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11월 21일

여유시론

인생은 나그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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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은 시대의 산물이다. 60-70년대였다. 군부의 지배아래 모두가 먹고 살아야겠다는 신념 하나로 참고 버티며 일에 매달리던 시기였다. 어쩌다 어울려 술판이 벌어지면 밥상에 젓가락으로 장단을 맞추며 트로트풍의 노래를 불렀다. 가사는 주로 사랑과 이별에 관한 것이었다.


이럴 때 재즈 풍으로 허스키한 최희준의 ‘하숙생’은 대중음악의 묵직한 새로운 메시지였다. 저마다 가슴에 묻어둔 인생의 허망함을 떠올리게 했다. ‘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 ../ 인생은 나그네길 구름이 흘러가듯 정처 없이 흘러서 간다./ 인생은 벌거숭이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가../’부드러운 중저음의 가수, 서울 법대출신의 학사가수 최희준은 대중음악에 대한 사람들의 안목을 넓혀주었다.


KBS 일일 연속극 ‘하숙생‘의 주제곡이 대 히트를 친 것이다. 가만히 들어보면 그 노랫말에는 철학적 냄새가 풍겼다. 기어이 사라져 가야 하는 인생, 하늘과 산언저리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흘러만가는 구름, 슬픈 나그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되돌아가는 벌거숭이 인생의 서글픔, 호소력 있는 그의 목소리에는 우리네 삶의 본질, 명상과 쓸쓸함과 외로움이 흠뻑 녹여져 있었다.


어려운 그 시절을 지내온 장·노년층이면 누구나 그런감정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대한민국 제일 부자 삼성의 이병철 회장도 이 세상 떠날 땐 나무 곽에 옷 한 벌 입고 ‘빈손’으로 갔을뿐 가져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며 그의 먼 친척이 서글퍼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공수래 공수거’ 결국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인생인데 부자들은 왜 그다지도 인색한지. 벌벌 떨다가 돈도 못 써보고 가는 가련한 인생이 대부분이다.


이즈음 세계무대를 석권하고 있는 젊은 층의 K팝은 댄스 음악으로 거대한 무대장치, 관중동원, 상업성이 주류를 이루는데 비해 그때 그노래들은 가사와 작곡, 가수의 열정이 혼연일체가 되어 빚어낸 결과다. 클래식 음악은 깊이와 웅장함, 아름다움으로 한없는 감동을 안겨준다.


대중음악은 또 다른 면에서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 가슴을 울리고 위로하고 격려 한다.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경제위기 때 고개 숙인 아빠를 격려하는 아이들의 노랫말 이 한마디는 단연 압권이었다. 가족들이 아빠의 지갑이 비어 있고 직장에서 해고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면서 격려 할 수 있는 것도 대중음악이 지닌 시대성이며 저력이다.


미국의 세계적 팝가수 마돈나가 얼마 전 60세 생일을 맞아 미국이 아닌 아프리카 모로코의 한 도시에서 생일 파티를 열고 한 가지씩 생일 선물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마돈나가 세운 마라위의 고아와 저소득층을 돕는 비영리 재단 ‘라이징 마라위’를 후원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가난한 어린이와 서구 부자들을 자매결연하는 이 사업은 언론을 통해 다시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마돈나는 자기 아이가 둘인데도 4명의 말라위 어린이를 입양, 함께 기르며 아프리카를 돕는 봉사활동을 10여 년 째 계속하고 있다. 최희준은 젊은 시절 제주도에서 백혈병 투병환자들을 돕기 위한 음악회를 열었다한다. K팝의 젊은 층들도 종종 사회를 위한 기증을 계속하고 있다.


가수는 대중의 박수소리와 사랑으로 성패가 가려진다. 국민가수라는 이미자 씨나 은퇴가수 패티 김같은 성공한 가수가 불우한 이웃을돕는 연말 콘서트를 열거나 환자들을 위해 병원에서 격려음악회를 열었다는 보도는 한 번도 본적이 없다. 세금문제로 말썽을 일으키고 있는 이미자 씨 문제는 어떤 사연인지는 몰라도 수치스럽다.


인생은 나그네길, 가수 최 희준은이제 모든 서러움을 내려놓고 영원한 나그네 길로 떠났다. 국민으로부터 사랑을 받는 가수는 그 사랑에 따른 사회적 의무도 함께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2018824일 제1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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