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부정이라도 드러나면 완전히 정치무대에서 사라지는 사회 구조다. 살린이라는 한 국무총리 후보자는 정부 법인카드로 가족에게 초콜릿을 사다 준 것이 밝혀져 낙마했다. 노벨상을 주는 나라답게 당당하고 정직한 스웨덴은 사회보장도 철저하지만 부패도 없어 국민이 살기 편안한 나라다.
우리 정치와 공직사회는 부패가 휘감고 있다. 부패를 없애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때 공직윤리를 강화하여 깨끗한 공직 사회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병역 기피,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전입, 논문 표절 등 5대 비리관련자는 고위 공직에서 원천 배제하겠다고 약속했다.
청와대 첫 출발은 산뜻한 모습의 연속이었다. 회의 때 대통령은 양복 윗도리를 받아 주는 것도 쑥스러운 듯 사양 했다. 구내식당에서 식판으로 직원들과 점심식사 하는 분위기에도 국민들은 흐뭇해했다.
작은 일에 배려하는 대통령이 큰일도 잘 해 나가리란 기대가 컸다. 아직 시작이지만 실망은 너무 크다. 대통령이 약속한 고위직 5대 비리공약이 비 온 뒤 언덕 무너지듯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 이낙연 총리, 김상조 공정거래 위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의 위장전입, 세금 탈루, 논문 표절, 아들의 병역문제 등 솔직하지 못한 변명이 국민을 실망시켰다.
세상에서 가장 바른 체하던 조국 민정수석의 어머니 고액 상습체납 문제는 충격이었다. 어떤 이유든 아들을 군에 보내지 않은 이낙연 총리가 67주년 6.25기념식에서 “국가에 헌신한 참전용사 여러분들에게...” 이날 총리의 기념사는 국민들의 심정에 겉돈 것 같다.
결국 사퇴 했지만 법무장관 안경환 후보의 거짓 혼인 신고처럼 문제 많은 후보가 당초 스스로 사양했더라면 세상에 드러난 우세는 하지 않고 만년을 보낼 수 있었을 것이다. 국민의 실망은 물론 그의 제자들의 수치감과 허탈함 또한 적지 않았을 것이다.
청문회가 열리고 있는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후보의 음주운전, 교육의 본질과 역할에 눈 감은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상곤 후보의 석․박사 논문 표절, 송영무 국방장관후보의 얼마 안 된다는 월 3천만 원의 냄새나는 거액 자문료 등 장관 후보군의 문제가 청와대 인사 검증 필터가 고장 나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민의 눈높이에 이르지 못한 후보들을 청와대가 굳이 임명을 강행하는 것은 국민의 여론이 아니라 국민의 심중을 거스르는 일이다. 여당이 야당이었을 때 이런 후보들은 거의 걸러냈다.
2000년부터 시작한 인사청문회는 이제 17년에 이르렀다. 그동안 각 정권마다 보여준 한국 지도층의 면면은 도덕 불감증이 극에 이른모습이다. 청문회장은 기를 쓰고 개천에서 용으로 입신출세한 인사들의 목표가 국가라는 공동체의 이익보다 자기중심적 이기주의가 빚어낸 비극적 ‘쇼’로 비친다. 자신의 잘못을 덮기 위해 어제의 권력자가 눈물을 보이는 것도 청문회장의 한 풍경이었다.
‘우리의 지도층은 너무 이기적이다. 더 적나라하게는 탐욕적이다. 왜 재물을 탐하는 탐욕주의자들이 되었을까’ 사회학자 송복 명예교수는 저서 ‘특혜와 책임’에서 특혜만 누리고 책임은 지려하지 않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없는 지도층의 현실을 개탄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고뇌는 깊을 것이다. 대통령의 주변에서 누군가 초장부터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으면 계속 밀린다고 조언했을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잘못된 것은 과감히 개혁해야 한다. 대통령 임기 5년은 긴 관점에서 보면 그리 길지 않다. 부패를 깔고는 경제도 성장 할 수 없다. 국가라는 큰 배를 운항하는 선장의 정확한 판단력과 용단이 폭풍을 이겨낼 수 있다.
[2017년 6월 23일 제89호 1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