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즘 정치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대한민국 정치인들은 왜 그리 속이 좁아터졌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정권 핵심부 돌아가는 일을 어찌 알 수 있겠느냐마는 밖으로 국민에게 비친 양상은 역시 밴댕이 속처럼 좁아 푸근하게 믿을 곳이 없다는 실망감을 안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힘 당 대표 적합도 1위를 차지하던 나경원 전 의원이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뒤 여당 전당대회 구도가 김기현 안철수의 양강 구도로 굳어져 가고 있다. 잘 나가던 나 전 의원이 왜 당대표 출마도 해보지 못한 채 ‘축출해야 될 어떤 정치인’으로 낙인찍히게 됐는지 모른다. ‘상종 못 할 사람’이라는 말도 대통령실에서 흘러나왔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실은 대체로 입이 무거워야 한다. 도움보다 피해가 많은 말을 함부로 할 수 있는 것은 비서들이 나 전 의원 축출 부작용을 예기치 못한 정치 초등학생 수준밖에 되지 않다는 방증이다.
나 전 의원이 여론지지도 1위를 한 것은 그의 4선 의원 경력, 전 야당 원내 대표로서 역할뿐 아니라 여당에 대한 날카롭고 다부진 말과 대응력을 평가한 당원들이 많았다는 증거인 것 같다. 이즘 야당의 정치능력이라면 ‘아닌 것도 기다.’로 만드는 히틀러의 선전상 게펠스 같은 설득력의 대가들이 많다는 점일 것이다. 진실의 힘은 크다. 언젠가 진실은 드러나게 마련이지만 우선 사실을 바로 밝혀주는 입이 드는 여당 쪽은 한두 명을 제외하면 거의 안 보인다.
사실 국민들은 나 전 의원이 무엇을 크게 잘못하여 저출산고령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해임 당했는지 잘 모른다. 당 대표에 뜻이 있었다면 저출산이니 기후대사를 맡지 않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교육장관 후보는 야당의 끈질긴 하차 요구에도 버티게 두더니 사표를 낸 나 전의원에겐 앙갚음하듯 해임한 것은 역대 정권에서 좀처럼 보지 못한 것 같다. 정책이 맞지 않아 대통령실과 논의했다는 뉴스는 나오지 않았다.
고 김동길 교수가 쓴 링컨 대통령과 남아공의 만델라 대통령이 떠오른다. 링컨 대통령은 당선되자 곧 당내에서 가장 유력한 사람들, 특히 대통령 후보 지명전에서 후보가 될 뻔한 강자들을 주변에 배치, 강력한 내각을 구성했다. 몇 해 전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링컨을 모욕한 시카고 유명 변호사 스텐튼을 국방장광으로 임명했다. 큰 소송사건을 함께 담당했을 때 그는 링컨을 가리키며 “저런 시골 변호사와 변론을 함께 하다니, 내 체면 문제”라며 변호를 거절하고 나간 사람이다. 모욕을 당한 것은 사사로운 일이고 나라의 일은 나라의 일이라고 했다. 그것이 링컨의 매력이었다. 만델라남아공 대통령은 오랜 감옥생활에서 풀려나 대통령이 되었을 때 흑인들을 능멸하고 자기를 교도소로 몰아넣은 백인 대통령과 관료들을 모두 용서한 사실은 세계를 감동시켰다.
여론조사에선 어떻게 나오든 말든 일단 윤석열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큰 정책에 대해선 공감, 기대하는 분위기가 많다. UAE(아랍에미리트에서 300억불 투자유치와 많은 MOU(앵해각서)를 교환한 일은 세계경쟁에 힘든 기업을 살리는 큰 역할을 한 것이다. 바라카 원전을 직접 둘러 원전기술수출 현장을 확인하고 다보스 포럼 특별 연설을 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자신이 세일즈맨임을 강조한 대통령은 없었다. 먼저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가 늘어난다. 일자리가 늘어나야 월급이 은행통장으로 입금되고 돈이 돌아야 가정이 행복해진다. 택시기사들이 밤늦게 술 취한 사람들 옆으로 차를 몰면 “따불, 따따불”하고 택시비를 올려줄 때 돈모아 집을 장만하던 때가 행복했다고 한다. 대통령과 정치지도자들이 겸허하게 국민을 보살필 때 나라는 또 한 번 기적의 성장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부정 리스크에 놓인 현재의 야당은 여당으로서는 기회다. 이럴 때 단합하여 국정에 열정을 바치지 못한다면 국민의힘은 또 역사의 죄인이 될지도 모른다.
[2023년 1월 27일 151호 1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