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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시론

여성가족부 없애려고 여성장관 임명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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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15개 부처 가운데 가장 힘없고 적은 예산, 가장 많은 비난에 노출되는 장관은 불명예스럽게도 여성가족부 장관이 첫 손가락에 꼽힌다. 등소평의 말이지만 하늘의 절반은 여성이 떠받치고 있다고 했다. 하늘은 바로 세계며 나라를 뜻한다. 이런 소중한 나라의 주춧돌인 여성과 가족의 어려움을 풀기 위해 정책을 만들어 시행하는 사령탑이 여가부 장관이다.

여가부는 여성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에 따라 이리저리 밀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수난부서로 추락, 이제 폐지되어야 할 운명에까지 떠밀려 왔다. 과연 UN으로부터 전 세계여성들의 염원이 집중되어 개선을 거듭해 여가부로 명명된 부서를 폐지해도 될까. 이번 개각에서 김행 여가부 장관 후보자는 첫 출근을 하면서 기자들의 질의에 여가부 폐지를 드라마틱하게 엑시트하겠다고 밝혀 비난을 자초 하고 있다. 장관이라면 그렇지 않아도 잼버리 준비 진행의 잘못과 여가부 폐지 공약에 잔뜩 주눅 들어 있는 직원들을 감싸고 격려하는 모습부터 보이는 것이 후보자로서 첫 일성이 됐어야 했다.

여가부 폐지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긴 하다. 대통령의 공약을 지켜야 하는 장관후보지만 드라마틱한 엑시트가 무슨 뜻인지 어떻게 하는 것인지 그 뜻조차 이해되지 않는다. 김행 후보자는 일상의 말에 영어가 들어가야 뜻이 잘 통한다고 믿는 엘리트층이라고 착각하는지 모른다. 고위층 정부 각료의 말은 알아듣기 쉬워야 국민의 공감대를 넓힐 수 있고 정책 수행이 수월해 진다.

여가부를 없애고 어느 행정부서에 이름을 바꾸어 XXX 본부로 덧방 살이 시켜 명맥을 유지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몇 개 부처에 흩어버릴 것인지 알 수 없다. 어쨌거나 김행 후보자는 여성권익 증진, 가족, 청소년, 노인 등 숱한 문제의 기획 조정 발전보다 여가부 해체 용역을 맡은 청소장관으로 기억되어서는 안 된다.

윤대통령의 여가부 폐지 공약은 대통령 선거 당시 원희룡 국민의 힘 정책 본부장도 모르는 사이에 정해졌다고 한다. 내부에서도 논란이 많았다. “절반 가까운 여성들이 여가부가 부처로서 수명이 다했다는 여론조사가 있다는 이준석 당대표의 보고에 양성평등가족부로 이름을 바꾸려고 했던 윤후보가 폐쇄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란 뒷얘기도 있다.

2001년 탄생한 여가부가 본격적인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된 것은 3년 전 박원순 서울시장의 권력형 성범죄사건에 줏대 잃은 대응태세를 보였기 때문이었다. 피해여성을 옹호하고 함께 분노해야 할 여가부장관이 국회에서 오히려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성희롱사건을 은폐하려했다. 국민들은 실망했고 여성들의 분노는 컸다. 여가부 폐지의 불씨를 지핀 것이다.

이런 시한부 여가부가 세계적 국제행사 잼버리의 주무부서로 됐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부서폐지에 신경이 곤두세워진 터에 행사를 바로 챙길 여력이 나올 수가 없다. 담당 장관이라면서 한 번도 행사 현장 점검도 하지 않았다니 장관의 무열정 무책임한 무능력도 한심하다. 권력도 없는 여가부에 세계적 행사를 맡긴 정부도 문제다. 거기다 새 장관 후보마저 대통령의 폐지공약을 드라마틱하게 엑시트하겠다다고 하니 직원들의 사기는 가을 낙엽신세가 된 것 같다.

취임 1년이 지나는 동안 윤석열 대통령은 여성 문제에 관한 한 어떤 관심도 보인 적이 없다. 여가부 폐지공약이 다수당인 야당의 벽에 부딪쳐 주춤하는 사이 정부의 여성관련 정책은 보이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은 현재 세계10위권에 진입한 선진 경제 강국이다. 이에 비해 한국여성의 성불평등지수는 유엔개발계획의 통계에서 115(2020) 꼴지 권으로 부끄러운 수준이다. 일시적 분노에 찬 여론조사를 믿고 덜렁 여가부를 없앨 것이 아니다. 더 심중한 다각도의 연구검토가 뒤따라야 한다. 여가부를 폐쇄한 뒤 내년 총선에서 더 많은 여성들 표를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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