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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숙의 행복아카데미

27. 행복연습 6 : 초연(超然)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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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 시간에 서가를 살펴보다, 새삼 마음에 닿는 책이 보여 다시 읽었다. 지셴린(전 북경대 교수)선생이 쓴 ‘다 지나간다(추수밭, 2008)’이다. 나는 책을 볼 때 마다 마음에 드는 곳은 줄을 긋곤 하는데, 이게 보는 나이에 따라 감흥이 다르다.

지난 번 독서에서 지나쳐갔던 것이, 이번엔 눈에 꽂이는 수가 있다. 이번의 독서에서 여운이 남는 단어가 ‘초연해지기’였다.‘초연(超然)’은 ‘넘을 초(超)’와 ‘그렇다고 여기다의 연(然)’이 합쳐진 단어로, 영어에서는 'be above‘, ‘remainaloof from'로 표현된다.

국어사전을 보니, 1. 어떤 현실(현 상황에서의 의식, 감정, 문제, 상태 등)에서 벗어나, 그 현실에 아랑곳 하지 않고 의젓하다. 2. 보통수준보다 휠씬 뛰어나다로 설명되고 있다. 지셴린 선생은 95세에 이 책을 출간하였다.

그 나이 즈음에서의 어떤 경험에서 그는 ‘초연해지려면 아직 멀었다’는 제목의 글을 적었다. 어느 날, 몸이너무 너무 가려워, 참을 수 없이 가려워 그는 병원을 찾았다. 그것도 수소문하여 유명하다는 피부과 의사를 찾았건만, 섣달이 지나도록 그 원인도 못찾고, 병의 진척도 없었다.

이성과 감정 사이를 오락가락하던 그는 드디어 ‘내가 나을 수 없는 병에 걸렸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자신의 병을 인정하였다. 그러니 그때부터 ‘죽을 수도 있겠구나...하면서 자신의 죽음’이 상상되면서, 묘한 두려움과 함께 자신이 이성적 인간에서 본능적 인간으로 변화하더라는 것이다.

‘아고...이런 못난 사람....’ 이란 자책과 함께 그는 아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서도 인생에 초연해지려면 아직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구나...라는 말로 그 글을 마감하였다. 다시 병원을 바꾸어 한 달 간의 입원 끝에, 그는 완치되어 집으러 돌아오면서, 자신이 삶(생명과 죽음)에 대해 더 초연해지기 위해서는 다시 노력이 필요하다고 여겨, 지금부터라도 다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생각했다고 한다.

그 대답을 나는 위 책의 마지막 글에서 찾을 수 있었다(선생은 이래라 저래라 하는 투의 글은 적지 않는다. 내가 그의 책에서 답을 찾을려고 애를 썼을 뿐....). 첫째, 지금부터 나는 어떻게 살 것인 가를 다시 생각해 보라고 하신다.

선생은 이런 글귀를 주셨다. 지금부터라도 ‘조금 더 고상하게, 조금 더 부드럽게, 조금 덜 거칠게, 조금덜 데면데면하기’ 이다. 이 표현이 어렵지는 않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과연 나는 고상한 사람인가? 누구에게나 부드러운 사람인가? 누구에게나 친절한 사람인가?하고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나이 들었다고 어디에서나(식당, 목욕탕 등등) 무례하지는 않는가? 아직도 예전의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권위적이고, 어린 사람들에게 비민주적 방식으로 대화하지는 않는가? 내가 아는 것이 다 옳다고 여겨, 귀를 막고 있지는 않는가?

둘째, 선생은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아라’고 하셨다. 물론 인생에는 기쁘고 좋은 일도 있었을 것이고, 힘든 일도 있었을 것이다. 지나온 인생을 회고하면, 좋은 일의 회상에서는 삶의 보람이 느껴져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더 얻을 수 있을 것이고, 나쁜 일을 회상하면 그 일을 교훈삼아 똑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수 있어, 어쨌든 내 삶의 궤적을 훑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럼, 내 삶을 어떻게 회상해 볼 것인가? - 나의 인생 연표 작성하기, 5대에 걸친 가계도 그려보기, 자서전 적기, 엔딩노트 적기 등의 방법이 나의 과거의 삶을 훑어보는 시간이다. 선생은 ‘펜을 들고, 나를, 이 세상을, 세상만물을 적어보면 아마도 이 세상에 대한 찬양이 넘치고 넘쳐, 당신을 더 오래 살고 싶어질 것이다’고 했다.

행복을 연구가들은, 더 행복해지기 위해 우리가 키워야하는 마음의 근육으로 ‘긍정의 힘(긍정 정서)’ ‘성숙한 방어기제’ 등을 제시하고 있다. 지셴린 선생의 ‘초연하기’는 이 두 가지를 다 포함하는 의미로 내게 다가왔다. 의젓하고, 지혜롭고, 초연해지기라........


[2019920일 제1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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