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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시론

미얀마의 영원한 어머니 아웅산 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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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상수
본지 편집주간
                                                                                                                                               
 
아름다운 불교의 나라 미얀마에 드디어 핀 민주화의 꽃은 그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것일까. 지난 8일 있은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야당이 상·하원 의석의 90%이상으로 압승했다. 미얀마 독립 영웅 아웅산 장군의 외딸인 수치가 얼마나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결과다.
 
반세기 넘게 미얀마 국민을 억압, 통치해 오던 군부세력이 약속대로 순순히 권력을 이양하면 엄청난 다행이지만 정권 연장을 위해 무슨 짓을 할지는 아직알 수 없다. 독제 체제의 붕괴는 거의가 국민 뜻을 표출한 선거 결과보다 걷잡을 수 없는 성난 ‘피플 파워’나 다른 강력수단에 의한 것이 정치 후진국의 행태였기 때문이다.
 
1988년 어느 날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전화 한통 받고 귀국한 것이 수치 가족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티베트 부탄 연구 학자였던 남편과 두 아들을 남겨둔 채 돌아온 수치는 어머니의 병간호를 한다. 바로 그때 이미 26년간 장기 집권 하던 독재자 네윈에 저항하던 민중들의 유혈사태가 일어난다.
 
국민들은 구심점이 없는 현실에서 30년간 외국 생활을 하다 귀국한 아웅산 수치를 찾게 된다. 수치는 네루의 외동딸 인디라 간디, 파키스탄 독립의 영웅 베나지르 부토의 딸처럼 가문의 혈통을 인정하는 동양적 정치 풍토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지도자로 부상한다.
 
수치는 조국의 현실을 외면할 수 없어 남편과 두 아들, 시아버지에게 안심하라면서 그리움을 담은 심정을 편지로 전한다. 군부는 수치의 국민적 지지와 신뢰 때문에 출국하면 입국 불능 조처를 취해 어쩔 수 없이 가족과의 만남을포기했다.
 
가정을 뒤로 한 채 정치와 맞닥뜨린 수치는 20년 가까운 가택연금에도 굴하지 않고 비폭력, 불복종 운동으로 국민을 어머니처럼 따뜻하고 강인하게 이끈다. 그가 택한 정치적 행보는 간디로부터 영감을 얻었다.
 
군사정부는 무기를가졌지만 시민으로부터 받은 꽃밖에 없는 수치의 용기는 비폭력으로 폭력집단군부에 저항 할 수밖에 없었다. 생명을 위협하는 군부에 결코 꺾이지 않는 의지와 용기를 지닌 그는 민중들로부터 절대적인 신뢰를 받게 된다.
 
미얀마 독립영웅으로 암살당한 아버지아웅산 장군의 불굴의 정신력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 영국과 일본 식민지에서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조국에 바쳤던 고난과 투쟁, 애국심은 미얀마 국민의 가슴속에 존경과 경의로 살아 있다.
 
수치가 귀국하던 해 민주주의의 봄이 있었다. 정치경력이 거의 없는 수치지만 학생과 지성인, 참전 용사들의 지지를 받아 군사정권을 설득, 계엄령이폐지 됐다. 수치가 대중 앞에서 연설했을 때 그 반응은 엄청났다. 아웅산 수치는 위대한 연설로 국민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국민들은 “ 수치는 우리를 각성시키는 영혼이다”라며 열광했다.
 
2년 뒤 치러진 선거에서 수치가 이끌던 야당이 전체 의석의 87%를 차지할 정도로 압승했다. 하지만 오만한 군사정권은 이를 무효화했다. 대중의 환호, 쉼없는 선거 유세, 전국적 지지의 물결... 그러나 남은 것은 완전 패배뿐이었다.
 
2010년 마침내 수치가 오랜 연금에서 풀려났을 때 군중들은 “아웅산 수치만세”를 외쳤다. 눈물을 흘리는 군중들도 있었고 엉엉 큰소리 내어 우는 사람도 있었다고 영국 어느 기자는 전했다.
 
수치가 노벨 평화상을 받은 것은 남편에어리스 교수가 수치의 상황을 세계 지식인에게 호소하고 그 행적을 소상히  적어 노벨상 위원회에 제출했기에 가능 했다. 연금 상태로 시상식에 참석할 수 없었던 어머니 수치를 대신해 장남 알렉스가 수상 소감을 읽었다.
 
수치는 모든 통신수단을 차단한 군부 때문에 단파 방송으로 아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아웅산수치는 또 다시 이번 선거에서 압승했다. 미국 정부도 미얀마는 헌법을 고쳐야 한다고 군부를 압박하고있다.
 
현 미얀마 정부도 권력을 이양하겠다고 거듭 밝히고는 있다. 정부를 인수하더라도 수치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 헌법에 외국인 남편, 자녀를 둔 경우대통령이 될 수 없도록 한 조문 때문이다. 미얀마의 과제는 아직도 산적되어 있다.
 
 
[2015년 11월 20일 제70호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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