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시인을 지칭하는 괴물논쟁과 함께 나는 사람의 품격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술자리에서 성기를 내어 흔드는 그 사람의 버릇이, 그사람 혼자만의 유별한 짓거리가 아닌 것은 우리 모두는 안다. 정도가다르고, 신체 부위가 다를 뿐 입으로 손으로 사람을 희롱하는 짓들에 대한 이야기는 내가 직장생활을 시작한 25세부터, 어느 직장에서나 들어온 이야기였다.
대한민국 모든 여성이 말 안하고 있을 뿐, 잠재적 미투운동의 동참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디부터 우리 사회가 변해야 할까? 1994년 제정된 가정폭력특별법, 성폭력특별법 이후로, 약자인 여성 피해자들의 이야기는 많이 공개되어 왔었지만, 소위 계급논쟁에서 당연한 일로 여겨져 사회적 이슈화에 약했다.
그런데 소위 전문직 여성들의 피해 상황이 드러나면서, 또한 그간 성숙된 젠더 의식과 함께 거의 폭팔적으로 성적 피해 상황이 드러나고 있다. ‘미투(me too)’란 ‘나도 당했다’라는 의미로 이 용어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여성, 남성은 거의 없을 정도로 한국사회는 그 정도가 심하다.
세계에서 보신보강음식을 제일 많이 소비한다는 나라답게! 당연히 구조적으로 관련법들이 정비되어 엄격히 다루어져함이 우선이지만, 한편으로 나는 특히 남성들의 개인적 성찰을 기대한다. 남자들은 지금 침묵하고 있지만, 사실은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가를 모른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래글들은 ‘이런 일들은 하면 안됩니다’라는 관점에서 정리한 글들이다. 너무나 다반사라 의아하게도 생각하겠지만, 나를 돌아보고,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주어야 하는 의무를, 특히 젠더 민감성이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여성들이 이 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직장동료, 식당 종업원, 골프장 캐디 등 우리가 어느 것에서든 만나는 모두는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이들을 두고 시시한 농담따먹기나 하는 분들은 특히 그 더러운 입(손은 말할 것도 없고....)을 조심하시기를 바란다. 사회적 대면관계에서 이런 일들은 하지 않아야, 비로소 당신은 ‘품위있는 사람’이다.
1. 인간은 누구나 인권을 가지고있다. 나이가 어리든, 여자든, 하는일이 미천하든.....
2. 누구에게나 불쾌한 성적인 암시, 눈초리, 제스처, 음담패설 등은 하지 않는다.
3. 상대의 용모, 육체, 복장 등에 대해 달갑지 않는 코멘트를 하지 않는다.
4. 의식적으로 몸을 접촉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 이성에게는 더욱... 손주같은 어린아이의 고추도 만져서는 안 된다.
5. 달갑지 않는 성적 행위를 당하면, 즉시 상대의 잘못을 지적한다. (파면, 해고될까의 우려심은 그 다음 문제이다. 분명히 상대의 잘못을 지적해 주어야 한다.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침묵을 yes로, no조차 yes로 아는 파렴치들이 많다. 그리고 즉시 그 상황을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으로 기록한다. 다음에 당신을 보호해 줄 자료이다).
6. 이런 일들에 대해, 직장의 동료, 선배들에게 반드시 이야기한다.(즉각적 도움이 없다하더라도.... 상상 외로, 그가 상습범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7. 성폭행, 강간미수, 강간 등이일어났을 때에는 즉시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는다(그 의료기록은 대단히 중요하다. 더럽다고 내 몸을 씻어버리면 증거가 사라진다).
8. 폭력, 성폭력 전문 상담 기관이 구(區) 마다 있다. 가장 신뢰 높은 기관은 ‘부산시의 1366 전화’이다.
9. 달갑지 않는 성적인 행동을 당한 후에, 당신에게 어떤 불이익이 발생했다면, 조언과 전문가가 필요하다. 관련 기관의 전화번호를 저장해 둔다.
10. 특히 남성들 중, 이런 일로 가족이나 동료로부터 지적을 당한 분은 이미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습관이 된 사람들이다. 그 사람의 인격은 저급하다. 자신을 변화시킬 노력이 필요하다. 가족의 경우에는 그가 이런 사실을 잘 알도록 챙겨주고 충고해 줌이 필요하다.
이 정도로 간략히 정리해 보았지만, 더 상세한 매뉴엘이 이미 출간되어 나와 있는지도 모른다. 복잡한이야기 다 빼더라도, 나는 사람들이 좀 예의가 있으면 좋겠다고 기대한다. 이 기본적으로 인간답지 못한 처사들에 이제는 더 관용해서는 안된다. 폭풍 같이 달려드는 미투운동
을 통해, 한국사회가 또 한 번 변화 되기를 바란다.
[2018년 3월 23일 제98호 1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