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주어질 기회를 잡기위해 서는 여성들도 이제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절대 좌절하지 말고 꿋꿋하게 가능한 목표를 크게 갖고 노력하다보면 성공의 문턱에 오를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영애 부산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이 경험을 통해 절실히 느꼈던 후배 여성리더들을 위한 조언이다.
지영애 청장은 식품의약품안전청 전국 6개 지방청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부산울산경남지역을 관장하는 부산청 수장으로 청렴 리더십과 업무능력을 두루 인정받고 있는 여성고위공직자. 여성지청장은 대구지방청과 함께 둘이지만 식품 의약품 및 화장품 등의 관리를 책임지는 기관인만큼 다른 부처보다 여성고위공직자(10명)의 비율이 비교적 높은 분야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것이 부산청 208명을 포함해 지방과 본청을 포함한 전체 1500여명의 직원가운데 여직원의 비율만도 절반에 이른다.
앞서 지영애 청장은 2년7개월여간 광주지방식약청장을 역임하다 지난 2013년 5월 고향 부산으로 컴백했다.
사소한 민원도 적극적 응대조치
고위공직자가 되어 다시 부산청으로 돌아와 근무한지 2년이 채 못되지만 그동안 지영애 청장은 많은 성과를 냈다. 2014년도 민원행정서비스 종합평가 4년 연속 우수기관선정의 쾌거를 이루었고 청렴활동 및 보안관리 기록물 관리 분야에서도 우수기관으로 선정되는 괘거를안았다.
또 지난 1년여 동안 식중독 사전예방관리로 관내 식중독 발생 환자수 45% 대폭감소시키는 등 후쿠시마 방사능 물질 누출 우려에 따른 일본산 수입수산물이 전국 대비 91%를 차지하는 부산청 관리업무에도 충실, 고순도 게르마늄 검출기로 방사능 정밀검사를 적극 펼쳐, 국민 불안감을 해소시키기도했다.
그동안 정부 3.0실천을 위한 소통과 협업 활성화를 위해 민원 설명회, 민원상담, 기술지원을 강화해왔고 국민과의 소통과 협력에도 최선을 다했다. 사안 발생시 청장이 직접 민원 현장을 달려가 해결하는 열정을 보여온 지청장은 사소한 민원과 클레임도 소홀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응대해오고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부산청의 가장 큰 성과는 지영애 청장이 부임한 후 역대 현안이었던 부산식약청 새 청사 보금자리의 꿈을 실현하게 된 것이다. 공간부족으로 행정부서는 범천동에 임대건물을 활용하고 시험분석센터는 용당동에 위치하여 상호 분리된 상태에서 두집 살이를 해야했던 직원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게 된 것. 백방의 노력과 정치력을 발휘 끝에 신축청사 예산을 확보, 오는 2019년 거제동 신축 청사에 입주할 수 있도록 해, 보다 생산적이고 능률적인 업무환경을 갖추게 되는 발판을 만들었다.
부산출신 고위공직자 금의환향
지청장은 부산여고를 나와 경상대 식품영양학과 및 동대학원 석사, 경성대학교 공대 식품공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당시만 해도 공대 여성박사가 흔치 않았던 시절 식품공학 여성박사 1호를 기록하며 미래를 착실히 준비했다.
지청장은 "고등학교 시절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넉넉지 않은 집안형편 때문에 국립대학을 가야했기에 재수를 하지않고 안전하게 합격할 수 있는 인근 도시 국립대학에 진학, 뒤늦게 공부에 전념해 다행히 학부시절 좋은 성적을 받았고, 취업보다 전공공부에 매진 오늘에 이르게 됐다"고 말한다.
지청장은 당시 동기생 대부분은 대학졸업 후 각종 기업체나 종합병원의 단체 급식소 영양사로 취업했는데 대학원 진학을 하지 않고 취업을 했더라면 과연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을지 의문이라고.
결혼은 대학원 시절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어려운 형편에 가사를 병행하며 공부를 하는 동안 어려움도 많았다는 지청장은 최소한의 경비로 가장 빠른 시간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죽기살기로 공부하는 길이었다며, 가정도 잊어버리고 당시 연구실에서 날밤을 새며 도서관에 묻혀 공부하기 바빴다고 회고한다. 다행히 남편의 배려와 함께 학비를 지원해주며 아이 돌봄까지 도맡았던 친정부모님의 지원이 없었다면 석,박사학위는 엄두도 못냈을 것이라고 말한다.
2014민원행정서비스 종합평가 우수기관선정
새청사 마련 현안 해결, 청렴문화 확산 주력
여성들도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어려운 학위 취득과정을 마친 지청장은 다시 취업의 고통에 시달릴 무렵 보건사회부 채용공고를 접하고 응시해 1990년 보건사회부 국립부산검역소 식품위생 사무관으로 공직에 첫발을 내디뎠다. 더 이상 마음졸이며 근무하던 대학조교나 시간 강사가 아닌 번듯한 공무원으로서 직장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이후 지청장은 부산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시험분석실장, 식품감시과장, 수입식품과장 등 주요 관리직을 두루 거쳤다.
그러나 서기관 승진은 그렇게 녹록치 않았다. 본부가 아닌 지방에서 근무한 핸디캡 탓에 매번 승진에서 밀려났고, 당시만해도 여자라는 이유로 남성우선 승진분위기 때문에 번번이 밀리기가 여러 차례였다. 여건과 사회분위기를 탓하며 포기하지 않고 승진에서 밀릴 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더욱 일에 매진했다는 지청장은 당시 부산청에서 여성으로서는 유일하게 서기관으로 승진되는 영예를 안았다. 공직생활 10년만이었다.
"그때 당시 남성 우선 승진분위기에 지레 포기하고 준비를 하지않고 노력을 게을리 했더라면 고위직까지 오를 수 있었을지는 장담할수 없다"는 지청장은 "여성들도 항상 준비되어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모님은 공직생활의 멘토
지청장은 2005년 국제식량농업기구(FAO, 이태리)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담당관으로 이탈리아 현지에 파견, 근무를 하기도했다. 이후 다시 본청으로 돌아와 2008년 위해예방정책국 위해정보과장으로 일하며 업무능력을 발휘했다. 평일 업무시간은 물론 새벽야간 주말 휴일도 없이 끊임없이 쏟아지는 해외정보를 추려 업무와 관련한 긴급정보를 입수해 정신없이 일처리했고, 서기관 재직 9년 만에 다시 부이사관으로 승진, 1년 후 개방직인 광주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 직위에 응시해 고위공무원이 됐다.
"정말 주어진 일에 열심히 했던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광주청 시절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도 짬을 내지 못해 임종을 못 지켜본게 두고두고 후회스럽다"는 지청장. 일반공무원으로 정년을 맞아 늘 승진에 대한 미련이 컸던 친정아버지로부터 공직자로서 일에 대한 성취욕과 승진의 욕구를 키웠고, 가난한 공직자의 아내로 살림을 꾸려온 친정어머니로부터 청렴한 공무원상을 교육받아온 사람으로서 부모님은 자신에게 큰 정신적멘토였다고 말한다.
"처음 보건사회부 사무관으로 취업했을 때 월급이 형편없이 낮았어요. 이 급여를 받을려고 이렇게 고생하며 공부했나 싶어 그만두고 싶었지요. 그때 저희 친정어머니께서'너희 아버지 공직시절 쌀 두 말이 월급이었다. 좋은 쌀 한 말은 팔아서 생활비와 아이들 공부시키는데 쓰고 품질이 떨어지는 쌀로 먹고 살았다. 공무원은 부자될라고 하면안된다. 천직이라 생각하고 일해라' 하시던 어머니의 훈육을 평생 새겼다"고 말한다.
일가정양립 가족의 배려중요
지영애 청장은 박사 공부시절 부산시 보건환경공무원이었던 남편도 함께 박사과정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동시에 두 명이 공부하면 학비가 많이 들어 포기하려 했다. 이때 친정어머니가 학비를 대주시며 포기하지 못하게 해서 악착같이 공부했다는 지청장은 남편의 양보를 받아내 먼저 박사학위 공부를 마치고 3년 만에 학위를 받았다. 짧은 시간 원스톱으로 결과를 만들어내야만 했던 절박함이 있었기에 공부에 몰입했고 좋은 결과들이 따랐다고.
그는 "여성이 가정과 직장을 모두 완벽하게 짊어지고 나가는 힘들지만 가족의 협력이 있으면 조화롭게 이루어 나갈 수 있다"며 일가정 양립은 가족의 도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평소 지영애 청장은 공직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청렴'과 '성실'을 꼽는다. 기본이지만 지키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자체적으로 청렴추진기획단을 구성, 운영해오고 있는 지청장은 2013년부터 '민관 청렴협의체'를 운영, 새로운 청렴과제발굴과 청렴문화확산을 위해 힘써오기도.
식의약안전확보에 주력
올해 부산청은 부산지역 특산물브랜드 가치제고차원에서 '어묵류 HACCP연구회'운영과 찾아가는 주류안전관리 컨설팅 실시, 축산물 HACCP영업자간 정보교류의 기회제공 및 업종별 규모별 맞춤형 교육추진, 2015부산국제수산무역엑스코 특별홍보관 설치 운영 등 방사성 의약품 및 의료용 고압가스의GMP시행에 따라 적극적인 정책홍보와 교육을 실시하고 정확한 시험 검사로 식의약안전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지청장은 군부대 식중독 발생저감화, 수입수산물 검사업무 전문성강화, 의료기기 발전연구회 발족 운영을 올해 중점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여성고위공직자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는 지영애 청장은 성공하는 커리어우먼이 되기 위해서는 ▲직장에서 가정문제로 업무시간에 전화하지 않기, ▲업무처리가 어려울 때 조기출근 및 주말활용하기 그리고 ▲끊임없이 배워 업무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인간관계의 폭을 넓힐것, ▲팀과 조직이 잘되도록 주위사람을 배려하고 이기심을 버리기, ▲직장동료들과의 원만한 관계유지를 위해 항상 정성과 최선을 다할 것을 지키라고 조언했다.
유순희 기자
[2015년 2월 27일 제61호 12면]