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조촐한 모임에서였다. 대학총장을 지낸 한 여성 지도자가 “ 구청에 가보았어요. 구청장실은 얼마나 큰지. 구의회 의장실도 어마어마하게 넓어요. 구의회는 거의 집 가까이 있을 텐데 의장에게는 고급 자동차며 운전기사까지 있어요.” 우리가 낸 세금이 과다 지출되고 있다는 지적에 모두가 공감했다.
얼마 전 방송에서도 보았지만 스웨덴 국회의원은 전철을 타고 와서 자전거로 등원하는 것이 예사다. 구스타브 국왕도 전철을 이용 할 때도 있었다. 여성 총리가 총리공관앞 시장에서 점심시간 저녁 찬거리를 사는 소박한 모습이 뉴스가 되기도 했다.
우리 선출직들이나 고위직들은 겸손하지 못하고 목에 힘을 주는 이들이 많다. 그들의 부인도 남편 이상이다. 기득권 정치인들은 국민의 존경과 신뢰를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선거에서 확연하게 드러난 것이다.
자유 한국당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번 지방선거가 만일 총선이었다면 거의 전멸에 가까운 패배를 당했을 런지도 모른다. 바쁘겠지만 당선만 되면 주민들 앞에 코빼기도 안 보인다는 것이 사람들의 불평이다. 주민과 함께하는 정치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힘 있는 국회의원의 경우 시장 시의원 구청장 구의원은 모두 자기손 아래 부하처럼 대한다. 선거 때만 되면 고개 숙이고 큰 절하고 법석이지만 당선 이후엔 연락도 잘안 된다. 국회의원 구청장 군수가 지역의 상전이지 머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없다.
경북 구미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보수의 텃밭’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전 이곳에서 달걀세례를 받기도 했다. 구미는 이번 선거에서 TK아성 중 유일하게 민주당 시장을 탄생시키는 이변을 낳았다.
구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작심하고 조성한 첨단산업 중심 공단도시이다. 오랫동안 친박, 비박 나누어 달콤한 권력만을 탐했지 근로자의 생활, 공단의 부진에 힘쓰지 못한 한국당에 반기를 든 것이다. 부산도 마찬가지. 부산은 계속 인천에 밀리고 있다. 제2도시란 말도 사라진지 오래다. TV방송의 일기 예보에서도 부산 날씨는 거의 언급하지 않을 정도로 부산의 위상이 낮아졌다.
일자리가 없어 젊은이가떠나는 도시. 비행장도 대구세에 밀려 소음, 24시간 운용, 이착륙의 위험 등을 해결하지 못 한 채 이름만 바꾸었고 항만기능마저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도시로 추락하고 있다. 이번선거에서 시장, 시의회 구의회까지 민주당에게 싹쓸이 당한 것은 놀랄 일은 아닌 것 같다.
3전4기의 오거돈 당선자는 항만도시 부산의 좋은 여건을 활용,‘ 부산의 기적’을 만들어 내야 한다. 민주당이 잘해서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민주당을 선택한 것만은 아니다. 오랫동안 자신들의 이익만 탐해온 한국당의 교만을 국민이 심판한 것이다.
아직도 남북회담, 북미회담의 결과에 대한 국민들의 걱정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남북이 전쟁 없이 살아야겠다는 시대의 흐름, 새 역사에 대한 국민의 갈망을 우려와 정책제시 보다는 한마디로 매도한 야당 대표의 오만함에 곱표를 친 것이다.
여당의 대박은 소박하고 따뜻하게 국민을 보듬어온 문재인 대통령의 인간미와 겸손함에 공감한 서민의 힘이 뒷받침 한 면도 크다. 한국당은 버림받고도 아직 싸우고 있다. ‘저희가 잘못 했습니다’라고 당사에 크게 써 붙여 놓고 개혁이니 정풍이니 하지만 국민의 신뢰를 받기에는 역부족이다.
어정쩡한 개혁 따위가 먹혀 들 리 없다. 야당은 여당에게도 교훈이다. 거대여당의 교만이 터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정부는 최저 임금인상등 잘못되고 있는 경제정책, 인사문제 등 많은 문제를 그대로 밀어 붙이고 있다. 국민의 마음은 수시로 변한다.
[2018년 6월 22일 제101호 1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