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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숙의 행복아카데미

여성들은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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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딸은 1977년생이다. 지금은 미국의 대기업 A사에 근무하고 있다. 물론 자랑스러운 자식이지만 나는 늘 걱정을 했다 - 직업여성의 어려움을 잘 견디고 있는지, 살림은 야무지게 챙기고 있는지등등.


그러다 어느 날, 나는 자기 분야에서 근15여년을 전문직 여성으로 종사해온 딸을 걱정하는 것은 순전히 나이든 부모세대의 공연한 노파심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안 해도 되는 걱정, 그녀를 믿어도 되는데 안 믿으려고 하는 못된 어른 근성을 내가 가지고 있음을 반성하였다.


그러면서 되돌아보니, 나 역시 나이든 사람들의 말에 순종하면서 내 길을 온 것도 아니었다. 내가 1928년 출생세대인 어머니세대와 다르게 여성운동이나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진 것은 순전히 여성으로 자각된 나의 힘과 시대적 소명이었고, 새로운 방식으로 새로운 분야인 가족학이나 노년학에 천작해온 것도 나의 노력에 의해서였지 결코 위세대가 그 길로 가라고 가르쳐 준 것은 아니었다.


책임감, 신뢰, 인간에 대한 예의는 부모로부터 배웠지만 다른 전문분야의 지향점이나 감각, 스킬 등은 1950년 출생세대인 나 스스로가 터득한 것이었다. 세대를 거쳐 여성들은 그렇게 바뀌어 왔던 것이다. 이번에 부산시의회 의장으로 선출된 의장도 1977년생 여성이다.


대학에서 정치학을 공부하고 줄곧 지역 및 중앙 정계에서 훈련받아온 그녀는 지성과 감성, 그리고 인간미와 정치/정무적 실무능력과 직관을 두루 갖춘 여성으로 알고 있다. 그녀 외 구청장으로 당선된, ‘나를 뽑아 주세요’라고 외쳤던, 그 당당한 여성들도 지역에서 오랜 의정활동을 통해 이미 훈련되고 준비된, 신뢰받는 여성들이다.


의회에 여성이 많이 등장한 것도 ‘여성적 정치, 여성적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시대의 흐름에 맞다.이제 그 현실적 적용을 우리가 조금 보고있는 것이지만, 실제로 이미 1970, 80년 출생세대 여성들은 어느 분야에서든 능력과 자격을 이미 구비하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특히 나이든 사람들 이나 남자들이 더 가지고 있는 편견들 - 남녀를 비교할 때 ‘남성이 여성에 비해 자격을 더 갖추고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거나, ‘여성은 남성과 동등한 자격을 인정받으려면 남성보다 더 크고 많은 성과를 내야한다’는 편견들은 이제 버려야 할 때가 드디어 왔다.


남성과 여성의 자격은 개인 간 차이는 있겠지만 성별 간 차이는 없다. 특히 여성 고등교육 진학율(소위 대학 진학을 의미)이 세계 1위인 대한민국의 여성들은 어느 나라보다도 이미 전 분야에서 그 능력을 발휘할 준비가 되어 있다.


다만 적절한 자리에 적절한 사람을 뽑는 선택권을 가진 지도자들의 편견들로 여성들은 쉬이 선택되지 못하고, 선택되더라도 남성들의 보조적 존재에 불과한 용도로, 혹 끼워넣기 용도로 선택된 아쉬움 등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외무부 장관에 매료되고 있으며, 000 (여성)의원의 야무진 발언에 옳거니 하면서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변혁은 사람을 뽑는 지도자 층에서 나온 것보다 더 강력하게 시민들에 의해서 일어났다. 시민들이 스스로 ‘여성 지도자’를 선택하였다.


그 동안 개인적 관점에서 그들의 능력을 인정해온 측면도 있고, 조직의 관점에서 인정해 준 측면도 분명히 있지만, 많은 유권자들은 성별보다는 그 능력을 따져 투표를 하였던 것이다. 이젠 준비된 여성들이 더 등장하여도 되는 시대에 들어섰다. 여성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 그래도 그정치인에 거는 기대가 있었다.


그 길을 많은 후배 여성들이 따라 갈 수 있도록, 좋은정치를 해 줄 것을......성공한 정치인이 있다면 실패한 정치인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앞에 선 여성을 바라보면서 알게 모르게 익숙해진 면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녀보다 몇 배나 더 실제적으로, 아래에서부터 준비해 온, 그래서 지금 위로 부상한 여성 정치인들에 큰 성원을 보내면, 그들은 분명 좋은 역할로 시민들에게 답할 것이다. 지금 열심히 실력을 쌓고 있을, 다양한 분야의‘스마트한 여성들’에게도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2018년 727일 제1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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