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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숙의 행복아카데미

또 다른 ‘안희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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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5일의 톱 뉴스는 ‘안희정 1심 무죄’ 기사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사건은 00도지사였던 안00과 당시 수행비서였던 김00 사이에 ‘위력에 의한 성폭력과 성추행’의 진실 여부였다. 물론 검찰은 위력(권력)에 의한 성폭행을 인정하여 구형하였고, 1심 재판부는 그사건을 ‘위력에 의한 성폭행’으로 보지 않았다.


무죄 구형 뒤, 앉은 자리마다 이사건은 화제였다. 두 가지로 정리하면, ‘많은 남성들’은 같은 기관의 부하 여직원을 위력에 의해서든 어중간한 언설에 의해서든 반복적 성관계를 가지더라도 그게 죄가 안된다는 안도감을 가진 듯 하였다. ‘일부 여성들’도 남성적 시각에 길들여져 ‘그 여자도 잘못했더구먼’ 하고 너무나 쉽게 말하고 넘어간다.


직장 내 성폭력을 가장 많이 당하는 말단 여직원들에게는 상사에 대한 친절과 복종도 업무 중의 하나라는 인식이다. 두 번째 집단은 ‘물론 여성들이 대부분이나 일부 남성들도’ 우찌 이런 판결을 내릴수 있는 가였다. 그 판사의 가해자 중심 논리가 균형을 잃고 있으며, 가해자의 잘못에 대해 심판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가해자의 입장(외로워서 그랬다)은 수용하면서, 피해자의 입장(취약한 위치의 그녀는 고통스러웠다)은 무시한 판결이란 것이다. 이 사건은 ‘한국 성폭력사’에서 ‘권력(위력)에 의한 남성들의 성폭행, 성추행이 잘못이다. 즉 관련 법에 ‘걸린다’라는 것을 보여 줄수 있는 사례이다.


물론 1심판사는 정황 해석에서 ‘정치적 판단력을 갖춘 성인 남녀 사이의 일이고, 저항을 곤란케 하는 물리적 강제력이 행사된 구체적 증거는 보이지 않는다’라고 했지만, 이건 극히 가해자인 남성 중심적 사고이다.그 판사를 비롯한 우리 사회의 성차별 의식은, 실존하는 증거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즉 하급 직급의 사람(여성)이 성추행, 성폭력 뒤에도 일상 업무를 그대로 수행하는 태도는 ‘결코 그가 피해자는 아니다’라는 것을 증명하며, 수 차례 그런 일이 있는 사이에도 왜 크게 말하지 못했는가를 ‘동조, 합의’로 해석하는 그 무지한 성차별 의식 말이다.


그녀의 행동을 이해 못하는 여성들에게 나는 이런 질문을 해 보았다. ‘구타당하는 아내’들이 매 맞은 다음 날에 아이들 밥 먹이고, 살림하는 것이, ‘그 구타를 자발적으로 수용하는 태도인가’라고... 여성들은 아니지 라면서 펄쩍 뛰었다. 가까이서, 혹 스스로 경험한 사건들이기에 그건 분명 때린 남편의 잘못이고, 필요하다면 그가 심판을 받아야 되는 일임을 인지한다.


당신들은 ‘배우자의 강간’을 인식해 본 적이 없는가? 다 있다고 했다. 그래서 기분이 나쁘지만(때로는 행동으로 거부했지만), 잊고 살았다고 했다. 그대로 살았다고 해서, ‘그 강간의 기억’이 사라지지도 않았지만, 그럴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했다.


이런 감추어진 여성들의 감정을 이제는 드러내어 배우자들이, 남성들이 알도록 해야 한다. 그들도 스스로의 행동이 배우자, 그 여성에게 얼마나 상처를 주고 있는가를 무지해서 모르기 때문이다. 알고도 못본 채도 할것이고.


그런 감정을 피해자 김00에게 이입해서 한번 그녀를 다시 보자고했다. 받들어 모시는 상사가 외롭다고, 한 밤 중에 불러서 나간 그 행위 속에, 그녀의 그에 대한 온정적 심정만 있었을까? 그녀가 고백하고 있는 무수한 고통과 두려움은 왜 보지 못하는가? 감히 가해자에게 아무런 죄가 없다니....국가 기구인 사법부가 그런 관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정말 절망적이다.


한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물리적 힘이나 협박은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합리적 판단을 거세시키는 현실적 위계 구조 속에서 사라지고 없는 상황’을 재판부는 왜 보지 못하는가? 애써 안 볼려 하는지, 정말 피해자(여성)의 처지에 무지해서 그런 것인지 모를 일이다. 1심이 가해자에게 무죄라고 판단했을지라도 그 의미가 ‘유죄로볼 증거가 충분치 않다’는 의미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을 통해 ‘상사의 부하에 대한 요구를 거절할 수 없게끔 만드는 그 구조’를 다시 들여다 보아야 한다. 가해자가 어떻게 상황을 만들어서 피해자를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만들었는지 등 가해자의 행위에도 초점을 맞추길 바란다.

[2018824일 제1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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