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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숙의 행복아카데미

28. 70세의 과업(課業) : 죽음을 생각하다

이기숙2.JPG오 스 트 리 아 의 철 학 자 곰 페 르 츠(Gompertz)는 재미난 연구를 하였다. 긴 시간동안 수많은 인류의 ‘죽는 나이’를 기초로 통계처리를 해 보았더니 어떤 규칙이 만들어지더라는 것이다. 그는 이 규칙을 ‘죽음의 법칙’이라 불렀지만, 그건 너무 과한 표현이고 결과는 재미나다. 즉 서른 살부터 인간은 8년에 한번 씩 죽을 확률이 두 배로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곰페르츠는 40에 죽는 것은 너무 억울하고, 60에 죽는 것은 어쩔수 없고(운명?), 70에 죽는 것은 죽을 나이에 죽는 것이므로 억울해 할 게 없다고 했다(물론 죽는 나이란 생활습관, 유전 등 많은 변수의 영향을 받아 개인차가 크다. 그는 단순한 경향을 살폈을뿐이다). 여기서 재미난 것이 나이 70은 죽을 수 있는, 죽어도 되는 나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가 잘 쓰는 말인 70세, 즉 고희(古稀)를 찾아보았다. 옛 古(고), 드믈 稀(희)로, 중국 당나라 시인두보의 글 중에 있는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에서 온 표현인데, 선생의 문장에서 고희란 ‘이 나이까지 사는 것은 참 드물다, 즉 오래 살았다’는 의미라고 한다.

평균수명이 길어졌다고는 하지만 인간성장에서 70세란 마지막 단계인 노년기에 들어서고도 한참을 지난 나이이기도 하다. 70세 나이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무엇일까? 심리적으로는 의존성이 높아지면서 구태의연해지고 고집이 세어진다.

신체적으로는 치아, 허리, 무릎등등 아프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이고 자세가 구부정하다. 정서적으로는 열정이 줄고 우울한 날들이 증가한다. 부끄러움이 없어지면서 천박해지려고하고 이기적이 된다. 70의 후반기부터 일상생활동작 능력이 급격히 감퇴한다 - 혼자 요리하고, 혼자 목욕하고, 혼자 병원에 가지못한다. 주변 사람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그들을 괴롭힌다.

물론 어떤 이들은 80의 나이에도 독립적이고, 자세 곳곳하고, 웃음이 넘치고, 고상하시지만, 그런 어른들은 찾기가 어렵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서울대학교 은퇴설계지원센터에서, 고령노인들 전수조사를 해 보았다. 여러 질문 중, 누구의 도움 없이는 살아가기가 불편하다고 여긴 나이가 언제부터였던가가 있다.

누구의 도움 없인 일상생활이 어렵다는 말은 그 만큼 행복하지 못하고, 그 만큼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랬더니 그 기간이 평균 8년이 나오더란다. 즉 당신이 지금 75세이고, 당신이 기대하는 죽음나이가 85세라면, 지금부터 당신이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는 시간은 2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나의 이 설명을 들은 어느 분은 당장하시던 일을 그만두시고,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찾아 가셨다. 그때 나는 지금부터 어떻게 살 것인 가에 더해, 어떻게 죽을 것인 가도 생각하라고 권하였다. 정신줄을 놓아 버리게 되면 누가 나의 치료를 결정할 것인가? 자녀들에게 이 결정을 다 맡기고 의식없이 누워있기에는 자식들이 너무 힘들어한다.

그 젊은 나이에 뭘 알겠는가? 스스로 결정해서 이야기 해 주고 가야한다. 필요하다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도 작성해 둔다 - 임종기 나의 치료에 대한 의사표현이니까. 내가 바라는 나의 주검 처리도 준비할 수 있는 것은 준비하고, 나머지는 잘 일러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감사, 용서, 화해의 대상들에게 나의 진심을 전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생에서 나는 줄 것도, 더 받을 것도 없는 상태에서 하직하는 것이다.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죽을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매일 나의 죽음을 생각하는 버릇을 가져야겠다.


[20191025일 제1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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