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움트리나눔센터 김양애 대표
‘밥 한 끼의 힘’이라는 시가 있다. 단지 밥 한 끼가 고달픈 삶을 위로하고, 빈 마음을 채워주는 보약이며, 다시 일어서는 힘이더라는 내용이다.
말복을 앞둔 무더위와 코로나19 상황에도 바로 그 밥 한 끼를, 정성스레 준비해 어르신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봉사의 현장을 찾았다. 부산 지하철 동래역 7번 출구 인근 골목에 위치한 사단법인 움트리나눔센터 무료급식소는 매주 화, 목요일 저소득 어르신 세대를 위한 식사 나눔을 해오고 있다. 기자가 찾은 날도 식사는 차분하고 질서 정연하게, 그러면서도 도란도란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김양애 대표는 “움트리나눔센터는 외로움과 허기로 여생을 보내고 계신 어르신들의 노후에 희망을 전달하는 작은 배달부 역할을 하고자, 2021년 설립되었다”고 소개했다. 센터는 그 희망의 첫걸음으로 사회취약층 및 독거노인을 위한 무료급식과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한 도시락 배달을 하고 있다.
“요즘은 각 지자체 별로 복지가 잘 시행되고 있지만 그 혜택조차 받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놓인 어르신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라는 김 대표는 “센터를 찾아오시는 어르신들의 60%는 자식과 멀리 떨어져 홀로 생활하고 계시며, 귀찮아서 식사를 거르는 분들이 많다”고 한다. 그로 인해 “영양 상태와 건강이 좋지 않은 분들이 대부분인데, 이런 분들이 센터에 오셔서 식사도 하고, 어르신들끼리 친분도 쌓는 만남의 장소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고 말했다.
36년간 철강유통업을 해온 여성 CEO이기도 한 김 대표는 젊은 시절에도 짬짬이 양로원과 요양원, 장애인단체 등에서 봉사활동을 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양로원에 봉사를 갔다가, 전신 마비로 일어나지도 못하는 할머니가 속이 튀어나온 베개를 가슴에 안고 있었는데, 기워드리겠다고 했지만 더욱 꼭 끌어안으며 내어주지 않는 일이 있었다.
후에 요양보호사에게 들으니, 아들이 사준 베개라서 누구도 손을 못 대게 하고 아들이 오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오지 않는 아들을 그리면서 베개를 안고 계신 어머니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아른거린다”고 했다.
“8년 전 사랑하는 딸아이를 하늘나라로 보냈다”는 그는 딸이 남긴 보험금으로 평소에 꼭 하고 싶었던 나눔을 실천하면서, 지역에 소외된 어르신들과 함께 남은 여생을 보내려고 사재를 들여 움트리나눔센터를 시작하게 됐다.
센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은 홀로 살면서 식사를 거르는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급식과 거동이 불편한 이들을 위한 도시락 배달이다. 지난 5월까지는 코로나로 인해 주 2회 도시락 350개를 준비해 나눔을 했고, 거리두기 완화 이후인 6월부터 어르신들이 센터로 와서 식사를 하는 무료급식에 주력하고 있다.
김 대표는 주 2회 무료 식사 나눔을 하는 화, 목이 항상 기다려진다고 한다. “꾸준히 오시던 어르신이 안 오시면 혹시 건강이 좋지 않은지 걱정이 되고, 어려운 경제여건으로 기부도 줄어들고 있지만 사업으로 벌어들인 금액으로 충당하면서 하루하루가 너무도 행복하다”고.
또한 “맛있게 드시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센터를 나가실 때, 후원자분들이 센터의 취지를 알고 따뜻하고 감사한 마음을 전해 주실 때, 어르신께서 고마움의 표시로 음료수를 들고 오셔서 더위에 시원하게 먹으라고 격려의 말씀을 해 주실 때, 어르신들이 서로의 안부를 나눌 때” 큰 보람을 느낀다.
물론, 센터를 운영하는 동안 어려움도 많았다. 4월까지는 누구나 도시락을 받아 갈 수 있도록 했는데, 지역의 타 급식소들이 경기침체로 문을 닫으면서 갑작스럽게 너무 많은 인원이 늘어나 다 수용을 못했고 어쩔 수 없이 5월부터는 동래구로 지역을 한정 지어 식사를 제공하게 됐다.
뿐만아니라 2021년 7월, 사단법인으로 센터를 설립해 시작한 기간이 짧다 보니 기부하는 회원이 많지 않아 재원조달에도 많은 애로가 있다. “야채를 비롯해 기초 식품비는 하루가 무섭게 올라가는데 기부의 손길이 줄어들까 걱정”이라는 김 대표는 십시일반 들어오는 기부금액은 아직 몇십만 원대의 소액이라 사업으로 번 돈을 부족한 부분에 채우는데도 간혹 어디서 거액의 후원금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닌가 오해도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식사를 찾으시는 어르신들이 저희 급식소에 오셔서 식사를 하시지만 코로나19로 봉사자가 부족하여 거동을 하실 수 없는 분들 중 꼭 밥이 필요하신 분들께 도시락을 전달해 드리지 못하는 점이 너무 가슴이 아프다”면서 앞으로의 계획과 희망도 전했다.
“코로나 상황이 더 나아지면 어르신들을 위한 음악회 같은 이벤트도 가끔 열어드리고 싶고, 재정이 나아지면 더 소외된 곳에 도시락 배달도 하고, 찾아가는 밥차운영, 소년 소녀 가장을 위한 장학금도 전달도 하고 싶다”는 말과 함께 후원자들과 봉사자들에 대한 ‘감사’의 말도 잊지 않았다.
아울러, “우리 가까운 곳에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사랑과 관심을 기다리는 많은 이웃이 있고, 이들에게 배고픔보다 더 힘든 것은 외로움과 따뜻한 정”이니 만큼 “움트리나눔센터는 외롭고 배고픈 이웃을 위해 앞으로 더 나아가려고 한다”는 다짐도 했다.
그러면서 “내가 해야 한다는 절실한 마음으로 용기를 내어 시작하게 된 만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작은 손길을 기다린다”고 밝혔다.
박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