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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전쟁의 참상과 평화…국제협력의 소중함 일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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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익하고 재밌는 복합문화공간
 
“세계 유일 유엔평화기념관을 널리 알리고 전후 세대들에게 전쟁의 참상과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워 평화사회구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평화메신저로 활약할글로벌 인재양성을 미션으로 배우고 직접 행동하는 청년리더를 기르는데 일조하도록 하겠습니다.”
 
부산시 남구 홍곡로 320번길 부산문화회관 주차장 위쪽에 자리잡은 유엔평화기념관. 지난 해 11월 개관을 한 달 앞두고 관장으로 부임한 전외숙(62) 초대관장은 지난해 6월 정년 1년을 남겨놓고 국가보훈처 창원지방보훈청 지청장으로 명예 퇴직했다가 다시 부름을 받아 이곳 유엔평화기념관으로 왔다.
 
후배들을 위해 한 해 앞서 퇴직한 만큼 보수를 받는 일자리를 갖고 않겠다는 게 그의 신조였기에 당초 명예직이 아니었다면 거절했을 것이라는 전 관장. 그는 “40여년 공직 경험을 살려 유엔평화기념관의 초기 행정체계를 세우고 운영기반을 탄탄히 갖추는데 힘쓰겠다”며 “하드웨어 구축은 잘 돼있고 이제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전관장은 “유익하고 재미있고 다시 만나고 싶은 복합문화공간이 될 수 있도록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보훈공무원 명퇴이후 명예직 복귀
 
전 관장은 1974년 9급 공채로 공직에 첫 발을 들여놓았다. 진주교대를 지원해놓고 동시에 국가공무원 공채 시험에 합격되면서 원호처 발령이 먼저 나, 대학을 포기하고공무원의 길을 선택했다.
 
첫 발령지는 진주보훈지청. 일반직으로서는 여성이 처음이었기에 직장에서 그의 존재감은 시선의 대상이기도 했다. 이후 77년 결혼과 함께 부산으로 근무지를 옮겨 부산과 인연을 맺었다. 지방 소도시나 부산은 당시만해도 공직사회에서조차 여성은 직장의 꽃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출근하면 여직원들이 청소와 재떨이 비우기를 도맡아하는것에 분개했다고.
 
이같은 과정을 지켜본 전 관장은 중간관리자가 되면서 제일먼저 선언한 게 여직원들에게 청소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남녀 직원 구분없이 누구든 자기책상 자기 주변은 스스로 청소하도록 했다. 직장에서의 성차별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사람으로서 관리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였다.
 
“여성들은 하지말라고 해도 습관처럼 일찍 와서 청소하더라구요. 9급으로 들어와도 남성 직원들은 김주사라는 호칭을 붙여주면서 여성들에게는 김양이라고 부르는 호칭이 거슬려 회보에 여직원들에게‘OO씨’ 라는 호칭을 불러주자는 글을 기고하기도 했지요.”
 
무엇보다 전 관장은 승진의 차별에 화났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한다는 이유로 남성들은 무능 유능을 떠나 승진대상으로 삼는 것에 비해 여성은 결혼하면 그만둔다는인식이 팽배하고 남성은 평생 직장생활을 해야한다는 가부장적 시각때문에 여성들은 늘 승진기회에서조차 밀려났던 게 불과 20~30년 전 만연했던 현실이라고 말했다.
 
남성중심적 사회 양성차별 느껴
 
전 관장은 그동안 주경야독하며 자기 계발에도 힘써 동의대 사회복지학 석사, 부산대행정학 석사 학위도 받았다. 오랜 공직생활에 비하면 늦은 1995년 팀장(6급 행정주사)으로 승진했다. 자신이 몸소 경험하며 피부로 느꼈던 남성중심적 사회구조속에서 전 관장은 당시 공직내
보이지 않는 여권운동을 해왔다.
 
이같은 양성차별 사회분위기는 전 관장이 사무관으로 승진하면서 거의 없어지는 분위기였다고 회고한다. 6급 승진이후 4급으로 진급하기가 훨씬 쉬웠다는 전 관장은 전체적인 사회분위기 영향으로 여성관리직 비율 확대에 정부가 관심을 가지면서 여직원들도 능력만 갖추면 충분히 승진우선 대상이 될수 있는 직장안팎의 분위기가 반가 웠다고. 비교적 보수적 기관인 보훈처에서 지방보훈청 첫 여성사무관이 탄생했을 때는 언론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후 가족의 배려로 본부에 근무하면서 서기관 승진의 발판을 닦았고 1년5개월여 대변인실 근무는 보훈업무의 전체를 보는 안목을 키워주는 기회이기도 했지만 이후 서기관으로 승진, 창원 보훈지청장으로 내려오는 계기가 되었다.
 
그에겐 부산지방보훈청 사무관 시절 잊지못할 에피소드가 있다. 지난 2010년 6.25한국전쟁 60주년기념행사가 열렸을 때 당시 이명박대통령이 부산 유엔공원 참배를 해야한다는 건의를 적극 하게 된 장본인이었다. 물론 당시엔 국가보훈처 제안으로 보고됐지만 어쨌든 현직 대통령이 44년 만에 유엔기념공원을 찾게 만들었다.
 
이때 대통령이 어렵게 방문한 만큼 기념식수를 해야한다는 제안을 해, 뜻을 관철하는 등 VIP행사참석 기획과 의전에 참여하면서 보람이 컸다고.
 
퇴임 후 여가를 의미있게 보내며 쉬고 싶었던 전 관장에게 유엔평화기념관 관장 제안은 선뜻 받아들이기에 망설임이 없지 않았지만 명예직이라는 것을 매력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렇다고 어영부영 설렁설렁 보직을 맡을 생각은 아니었다. 무슨 일을 하든 명확한 일처리와 강한 추진력은 그를 다시 현역의 일하는 여성으로 돌아오게 했다.
 
지난해 ‘턴투워드부산’ 기념 개관
 
“지난해 11월 11일 전 세계인이 부산을 향하여 동시에 묵념하는 턴투워드 부산을 개최하는 날 행사의 분위기를 높이기 위해 기념 개관하게 됐습니다. 전쟁의 참상과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교육현장이자 다양한 교육 전시 콘텐츠와 평화를 체험할 수 있는 복합문화센터인만큼 한국전쟁을 통해 평화와 국제협력의 중요성을 차세대들이 배우고 느낄 수 있도록 조직원들과 함께 역량을 모으고 있습니다.”
 
전 관장은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고 국제협력의 가치를 알리는 사업을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며 이를 위해 유니세프, 유엔협회 세계연맹, 유엔난민기구와 같은 국제기구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과 같은 단체 등과 협약을 맺었다고 소개했다. 앞으로 국제기구와 협력하여 청소년과 성인층이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진행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한다.
 
유엔평화기념관은 상설프로그램으로 전시체험프로그램과 진로체험, 동아리체험 등 오는 7월 유엔협회세계연맹과 청소년모의유엔총회도 부산독점행사로 진행해나갈 계획이라며, 유니세프와 연계한 세계시민교육 진행을 비롯 어린이 영어도슨트수업을 통해 영어와 한국사를 동시에 배울 수 있는 교육의 기회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4개 전시관 다채로운 체험 공간
 
“개관한 지 얼마되지 않아 아직 일일관람객이 100여 명 정도로 많은 홍보가 필요하다”는 그는 “앞으로 기념관을 배경으로 하는 사진공모전과 다양한 사업홍보로 기념관을 알리는 등 각 학교별 홍보는 물론 UNPM(유엔평화기념관)방문의날을 정해 단체관람 신청을 받고, 시구군과 협조하여 다양한 홍보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유엔평화기념관은 상설전시관 3개, 기획전시관 1개 등 총 4개 전시관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전쟁관에서는 유엔군이 대한민국에 온 이유를 살펴볼 수 있도록 디오라마를 통해 재현하고, 유엔참전기념관은 전 세계 참전용사로부터 기증받은 편지와 사진, 다양한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또 유엔국제평화관에는 유엔의 역사와 세계 각지 구호 및 평화유지를 위해 활동하는 유엔의 모습이 트릭아트와 조형물로 전시돼있고 전시관 출구쪽 희망나무에는 소망의 메시지를 다는 평화메시지체험활동을 할 수 있다. 기획전시관에서는 파키스탄 출신의 모하메드라는 어린이가 엄마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동화형식으로 풀어내면서 유엔 산하기관을 소개하는 전시가준비돼있다. 무장한 병사들이 그려진 유리벽국경을 통과하면서 곳곳에 마련된 그림붙이기, 유물발굴, 메시지 풍선날리기 등을 체험할 수 있어 재밌게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된 게 특징이다.
 
올해 기념관의 정체성과 역사성을 살릴 수 있는 유물과 전시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전 관장은 국비 10억원의 유물 구입비를 확보, 유물공모전, 진품명품 행사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유엔평화기념관은 국제평화기념사업회와 국가보훈처가 운영주체. 현충시설로 등록돼 있어 운영비는 국가보훈처가 지원한다.
유순희 기자
[2015325일 제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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