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반가운 소식이다. 어떤 분들은 감동적 판결이라고도 한다.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젠 형법과 모자보건법의 일부 조항이 ‘일반 여성들’도 임신중절을 할 수 있는 쪽으로 수정될 것이다.
국회는 관련법 조항(형법제269조 1항(자기낙태죄)과 제270조 1항(의사낙태죄)을 2020년 12월 31일까지 개정하여야 하고, 만일 개정하지 않는다면 2021년 1월 1일부터 해당 법조항은 무효화된다.
따라서 우리는 아직 세부적 논의가 필요한 부분들이 있지만(예를 들면 임신 중절이 가능한 시기를 언제까지로 보느냐 - 임신 14주? 임신 22주? 등), 일단 합법적으로 임신중절이 가능해지게 되었다. 이는 여성의 선택을 국가가 제도로 보장해 준다는 의미이다.
한국여성운동사의 큰 획을 긋는 일이다. 헌재의 이 결정은 ‘임신, 출산, 양육의 1차적 주체를 여성으로 보는 이데올르기와 실체에 맞게 당사자인 여성의 목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성의 재생산권’에 대한 국가의 관점을 반영한 것으로 아이를 낳고 싶어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안낳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적절한 의료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다른 선진국 및 주변국의 관련 법 내용과 비교했을 때 늦은 감은 있지만 세계적 흐름에는 맞는 조치이다. 물론 한국천주교주교회의처럼 공식적으로 ‘태아의 기본 생명권’을 부정하는 판결에 유감을 표하는 의견도 있고, 소수의견을 제시한 헌법재판관들의 ‘낙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침해 행위’라고 보는 관점도 있어 여성의 권리, 태아의 권리 중 어느 것이 우선되어야하는 가에 대한 논란은 계속 이어져 갈 것이지만 나는 이 문제를 ‘태아냐 여성이냐’라는 분리선택적 관점에서 보고 싶지는 않다.
아이를 낳는 마음과 몸을 지닌 우리 여성보다 그 태아를 더 사랑하는 자가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있는 몸인 나의 여성적 권리(재생산권)에 대한 무한한 보살핌과 애정은 결코 포기할 수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임신은 원하는 경우에만 발생하는 생활사건은 결코 아니다. 설령 원했다고 하더라도 가족의 복잡한 상황에서 도저히 출산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미혼모, 이혼과정의 여성, 아이를 양육할 아무런 준비가 안 된 부부들, 특히 불임과 난임같은 경우에도 합법부부가 아니면 지원을 받지 못하는 당사자들까지.....임신과 출산을 중심으로 불합리하게 만들어져 있는 관련 법들에 대한 개정은 필요하였고, 정확히 66년간 여성계는 관련 법 개정(소위 낙태 합법화 운동)을 주장했었다.
낙태법이 갈 방향은 정해졌다. 이제부터는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세부적 개정에 들어갈 용어, 표현들에 대해 논의를 펼쳐보아야 할 새로운 과제가 우리에게 남겨져 있다. 낙태를 경험한 많은 여성들의 경험이 공개적 테이블에서 드러나(임신 중절 수술 중 사망한 경우도 있다), 낙태와 관련되어 요구되어야 되는 의료관련 조치와 정보들이 무엇인가를 말해야 한다.
여지껏 낙태는 불법이었기 때문에 관련 정보가 당사자인 여성들에게도, 의료진에게도 차단되어 있었다고 본다. 캐나다는 임신중절 수술에 의료보험을 적용하고, 16세 이상 여성들에게는 임신중절에 대한 의료정보를 의무적으로 제공한다고 한다. 임신, 출산, 중절과 관련되어 여성들에게 필요한 조치와 정보들을 모으고 반영하는 일이 우리에겐 남아있다.
그리고 낙태가 허용되면 낙태율이 더 높아질 것 아닌가라는 걱정도 있지만 오히려 임신과 피임에 대한 교육이 보다 구체적, 실제적으로 이루어지면 낙태율은 더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실제 낙태를 허용하는 다른 나라의낙태율이 낙태를 금하고 있는 한국 보다 더 낮다는 수치도 보인다.
성경험이 초등학생에서도 발견되며, 피임법을 몰라 그만 임신이 되고 말았다라는 청소녀들이 수두룩하다. 임신은 걔들(여학생들)의 문제이지라고 내 뱉는 남학생들이 흔하다고 한다. 교복입고 성매매현장에 나가는 학생들도 있는 현실이다.
음란물 차단 조치, 음란물 유포를 엄히 다스려야 하는 조치, 미성년자 성추행/폭행에 대한 중벌제도 등등....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성의 몸에 대한 바른 시각’을 가지도록 교육하여야 한다.
[2019년 4월 25일 제111호 1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