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영축산 아래쪽 문대통령의 퇴임 후 사저를 짓고 있는 양산 평산 마을을 지나게 되었다. 영축산 정상이 바라보 이는 이 마을은 군데군데 아름다운 집들이 들어섰고 길도 깨끗하게 포장되어 아늑한 마을로 달라져 있었다.
마을 한가운데 있는 작은 동산 위에 문 대통령의 사저 대지가 보였고 땅을 고르다가 중단한 듯 불도저 한 대가 멈춰서 있다. 대통령은 이 대지를 매입하고 그 안에 있는 일부 농지를 11년간 농사지은 경력이 있다’며 대지로 바꿨다.
농사짓는 사람만이 농지를 살 수 있도록 한 법이 ‘농지법’인데 대통령이 언제부터 농사를 지었는지 알 수 없다. 보통 사람이 농지를 대지로 형질변경 하려면 하늘에 별 따기다.
대통령이 퇴임 후 자기 마을로 이사 오겠다는데 주민들이 반대 시위까지 벌였던 일이 떠올라 어쩐지 찜찜하다. 사저에는 150면 주차장까지 만든다니 집 규모도 예사롭지는 않을 모양이다. 퇴임 후 대통령은 1,000평이 넘는 넓은 대지에 정원을 가꾸고 지인들을 만나며 여유롭게 살아 갈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집은 너무나 소박하다고 한다. 2005년 처음 집권한 그는 4선에 성공하여 16년 동안 총리로 재임, 오는 10월 임기를 끝낸다. 유럽 최대 경제대국 총리였지만 그는 일반 시민들처럼 그저 평범한 아파트에서 살아왔다. 총리가 되기 전에도 이아파트에 살았고 총리 직을 마친 뒤에도 이 집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이 아파트에는 정원도 수영장도 하인도 없다. 메르켈의 변함없는 소박한 삶은 독일인의 가슴에 존경과 감동, 사랑받는 무티(엄마)가 되고 있다. 그는 재임동안 어떤 위반도 비리도 저지르지 않았다. 집안일도 도우미 없이 남편과 나누어 한다. 남편이 세탁기를 돌리고 메르켈은 손질을 한다. 왜 늘 같은 옷을 입느냐는 질문에 “나는 모델이 아닙니다. 공무원입니다.” 그는 정직하며 꾸미지도 않는다. 사진에 찍히려고 베를린 뒷골목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그는 영광스런 지도자인척하지도 않았고 자신보다 앞선 정치인들과 싸우지도 않았다. 어느 러시아인이 푸틴과 비교, 메르켈에 관해 페이스 북에 올린 글이 우리 카톡에도 인기다. 메르켈은 얼마 전 독일의 대표적 언론단체 초청으로 임기 마지막으로 가진 기자회견 말미에 “언론인 여러분 고마워요. 기자회견은 늘 즐거움이었어요.”라고 고별인사 했다.
16년 동안 공격성 질의도 많았을것이다. 이번에도 수해문제로 맹공을 당했다. 그래도 회견이 ‘즐거움’이었다며 기자들을 격려한 메르켈의 인품이 돋보인다. 문대통령은 2019년 5월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 다른 기자들을 배제한 채 KBS 여기자와 단독회견 했다. “대통령을 독재자라 부르는데 어떻게 생각 하십니까” 등 날카로운 질문 몇 개가 있었다.
그 때문에 대통령이 곤욕을 치루었다며 측근들이 난리를 쳤다. 대선을 앞둔 지금 여당은 비판언론을 옥죄기 위한 ‘언론 징벌 법‘을밀어붙이고 있어 언론단체들의 반발에 부딪치고 있다. 메르켈은 8천만 독일국민의 기대에 부응 했다. 2차 세계대전 후 ‘녹슨 전차’로 불리던 독일을 미국, 중국, 일본에 맞먹는 최강대국으로 변화 시켰다. 그의 능력, 헌신, 성실함이 독일을 강대국으로 만든 큰 버팀목이 었다.
10년 전 그리스 스페인 등 남유럽의 재정위기 때 긴축정책을 주도 했다. EU(유럽 연합) 곳곳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중재하며 유럽을 하나로 묶는 정신적 지주역할을 해낸 것도 공정하고 성실하며 푸근한 그의 무티리더십 덕분이었다. 메르켈처럼 존경스런 지도자가 있는 독일이 부럽다. 다가 올 대선에서 정신 바짝 차리고 능력 있고 올바른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를 선택해야 한다. 그것은 시대적 사명이다.
[2021년 7월 30일 제135호 1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