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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숙의 행복아카데미

행복연습 3 : 재래시장 나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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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누가 나에게 주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때론 가까운 분들이 기쁜 소식을 주고, 그래서 행복 하기도 합니다만, 대부분의 행복은 내가 스스로 만들고, 느끼고 하는 데에서 옵니다. 오늘의 행복연습은 ‘재래시장 나가보기’입니다. 요즘은 주변에 마트, 슈퍼마켓 등이 많습니다.


편리성, 혹은 구경삼아 우리는 쉬이 그런 인위적인 가게에 자주 가게 됩니다. 그러나 조금만 걸으면 어느 동네이든 재래시장은 있습니다. 넓고 깨끗한 마트를 가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그런 만들어진 가게에서는 “사는 재미, 인간의 냄새’ 등은 전혀 느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재래시장에는 좌판이 있고, 가게마다 큰 앞치마를 두른 아줌마나 아저씨들이 서 계셔서 우리와 눈을 맞추기도 합니다. 동네의 작은 재래시장(한 바퀴 도는데, 겨우 30분정도면 되는)도 좋지만 큰 재래시장(제가 사는 부산지역에서 보면, ‘국제시장’, ‘자갈치시장’, ‘구포시장’ ‘부전시장’ 같은)에 나가면 족히 두서너 시간은 구경 다닐 수 있습니다.


크든 작든 시장에는 다양한 먹거리도 있습니다. 특히 철따라 나오는 채소나 과일은 보는 눈을 즐겁게 합니다. 그러나 뭣보다 좋은 건, 그 시장을 구경다니다 보면 어느 새 얼굴엔 생기가 돌고, 입맛이 살아나고, 뭔가를 만들고 싶다는 힘이 생기는 것입니다.


내가 살아 있는 것입니다. 특히 ‘자갈치 시장’ 같은 수산건어물 시장에서는 그 팔딱거리는 생선들이 나를 행복하게 해 주더이다. 손으로 쿡 집어 보기도 하고, 때로는 그 살아있는 놈을 사서 그 자리에서 횟감으로 먹기도 하는 즐거움이 있더이다.


나의 지인 중에는 동네 재래시장도 흡족하지 못해, 시골 5일장을 순례하듯 다니는 분이 계십니다. 물론 그 분은 운전을 하고 다니지만, 어떤 분은 새벽 직행 버스을 타고 가더이다. 봄에는 원동 가서 ‘미나리’를, 하동 가서는 ‘엉개’ 등을 구해 오시고, 가을엔 영천 5일장에 가서 ‘곡식들’을 사오는 등.


때로는 큰 덩어리로 사 오셔서 여러 사람과 나누기도 합니다. 그 분 이야기로는 결코 싼 것은 아니랍니다. 다만 마트 물건 보다 싱싱하고, 더욱중요한 것은 자기는 그 시골장에 가면 비로소 자기가 사는 것 같고 행복하답니다.


햇빛이 비추어 덥고, 때로는 소음과 먼지가 좀 그렇다고 여겨지기도 하지만 소도 보이고, 큰 통에 담긴 채 시장바닥에서 새 주인을 기다리는 작은 고양이들도 있고, 좌판에 앉아 먹는 떡이랑 단술(식혜) 등등. . . 에서 어린 시절의 자기가 느껴져서 좋다고 하더이다.


그 곳에서 그 분은 더욱 행복한가 봐요. 그러나 거동이 불편하다면, 가능한 가까운 곳이라도 가끔 시장에나가 봅니다. 철철이 나오는 많은 작물들을 구경하는 것도 좋고, 어린 시절 보지 못한 묘한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는 곳을 구경삼아 다녀 보는 것도 우리에게는 생기(生氣)가 도는 일입니다.


비라도 오거나 기분이 우울해지려는 날에는 편한 신발을 신고 시장에 나가봅니다. 그러면 조금 행복해질 것입니다. 추석이 다가옵니다. 여름의 뜨거움과 태풍으로, 온갖 것이 다 비싸다고들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선선한 바람이 부는 어느 날을 하루 택해서 혼자도 좋고, 지인과 함께도 좋습니다. 재래시장에 가서, 사람들의 표정도 구경하고, 다양한 장바구니도 구경하고, 난전의 온갖 것들에서 좋은 냄새도 맡고. . . 어느 새 좌판에 앉아 뭔가 먹거리를 사먹기도 하는 , 그런 날들을 만들어 보세요. ‘소.확.행’을 잡아보세요.

[2018914일 제1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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