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11월 21일

포커스

“몸의 언어로 전하는 울림과 감동을 부산시민 더 가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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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발레단 백조의 호수 3막 결혼식 중 흑조 그랑 파드되

 

 무대에 오르기 전 차가운 공기와 쥐 죽은 듯 고요한 극장 분위기를 뚫고 연습한 만큼 몰입해서 작품이 잘 나왔을 때, 관객들의 박수와 동시에 밀려오는 성취감과 카타르시스는 어떤 일에도 비할 수 없는 감격과 감동이죠

오랜 해외 활동을 경험하고 돌아온 아이디 발레 주호(I-D Bollet jooho)의 이주호(31) 발레니노는 지난해부터 부산에 정착해 청년 예술인의 열정을 한껏 뿜어내고 있다.

최근 동래구 노인복지회관에서 처음 시도했던 시니어들을 위한 발레 프로그램을 성황리에 마치고, 요즘은 618일 금정문화회관에서 있을 부산에서의 첫 기획공연 준비를 하느라 정신없이 보내고 있다는 이 발레리노는 무용수로, 안무가로, 연출가로서 스케줄 관리, 의상, 포스터, 조명까지 감당해야 하는 눈코 뜰 새 없는 근황을 알렸다.

작품 준비 외에도 그는 부산예고와 부산대학교에서 후배들과 학생들을 위한 강의를 하면서, 더 심도 있게 무용학을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 석사과정에도 재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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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이끌고 있는 아이디 발레 주호는 몸의 언어로 울림과 감동을 전달하고 심미적 가치를 지향하는 젊은 예술인들의 마음과 꿈을 담은 단체이다. 고마운 건, 이 청년 발레 그룹이 평소 접하기 어려운 발레공연을 부산시민들이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지역민의 여유로운 삶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발레는 일반인들에게도 정말 좋은 문화콘텐츠라는 생각이 누구보다 확고한 이 발레리노는 발레와 필라테스를 접목해 만든 프로그램을 병원과 연계해서 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프로그램으로 탄생시킨 다음 일반인들이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대중화하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이렇게나 일 욕심이 많고 뜨거운 에너지를 소유한 이 발레리노는 글로벌 인재이자, 예술적 재능과 발레 실력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프로페셔널이다

어린 시절 발레를 배우지도 않았고 그저 운동 좋아하는 키 큰 학생으로 중학교 시절을 보내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부산예고에 입학하게 됐다. 당시에는 모델이 꿈이었던 그는 입학해서도 발레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마침 전학 온 2명의 친구들에게 주위의 관심이 집중이 되자, 어린 마음에 승부욕을 불태웠다.

오로지 질투와 경쟁심 때문에 매진한 발레지만 그는 어느새 발레의 매력에 푹 빠져있었고 발레를 세상 어떤 일보다 사랑하게 되어 지금에 이르렀다.

발레에 모든 것을 걸고 최선을 다한 만큼 운도 따라줬다. 부산예고 졸업 후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4년 과정을 우수한 성적으로 마친 뒤 곧 국립발레단에도 입단했고, 좋은 배역을 맡아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해외 안무가들, 댄서들과 훌륭한 작품들을 해보고 싶다는 더 큰 꿈이 생겼다. 혼자 오디션을 봐, 그 꿈이 실현된 첫 발레단이 홍콩 국립발레단이다. 그는 홍콩 발레단에서 다양한 국적의 댄서들과 꼭 하고 싶었던 발레 작품을 하면서 행복한 3년을 보냈다고 추억했다.

 

홍콩국립발레단, 에스토니아 국립오페라발레단 활동

세계적인 잡지 광고 모델·해외 유명 패션위크 런웨이

지역 문화적 갈증 해소하고 여유로운 삶의 가치 지향

후배들에게 그간의 노하우 아낌없이 전수하고 지원

 

다음엔 유럽으로 향했다. 유럽국제발레콩쿠르에 나가서 본 기억과 경험은 그에게 발레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춤을 더 발전시키고 싶은 간절함을 부추겼다. “아시아에서의 바쁜 일상을 뒤로하고 유럽인들의 여유로운 일상과 휴식 등을 몸소 느끼며 그 삶에 들어가 보고 싶었다는 그는 유럽에 있는 발레단에 오디션을 본 결과 에스토니아의 바네무이네 국립발레단에 퍼스트 솔리스트로 입단하게 됐다.

이 발레리노는 에스토니아에서는 그동안 지내왔던 서울과 홍콩에서의 삶과 달리, 일상과 발레단 공연스케줄 등이 여유가 있었고 모든 것들이 느리고 조용하며 평화로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애초 1년 정도의 경험을 쌓을 예정이었지만 너무 좋아서 3년 넘게 몸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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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커리어를 얘기할 때 모델 활동도 빼놓을 수 없다. 큰 키와 개성 있는 외모로 에스토니아에서 모델 일을 시작하자, 북유럽 쪽에서도 일이 들어오고 나중에는 발레단과 스케줄 조율이 힘들 정도로 바빠졌다.

발레를 하면서도 새로운 도전과 다양한 경험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그는, 모델로써는 아주 늦은 나이인 30살에 일을 시작했지만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잡지 광고 촬영은 물론 파리와 밀라노, 피렌체, 런던, 코펜하겐, 에스토니아 등 해외 유명 패션위크의 런웨이쇼에 서기도 했다.

그리고 작년과 올해 서울패션위크(낫이너프워즈 MMam 므아므)에서도 모델로 섰다. 특히 올봄에 열린 서울패션위크에 므아므라는 디자이너의 쇼에서는 이 발레리노의 퍼포먼스와 안무로 쇼를 열었고, 동시에 모델로도 섰다.

발레니노로서 기억에 남는 공연은 수없이 많지만, 몇 년 전 홍콩에서 발레의 명작인 호두까기 인형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이 환호하며 박수치는 모습을 보고 이래서 발레를 하는구나하는 뿌듯함을 느꼈다.

에스토니아에서 처음으로 솔리스트를 맡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티볼트역할과,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오르페우스역할도 잊을 수 없다. 그는 어떤 감정을 표현해야 하고 왜 안무가가 이런 동작을 만들었으며 이것을 어떻게 관객에게 오롯이 전달할 것인가가 유럽에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1년에는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에 해외초청 무용수로 한국에 들어와 예술의 전당에서 했던 공연도 즐겁고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무대에 서는 사람들은 자기를 극도의 긴장감과 극한의 환경 속에 놓게 되는데 그걸 해냈을 때 오는 기쁨은 예술가가 아니면 경험하기 어렵기때문에 무대를 못 떠나는 것 같다고 한다.

그는 앞으로 고향 부산에서 하고 싶은 일이 너무나 많다. 부산시 청년지원사업의 경우 부산에서 최소 3년 동안 활동한 실적이 있어야 해서 현실적인 벽에 부딪히고는 있지만 멀리 내다보며 해 나가고 있다.

발레를 통해서 파생될 수 있는 직업들이 뮤지컬, 필라테스, 모델 등 생각보다 다양하고 많다는 이 발레리노는 후배 사랑 또한 남달라서 그들이 해외 진출을 위해 필요한 커리큘럼 등을 프로그램화해서 외국 활동으로 가진 자신의 네트워크와 경험들을 아낌없이 나눌 예정이다.

제 고향 부산에는 좋은 극장도 많고 문화 여건들도 갖춰져 있어 예술문화 확산의 가능성이 그 어느 곳보다 크다는 그는 활발한 공연은 물론 일반인들이 발레를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무대와 프로그램을 멋지게 펼쳐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박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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