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는 마음이 어쩐지 씁쓰레하다. TV에서 부산 여성들이 20대 총선에서 공천확대를 요구하는 토론회 현장 그림이 스쳐지나간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가능 지역 여성공천과 비례대표 최소한 30%를 할당해야 한다는 여성 지도자들의 목 메인 토론장이 차라리 애처롭게까지 보인다.
부산시민의 생활안정, 시민의 모든 편의를 위해 부산을 이끌고 있는 부산시장, 시민의 견해를 대변하고 시민을 위해 귀 기울여야 하는 대표적 자리인 시의회 의장... 이런 고위층이 과연 인구의 절반을 넘어선 여성의 목소리에 관심을 가지고 귀 기울여 들어보고 격려한 적이 몇 번이나 있는지.
이런 현실을 생각하면 국회에 가서 가정과 여성, 교육과 환경, 복지문제를 실제 경험치를 앞세워 정책 만드는 그곳에 가야겠다는 여성들의 주장을 웃어넘길 수 있는 수준의 고위층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 7월 어느 날 부산시청 대강당에 아마 800명은 족히 넘는 여성 지도자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른바 ‘부산여성대회 기념식’ 자리였다. 각 구에서 참석한 여성들은 거의가 자기 구에서는 말 깨나 하는 여성단체협의회, 여성단체연합회, 새마을 운동, 소비자 단체 등 소속 회원들이었을 거다.
날씨도 더웠지만 자기주장을 펴기도 하며 봉사하는 여성들이 강당을 꽉 매웠으니 그 열기가 더 할 수밖에 없다. 여성대회는 유엔을 포함해 전 세계가 남녀평등과 여성의 권한 강화를 위해 기념하는 자리이다. 나라마다 날짜는 다르지만 1년마다 한차례씩 치러진다.
올해 부산 여성의 날 현장엔 시장도 시의회 의장도 참석하지 않았다. 시장이 급한 일로 서울에 출장이라고 했다. 시의회의장도 서울 출장 갔는지 불참했다. 시장이 불참하면 부시장들은 없는가. 대체로 보면 어느 행사장이라도 시장이 불참하면 소위 단체장 빅3에 포함되는 시의회 의장, 교육감도 불참한다.아마 관례인 모양이다.
단체장의 생각인지 일정 챙기는 직원들의 생각인지 모를 일이지만, 어느 행사장이건 시장의 참석여부를 확인 후에 자기들도 참석할 것인지 결정하고 있다. 분명 시의회 의장, 교육감은 시장 수행원은 아닐 것이다.
다시 거슬러 지난 7월로 가자면, 부산여성계 최대의 행사인 여성주간 기념식날도 시장대신 여성국장이 대신했다. 당연히 수상자들도 참석자들도 맥이 풀릴 수밖에.
이 행사뿐 아니라 다른 큰 여성 행사에도 시장, 시의회 의장은 함께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거철 한 표 라도 거두어 주려고 가방 들고 다니며 많은 여성들이 애썼음에도... 참으로 씁쓰레했다. 측간에 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더니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시장이나 시의장이 뭘 특별히 해주는 것도 아닌데 괜히 여성들은 어머니같은 심정으로 후보가 호소하면 솔깃해서 선거철만 되면 신들린 듯 가방 들고 또 운동에 나설 여성들도 많을 것이다.
총선이 다가 오고 있다. 국회의장, 새누리당 대표, 새정치 민주연합 대표, 안철수 신당 까지 지금 정계의 대표 자리엔 모두 부산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다. 보수성향이 강한 부산 남자들이 과연 여성들의 주장을 받아들일 것 같지 않다.
라전체를 살펴봐도 여성 장관은 1명 뿐이다. 여성대통령이 여성을 자리에 기용하지 않으니까 각 지자체에서도 여성을 주요 보직에 임명하지 않는 이상한 구조로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부산시에서는 국장급 여성임용도 다음 인사에선 배려하지 않을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 그동안 공무원 여성관리직의 경우 연한 수가 차지 않으면 직무대리를 시켜서라도 여성관리직 비율확대를 위해 노력했고, 여성부구청장은 지난 십여 년 간 최소 1석 이상 유지해왔다.
캐나다 트뤼도 총리는 지난 11월 새정부를 출범하며서 장관 30명의 절반인 15명을 여성으로 임명 했다. ‘성차별 없는 나라’의 선거 공약을 지킨 셈이다. 히잡을 쓰는 사우디마저 얼마 전 83년 만에 지방의회 여성의원 20명을 뽑았다.
세계는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개혁과 변화는 세계 모든 나라의 화두다. 여성은 이제 국가의 경쟁력이다. 캐나다의 세계적 연구기관 맥킨지 보고서 ‘비전 코리아’는 일찍이 한국은 여성만이 국제경쟁력의 남아 있는 원동력이라고 지적한 사실을 알아야 한다.
[2015년 12월 24일 제71호 1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