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참살이, well-being), 웰 에이징(성공적 노화, well aging), 웰 다잉(좋은 죽음, well dying)은 이젠 흔한용어이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이 우리 생(生)의 목적이기에 우리는 날마다 몸과 정신을 가다듬으면서 산다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지나친 욕심, 스트레스, 나쁜 식품 등은 몸과 마음을 헤치기 때문에 우리는 가급적 평온한 마음으로, 신체의 높은 회복성을 지니면서, 건강한 먹거리로 살려고 노력한다. 그게 웰빙이다. 그러나 그렇게 잘 먹고 좋은 마음으로 살아도 우린 생물체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늙고, 병들고, 죽는다.
인생은 바로 생로병사(生老病死)이다. 가끔 슬픈 갑작스런 죽음이나 사고사(事故死)가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많은 사람의 삶은 ‘늙고 아프다’는 순서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학자들은 '노화(老化, aging)'에 대한 연구를 하고, 이 피할 수 없는 노화를 긍정적 마음으로 수용하면서 최대한 더딘 노화가 일어나, 오래오래 건강한 몸으로 살 수 있는 방안들을 발표하는 것이다.
웰 에이징이란 용어를 한국에서는 화장품 회사가 가장 먼저 차용해 대중화시켰다. 어디 피부만 그렇겠는가? 뇌, 심장, 마음 등 어디 한 군데라도 웰에이징이 필요하지 않는 곳은 없다. '텔로미어 효과(The Telomere Effect)'란 책을 쓴 블랙번(Blackburn) 교수는 인체의 늙음에 관여하는 어떤 구조물(텔로미어)을 발견한 공으로 2009년에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그녀는 이 텔로미어(염색체를 구성하는 DNA 끝에서 덮개 역할을 하는 구조물)가 결코 유전 암호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즉 우리가 어떻게 사는냐라는 섭생(攝生)에 따라 그 크기가 달라짐을 발견하였다. 그래서 그녀는 어떤 삶들이 텔로미어 길이를 늘여, 노화를 더디게 진행시키는 가를 연구하였고, 연구들을 대중들이 알 수 있도록 대중도서로 출간하였다(한국에서는 ‘늙지않는 비밀’이란 제목으로 RHK에서 2018년 출간).
이책에서 그녀는 운동, 수면, 식사, 몸무게를 주요 키워드로 제시하였다. 답은 너무나 대중적이지만 이런 일상적 삶(섭생)이 실제 텔로미어에 미치는 효과를 실증적으로 규명해 내고 있다. 역시 그녀는 ‘주 3회, 하루 45분 이상의 숨이찰 정도의 걷기와 주 3회의 다른 인체활동(요가, 필라테스, 수영, 춤 등)’을 추천하였다.
이 정도의 운동이 텔로미어 길이에 아주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245쪽). 텔로미어 친화적인 식품들에는 통곡물, 채소, 견과류, 해조류, 과일, 오메가-3, 그 외 항산화물질이 든 식품, 커피 등을 제시하고 있다(303쪽). 커피의 향을 편하게 누려도 될 것 같다.
이 외 웰 에이징에 영향 미치는 변수에 ‘유대관계(human relationship)’가 있다. 블랙번 교수는 주요한 키워드로 ‘유대관계’을 다루지는 않았지만. 함께하는 가족, 함께하는 여가활동 집단, 잦은 식사 공동체 집단 등에서 보이는 사회적 결속력이 텔로미어 길이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보고했다(315쪽).
행복 결정 변수에도 이 ‘유대관계’가 꼭 포함된다 - 어린 시절의 행복했던 경험, 좋은 부부관계와 부모자녀관계, 친밀한 친구들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높은 유대관계가 보이고 이들은 불행한 유년기, 불행한 결혼생활을 경험했던 사람들보다는 생활만족도와 행복감이 높았다.
‘어떻게 늙어야 잘 늙는 것인가(웰 에이징)’를 연구한 베일런트(Vaillant)교수는 본인이 하고 싶은 활동(예술활동,봉사, 학습, 운동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늘 행복하고 긍정적 자세를 지니는 사람들이 행복감이 높고, 결과적으로 더 건강하고, 덜 늙는다고 보고 하였다(‘행복의 조건’, 프런티어, 2010 출간).
노화를 고통스러운 쇠퇴의 과정으로 보지 말고, 활기찬 사회적, 신체적, 정신적 섭생으로 통합적으로 유지해가는 자세를 취할 때 웰 에이징이 이루어진다(그 동안 필자의 글을 읽어 주신분들께 감사드린다. 늘 건강하시길 빕니다).
[2019년 12월 20일 제119호 1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