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서글프게 내린다. 꽃이 활짝 피어 있는 벚나무에도 봄비가 내린다. 마스크를 쓴 여자 두어명이 벚꽃나무 아래를 지나간다. 여느 해 이맘때쯤이면 인파가 북적이던 남천동 삼익아파트 거리, 해운대 달맞이 길에도 마스크를한 몇몇 사람들이 걸어가고 있을 뿐이다.
문을 닫은 학교가 온라인 강의를 한다지만 시설이 있어도 가르치는 쪽이나 학생 양쪽 다 힘들다는 교수의 말이다. 전통시장, 마트에도 주부들의 발길은 여전히 뜸하다. 유럽이나 미국처럼 사재기를 하지않는 우리는 한결 나은 편이다.
문을 연 옷가게, 음식점들도 사람들이 오지 않아 월세 맞추기가 걱정이다. 폐지상자를 주어 생계비를 보태던 손수레 할머니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한 달반이 넘도록 집에 못 들어간 권영진 대구 시장이 코로나 피해주민 보조금을 놓고 의회에서 옥신각신하던 중 실신했다. 누적된 과로가 원인이다. 코로나에서 시민을 지켜내려고 애쓰던 모습이 가슴을 찡하게 한다.
이럴 때 지도자의 따뜻한 격려와 위로는 큰 힘이 된다. 며칠 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대국민 담화문을 친구가 카톡으로 보내 왔다. 메르켈 수상은 “...많은 분들이 걱정하고 계신다는 것을 압니다...굉장히 심각합니다...” 개인과 전문가들, 관계자들의 조언을 듣고 치료법과 백신을 연구하고 모든 해결책을 다하고 있다며 이해를 구한다.
환자들은 단순히 통계적인 숫자가 아니라 우리의 아버지, 할아버지, 어머니, 연인, 바로 사람이라면서 모든 생명이 소중하고 중요하다고 위로 한다. 일선에서 고생하고 있는 의사, 간호사, 관련자 모두와 평소 때 감사의 인사를 못한 계산대에 앉아 있는 분들, 선반을 채우는 분들에게도 그 자리를 지켜주어 고맙다고 전한다. 국민을 소중히 감싸는 어머니 같은 수상의 겸손한 모습이 진실하게 느껴진다.
우리는 코로나와 밤낮으로 싸우며 지쳐있는 의사, 간호사, 업무 관계자와 국민을 격려하고 위로하는 대통령의 담화문이 있었는지 기억에 없다. 전문가의 조언을 무시한채 초기 중국 입국을 막지 않아 결과적으로 코로나를 키우고 곧 진정 될 것이라는 예측잘못 등 국가적 손실에도 어느 누구도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현재 세계 173개국이 감염되고 2만 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중세 때 유럽인구의 3분의1, 1억 명의 생명을 앗아 간 페스트가 떠오른다. 며칠 사이 유학생 등 해외 입국자들 때문에 서울, 경기 등 숫자는 또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시 외국인 전면 입국금지 필요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한계에 이른 의료진의 피로는 외면, 아직도 공항 선별을 고집하고 있는 정부의 정책을 이해 할 수 없다.
이런 와중에도 코로나 바이러스 진원지가 된 신천지 교단을 몰아치던 서울 시장이 고발, 손배소를 제기하더니 재단의 법인허가를 취소했다. 채찍이 급한 것은 아니다. 말 안 듣는다고 회초리를 휘두르는 것은 최하지 정책이다. 경기지사는 경찰도 아니면서 이만희 신천지 교주체포에 직접 나섰다. 대선가도에 보탬이 될지 몰라도 완전 ‘쇼’였다. 신천지 교도도 아끼고 돌봐야 할 우리 국민이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정부가 코로나 대처에 인정받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우리의 자신감을 세계에 펼쳐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혼신의 열정을 다한 의료진과 예방 철칙을 잘 지키는 국민 덕분이다. 얼마 남지 않은 총선에 코로나 정국이 어떻게 작용 할 것인지 가늠 되지 않는다. 국민의 힘으로 나라를 바로 세우고 코로나 전쟁에 기어이 이겨야 한다.
[2020년 3월 27일 제122호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