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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숙의 행복아카데미

노후의 큰 기쁨 ‘손주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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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5명의 손주가 있는 할머니이다. 친손주 둘은 부산에서 함께 살고 있고, 외손주 셋은 2년 전부턴 외국에 살고 있다. 설을 맞이하여 가장 큰 손녀를 생각하며 쓴 글을 다시 내어 읽어보았다.


다른 분들도 나처럼 손주들이 있을 것이다. 나이든 우리에게 손주들이란 귀한 보석이고 가장 사랑스러운 대상들이다. 튼튼하고 씩씩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것만큼 큰 기쁨이 없다.


....손녀가 서강초등학교 입학을 할 무렵의 이야기들이다. 아파트에서 걸어가도 되는 학교에 배정을 받았고, 아이와 엄마가 함께 임시 입학식이라는 것도 하고 왔다. 손녀는 숨가쁘게 자기 학교 이야기를 하곤 하였다.


운동장, 교실, 신발장 등에대해. 입학 몇 달 전부터 친할아버지께서 가방은 당신께서 사 주신다고 선포하셨다. 그래서 그 지령을 받은 사위가 인터넷에서 요즘 엄마들이 가장 좋아하는 디자인의 가방을 골라 주문하였다는 소문이 들렸다.


그리곤 배달받은 그 가방을 벽장에 숨겨두고는 내내 아이에게 ‘이젠 학생이야’, ‘이젠 학교 가니 무엇이든 혼자서 해야지’ 등으로 성숙(成熟)을 강제하였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가 ‘난 학교 가기 싫어’라는 말을 하더란다.


의아해하는 어른들을 쳐다보며 아이는 다시 이런 이야기를 하더란다. ‘학교 가게 되면, 개콘(개그콘서트, 밤 9시20분부터 한 시간 동안하는 프로그램)도 못보고 일찍 자야하는거잖아. 에이’. 아이 아비가 속삭였단다. ‘개콘을 다 보고도, 그 다음 일어날 수 있어. 채림이는 자명종 틀어두면 일찍 잘 일어나잖아. 자명종 틀고 자면 돼’. 이런 이야기들을 전화로 전해 듣고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마냥 재미가 있었다.


할아버지는 자주 전화를 해서 손녀에게 물어 본다. ‘무슨 공부를 했니?’ ‘짝지는 남자아이니?’ 등으로. 궁금해 하면서 묻는 할아버지에 비해 아이 대답은 영 재미가 없다. 그러면 할아버지는 안달이 나서 다시 묻는다. ‘학교가 재미없니?’. 그러면 아이는 이런 대답을 한다. ‘할아버지, 학교는 재미로 가는 곳이 아니예요. 학교는 반드시 가야하는 것이에요’


얼쓔! 누구에게 배운 소리인가? 학교는 반드시 가야한다는 것을 아니 참 다행스럽구나. 그리고 1학년 여름방학엔 줄넘기 숙제를 같이하였고, 겨울방학엔 구구단을 함께 외웠다. 아이가 집중력이 있어, 친할아버지 집의 넓은 대청에서 하루에도 수십 번 줄넘기 연습을 하다가, 5번 밖에 못하던 아이가 드디어 50번 셀 동안에도 걸리지 않고 잘 넘어가는 바람에 온 식구들이 환호를 질렀다. 숙제장에 손녀는 줄넘기 횟수를 적으면서, 이젠 100까지 해야지 하고 야무지게 목표를 설정하였다. 그러나 그해 내내100까지는 못했다고 의기소침하기도 하였다...


이 아이가 자라 지금은 13살의 아가씨가 되어 있다. 외국에서 중학교 입학을 한다길레 카톡으로 축하를 해 주었고 입학선물로 좋아하는 EXO CD를 보내 주었다. 초경엔 다시 양쪽 어른들이 축하의 이모티콘 꽃다발을 보내 주었다.


요즘은 지역의 운동부(중등 하키반)에 가입해 매주 두 번씩 땀을 흘린다고 한다. 그것 참 잘하는 일이라고 했더니, 거드는 이야기가 체육수업이 매일 들어 있고 매수업 때마다 운동장을 20바퀴씩 뛴다고...
너무 힘들다고 징징거렸다.


내가 보기엔 참 잘하는 학교방침인 것같다. 명절이 되면, 이렇게 자주 만나지 못하는 손주들이 생각난다. 커서 무엇이될꼬? 내가 죽으면 많이 슬퍼할까?


[2018223일 제9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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