 여성이다.
 
지난해 하원의원 3분의 1을 여성으로 하도록 헌법에 명시했다. 열악한 나라에서 정정불안과 가난은 뒷전인 채 권력만을 탐하는 남성정치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여성들의 강력한 도전이 주효한 것이다.
 
오는 2,3월께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얀마 최고지도자 아웅산 수치는 먼저 국민화해를 위해 새 의회의 의장단부터 소수 민족 출신으로 임명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 해 11월 수치가 이끄는 야당의 압승은 잔인한 장기 군부독재로부터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 준 아시아의 쾌거이며, 민주주의의 승리였다.“수치여사는 나의 영웅이자 미얀마와 세계 인권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모두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다”라고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칭송할 만큼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차기 정부는 소수민족을 아우르기 위해 서로 다른 의견은 민주적 협상으로 풀어 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수치는 불굴의 의지와 일을 해결하는 민주적 사고로 반드시 미얀마에 새로운 내일을 만들어 낼 것으로 믿어본다.
 
현재 세계의 여성 대통령, 총리는 박근혜대통령을 비롯해 10명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2015년 세계에서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순위에서 푸틴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은 남편 클리턴 전 대통령의 성추문 재생 등 악재에도 부동산 재벌 막말꾼 트럼프, 같은 당의 샌더스 상원의원과 백악관을 향해 뜨거운 투쟁을 벌이고 있다.
 
강인하면서도 부드러운 여성의 장점, 깨끗하면서도 유연한 여성의 성정, 더러움을 손수 씻어 내면서도 가족을 유지하는 어머니의 손길, 흐느끼면서도 용서하는 대지 같은 넓은 가슴, 어느것 하나 여성의 장점 없이 지구는 돌지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 국회의원수 세계 최하위권인 우리나라는 대통령을 여성으로 선택했을 뿐 20대 총선에서 여성의원이 얼마나 자리를 차지하게 될지 가늠조차 할 수가 없다.
 
[2016년 1월25일 제72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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