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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시론

공원이 있으면 삶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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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은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영감과 사색, 건강과 행복을 주는 살아 숨 쉬는 소중한 공간이다. 회색빛 도시에 우거진 푸른 숲의 넓은 공원이 있다면 이는 분명 하늘이 내린 축복이다. 공원이 있으면 삶이 달라진다.

한여름 장대비가 쏟아져 내리고 있는 런던 하이드 파크의 야외 음악당에 세계 최고의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연주회가 열리고 있었다. 구름떼처럼 우산을 쓰고 몰려든 청중들은 열정적인 노래에 아무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청중가운데는 다이애나 왕세자비 내외도 예외 없이 우산을 바쳐 들고 끝까지 대중들과 함께 열광하며 푸치니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들었다.

아주 오래전 VTR에 녹화된 한 장면이다. 파바로티도 다이애나 왕세자비도 모두 저 세상으로 갔지만 파바로티와 왕가의 사람들, 대중들이 비 내리는 공원에서 함께 공감한 그 순간은 아직도 감동으로 남아 있다.

공원은 도시민에게는 필수 공간이다. 건전한 여가와 휴식, 공연을 즐기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삶의 충전 기능을 담당 하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75만평의 하이드 파크나 100만평의 뉴욕 센트럴 파크 같은 넓은 도심 공원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뉴욕 번화가 맨허턴의 중심부에 있는 센트럴 파크는 대도시 속의 전원이라 할 수 있다. 뉴욕 사람들은 계절마다 달라지는 자연의 묘미를 이 공원에서 한껏 즐기고 있다.

부산은 지금 작은 공원들이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이기대 도시자연 공원, 청사포의 송림지역을 제외한 22개의 작은 공원들이 20207월부터 실시되는 공원 일몰제 때문에 공원 안에 있는 사유지를 사들이지 못하는 한 공원에서 해제되게 된 것이다.

해제되는 사유지에 우후죽순처럼 호텔이나 아파트가 들어선다면 부산의 건축물은 현재도 그렇지만 더욱 눈 둘 곳이 없어진다. 지금까지는 작지만 자연생태를 유지하고 있는 소공원들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광주 무등산 국립공원이 아름다운 생태계를 유지하면서 훼손 되지 않고 우뚝 서 있는 것은 광주시민과 시민단체들이 함께 벌인 뜨거운 무등산 지키기 운동 덕분이다. 25년 전 무등산 중턱에 순환도로를 뚫는 공사가 시작 됐다.

광주시민들은 무등산을 가로 지르는 순환도로에 반대하기로 뜻을 모으고 무등산 보호 협의회를 구성, 강력한 반대 투쟁에 나섰다. 1992년부터 무등산 한 평 갖기 1000원 모금운동을 시작, 토지 매입을 시작했다.

56천여 명이 성금을 내거나 땅을 기증하기도 했다. 결국 건설 중이던 산 중턱의 자동차 순환도로는 사람이 걸어 다니는 지금의 탐방로가 됐다. 시민들의 한 평 갖기 성금으로 개발 되어서는 안 되는 지역의 알박기 땅도 확보 했다. 무등산은 국립공원으로서도 품격을 유지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공원 지키기 운동은 국회의원이나 시 구의원들에게 맡기면 될 일이라고 생각 하는 시민들이 많다. 지자체 예산은 투자해야 할 곳이 너무 많아 공원 지키기 예산 마련이 쉽지 않다.

숲이 무성한 공원이 도심에 있다는 것은 큰 행복이다. 수영구 남천동 해변시장 근처 상가 밀집지역에 4백년 된 한 거루의 팽나무가 좁은 길 한가운데 버티고 있다. 보호수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는 거목의 모습은 너무나 당당하다. 자동차가 그 옆을 겨우 비켜가지만 하늘을 받들고 있는 마을의 수호 신 같아 보기에도 흐뭇하다.

영국은 200여 년 전부터 사라질 위기에 처한 공원, 자연이나 문화유산을 확보하기 위해 내셔널 트러스트(국민 신탁)운동을 계속 이어 오고 있다. 시민들의 모금이나 기증을 통해 자연, 문화유산을 사 들이고 영구히 보전하는 환경운동을 벌이는 것이다. 국토의1.5%, 해안지역은 17%가 내셔널 트러스트 소유이다.

공원 일몰제가 몰고 올 파장을 미리 예방하기 위한 내셔날 트러스트 운동이 부산에도 필요하다. 좋은 일이라면 광주가 한 일 부산도 할 수 있다.

 

[2017717일 제9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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