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총리의 짧은 방한은 윤석열 정부와 부산에 묘한 딜레마를 남기고 있다. 제2 중동특수로 난관에 부딪치고 있는 한국경제도 살리면서 2030부산세계 엑스포 경쟁상대국인 사우디와의 관계에서 유치 전략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빈 살만은 사우디아라비아의 홍해와 인접한 북서부 사막 위에 서울의 44배 크기의 거대한 부지에 초대형 미래도시 ‘네옴시티’ 비전2030 전략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660조원이나 든다는 국가차원 계획 실현을 위해 중요 파트너로 한국을 지목하고 윤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과 회동했다. 사우디가 이런 방대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은 지금까지 석유에만 의존하던 경제를 첨단제조업 중심으로 전환,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나 카타르를 능가하는 미래도시를 만든다는 목표다. 두바이가 메마른 사막 땅위에 이룬 환상적 도시라면 사우디가 못 할 이유가 없다는 빈 살만의 의지다. 전문가와 학자들과의 오랜 연구를 거친 대공사로 현재 착공 진행 중이다.
한국은 소프트분야 최고의 기술, 가격, 품질, 추진 능력 면에서 네옴시티 건설의 최고 파트너일 수 있다. 이번 방한에서 국내 기업들과 3건 계약, 23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사업비가 40조-100조원으로 추산된다니 방대한 액수다. 빈 살만은 우리 기업 오너 8명을 초청, 네옴시티 관련 현안을 설명하면서 사우디에서 하고 싶은 사업과 그에 따른 애로사항까지 일일이 물어보는 등 친절을 다했다.
그동안 세계박람회 유치에 적극적으로 지원해온 우리 기업 오너들의 심정은 상당히 착잡했을 것이다. 엑스포에 대한 어떤 언질도 없었다. 자칫 사우디의 눈 밖에 날 경우 제2 중동특수를 놓치는 것은 아닌지 고심했을 수도 있다. 서양속담에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Chance never comes again)고 했다. 기업인들이 스스로 알아서 ‘기업이냐 엑스포냐’를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준 빈 살만의 고차원적인 전술이었을 수도 있다.
빈 살만은 네옴시티가 완성되는 2030년 세계엑스포를 동시에 열어 사우디의 국력과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고 싶은 강열한 욕구를 지니고 있다. 벌써 이슬람 협력기구 57개 회원국과 프랑스 등 60여개 국이 공개적으로 지지를 선언한 상태다. 부산은 엑스포유치로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60조 이상의 경제창출과 고용창출 50만명으로 효과를 추산하고 있지만 지지국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세계 최대의 산유국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는 현재 미국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엔 근소한 차이로 밀리지만 아직도 석유수출국 기구(OPEC)에서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나라다.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러시아가 단절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채굴량을 증가해 달라는 바이든 미 대통령의 요구를 일축한 기세당당한 빈 살만이다. 외환 보유고도 세계 9위로 두려울 것이 없다는 기세다.
석유 덕으로 아랍 최대의 부국이자 지역 강국인 사우디는 아랍권에선 독보적이며 국제사회에서 무시할 수 없는 역량을 갖고 있다. 이런 나라의 왕세자에다 총리까지 겸한 빈 살만은 개인 재산이 2700조로 세계 제일 부자로 왕인 아버지 압둘라의 권한을 사실상 휘두르고 있다.
그는 여성의 인권을 무시하고 억압하는 아랍의 완고한 다른 나라에 비해 벌써부터 여성문제에 눈뜨고 있다. 여성 운전허용, 여성 축구장출입 허용, 여성가수 콘서트 허용 등 부드러운 이미지 구축을 위해 애쓰고 있는 젊은 정치인이기도 하다.
빈 살만이 던진 중동특수로 우리 경제를 살리고 2030부산세계 엑스포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 현실적이고도 냉철한 접근이 필요하다. 결국엔 중동특수로 우리 경제를 살리느냐 부산 엑스포냐 그것이 문제로 남는다.
[2022년 11월 18일 149호 2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